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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6.05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
2009. 6. 5. 23:12

작년 후지의 2분기 게츠쿠 체인지를 다시 보고 있다.
드라마 방영 당시에는
그냥 저냥 아 멋지구나 하면서 아무 생각 없이 봤으나
요즘들어 그냥 이 드라마가 생각이 났다.


세월이 하수상하여 민심이 어수선하고 강호의 도가 땅에 떨어져가는 
무협의 세계에서는 언제나 난세를 평정하고 세상을 구하는 영웅이 등장한다.

물론 초인적인 힘을 가지고 모든 것에 뛰어난 능력자의 모습을 하고 있기도 하지만
때로는 모든 것에 어수룩하나 비장의 능력을 개발하여 세계평화의 이바지하는 경우도 있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 아사쿠라 케이타는 
드라마의 제목처럼 세상을 바꾸기는 커녕 
반 아이들에게 놀림이나 당하는 시골의 촌 구석 초등학교 선생님이다.


그러던 어느날!
국회의원인 아버지와 그 뒤를 이어 정계에 몸을 담았던 형이
외국에서의 비행기 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돌아가신 아버지의 지역구와 의석을 채우기 위해
중앙당에서는
아사쿠라 케이타를 아버지의 정치이념을 잇는 새로운 후보로 세운다.


아사쿠라 케이타는 
아버지가 뇌물을 받으면서 까지 하는 정치를 보고
정치에 관해 관심조차 두지 않았더랬다.

하지만 선거를 하면서 
가뜩이나 지지율이 올라가지 않는 상태에서
18년 전 아버지의 뇌물 스캔들이 그의 발목을 잡는다.

뭐 그다지 선거에 이기고 싶은 마음도 없었고 
단지 어머니가 힘든 선거활동을 하는 걸 볼 수 없어 대신 나갔던 사람이지만
당장의 선거만을 위해서가 아닌
자신이 앞으로 살아가는 데 있어서 떳떳함을 위해서 였는지
아니면 자신을 위해서 선거운동을 하는 사람들을 위해서였는지는 몰라도
다른 정치인들이 하지 않는 '사과'를 한다.


혐의를 인정하고 잘못했다고 고개를 숙여 사과 한다.
자신이 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아버지의 오점이고 모두에게 해가 되는 일이니까
사과를 해야하는 사람이 사라졌다면
그가 당연히 잘못했다고 사과해야 된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그 모습이 유권자들의 모습을 사로잡아 보궐선거에서 당선이 된다.

젊고 잘생긴!
(어쨌든 외모가 기무라 타쿠야급 아닌가..!!)
아사쿠라 케이타는 국회에 들어가면서 국민들에게 연예인 급의 인기를 얻는다.

지저분한 스캔들로 이미지에 타격을 입은 총리 대신에 
이제 국회의원이 된 지 얼마되지 않은 그를 이용해 당의 이미지를 쇄신하고자 한다.

물론 그의 이미지만을 이용해서 꼭두각시로 부리겠다는 당 중진들의 계략에 의한 것이었지만
초선에 이제 막 국회의원에 된 우리의 아사쿠라 케이타는 당의 총재선거에 출마하게 된다.

그는 또 이 총재 선거에서 명연설을 하나 남기게 되는데...
  

이 연설은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법과 닮아 있다고들 한다.
내가 오바마의 연설을 본 일이 없으니 잘 모르겠지만
되도록이면 쉬운 단어를 사용해서
반복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것이라고 한다.

연설의 내용을 살펴 보면
그는 멀리 있는 사람이 아니며,
특출나게 높아서 특권을 가진 사람도 아니고
자신은 일반 국민과 같다는 거다.
그렇게 국민들의 의견에 귀기울여 진정 국민의 대표가 되겠다는 거다.

진짜 이 장면은 처음 볼때도 그랬지만 볼 때마다 박수를 쳐 주고 싶다.

일본의 총리는 다수당의 총재로 결정된다.
이 때 총재를 뽑는 선거는 우리나라처럼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당차원의 선거로 결정된다.
당에서는 물론 그가 이전과 다른 성향을 가진 정치인이지만
국민들에게 인기가 좋고, 자신의 지역구에서의 국민들의 지지도를 참고하여
그에게 투표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탓인지..

다수당의 총재이며 국가의 수장인 총리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


총리가 된 그는 우여곡절을 겪으며 참으로 험난한 총리 활동을 하게 된다.
처음엔 너무나 꼼꼼하게 생각하고
관례를 무시하고
무엇이든 국민들과 약자의 입장에서 결정하는 그의 모습에
관료 출신의 보좌관들은 그를 업신 여긴다.

하지만 그가 총리의 권력을 자신의 안위를 위해서 쓰는 것이 아니라
진정 국민의 대표로 결정하고
자신을 원하는 모든 곳에 함께 하려고 하는 모습에
참모진들도 그의 진정성을 알고 마음을 돌리게 된다.

하지만 그를 꼭두각시로 생각했던 당의 중진이자 실질적인 총리임을 자처했던
칸바야시의 눈에는 그가 곱게 보일리가 없다.
그를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발목 잡았던 18년전의 사건이
칸바야시가 골랐고 아사쿠라가 임명한 대신들도 연류되어 있다는 걸 몰래 주간지에 제보한다.

정직하고 성실함을 무기로 삼았던 아사쿠라 내각은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고
그 중심에 그들을 임명했던 아사쿠라 총리의 책임론이 나오는 가운데
아사쿠라는 그 책임을 지기 위해 총리직을 사임하겠다고 선언한다.

그리고 사임하겠다고 선언한 일주일의 기한 동안
그가 바꾸고 싶었던 것들을 바꾸고자 한다.
저출산 문제나 교육문제 등 그가 좀 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고자 했던 문제들은
일주일만에 해결되기 힘든 것들이었다.
심지어 조례에서 차를 내놓는 것까지 그가 쉽게 바꿀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그러던 중
그가 총리 자리를 내놓겠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TV 연설을 하게 되는데..



장장 20분이 넘는 연설을..드라마에서 통으로 보여준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총리를 사임하면서 국회를 해산하겠다고 하는 아사쿠라.

선거에서는 한표 한표가 매우 소중하고
거기서 선출된 사람은 국민의 대표이며 국민의 뜻에 따라 일을 해야 한다.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정하는 것은 국민 한 사람 한사람이다.

그가 강조했던 건 투표의 중요성이었다.
국민 한 명의 생각으로 나라 전체를 바꾸긴 힘들지만
국민들이 각자의 생각을 표출할 수 있는 투표는 나라를 바꿀 수 있는 힘이라 강조한다.

그리고 그는 다시 연단에 서서 자신의 생각을 자신을 위해 모인 사람들에게 연설한다.













일본의 정치 환경과 우리의 정치 환경은 꼭 같지 않다.
하지만 여러가지 면에서 비슷한 점을 난 이 드라마에서 봤다.

한 사람의 생각이 세상을 바꾸긴 어렵다.
그가 아무리 세상을 좋은 방향을 바꾸었다고 해도
다음에 오는 사람이 그 방향을 다시 틀어 놓으면 아무 소용 없는 일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 변화를 눈으로 목격한 경험이 있다.
투표로 국민의 의견이 반영되어
우리와 같은 눈으로 보고 같은 귀로 듣고 같은 손으로 땀을 흘려 일하는 사람을 만나 적이 있다.

그리고 우리의 손으로 뽑은 다른 사람이
세상의 시간을 거꾸로 돌려 놓는 것도 두 눈으로 확인했다.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다.
하지만 세상을 반영한 거울이 되는 것이 드라마이고
드라마는 그 세상을 그야말로 드라마틱하게 비춰 준다.

Posted by White_Lu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