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7. 10.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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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끝 완전 끝.

두 개로 나눠 개봉한 극장판 마지막의 1부 개봉할 때 쯤.

메이킹 특별 방송에서 잠깐 비춰줬던 시나리오에 되게 단호하게 완전 끝 진짜 끝이라고 못 박아 둔 게 생각나는 마지막 극장판.

정말 매니아들에게만 열렬한 사랑을 받아서 

시청률이 정말 암전이었는데

연속 드라마 마지막 편 엔딩에서 

극장판 얘기를 하길래 드라마 분위기에서 이어지는 농담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설마 설마 했는데 이렇게 막 스페셜 두개에 극장판 세편까지 만들어지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음.

연속 드라마 후에 만들어진 스페셜과 극장판까지 보고서는 

아 끝이구나.. 끝의 끝을 다시 쓰느라고 고생했겠다 싶었다.

사실 판타지고 SF인데 현실에 기반을 두면 

어느 정도 상상의 범위가 정해지고 그 안에서 치고 박고 하게 마련인데 

막가자는 심정으로 막 세계관을 확장시켜 놓은 거라.

스펙을 가진 자들과 세상을 지배하는 이들의 관계..

그게 사실 일본에서만 일어나는 아니었더라...로 첫번째 극장판을 맺었는데..

시간을 거꾸로 가보면 스펙의 전편이라 볼 수 있는 케이조쿠에서는 경시청에서 해결할 수 있는 사건들이었다면 그게 스펙 연속 드라마에서는 일본 정부까지 개입하고 

첫 극장판에서는 어둠의 손이 등장하고 

두 번째 극장판에서는 신과 유다와 적그리스도가 등장하고.. 

그래서 그냥 막 때려 부수고..세계가 멸망하고..

그걸 보는 나는 신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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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한 내용은 건너 뛰고 

영화를 보고 느낀 건..

세부미 만세!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인간 만세!

스펙이니 뭐니 다 필요 없고 그보다 더 쎈 의지와 곤조만 있으면 다 이김.

한 때 세부미가 불사의 스펙을 가졌을 거라는 추측이 있었지만 

사실 그런 거 없지만 세부미가 짱짱맨이었음.

카세료도 좋음.

사실 카세료의 다른 작품이랑 비교했을 때 스펙 시리즈가 툭 튀어 나오는 독특한 작품임.

다들 느리고 차분한 영화들이 대부분이고 거기서 카세료도 

톤을 높이지 않는 연기를 했음.

심지어 그래도 내가 하지 않았어라는 영화에서는 

누가 봐도 답답하고 억울한 상황인데 소리를 지르거나 감정을 폭팔하는 신이 적어서 영화 보는 내내 답답했었는데..

그리고 수영장이나 구구는 고양이다 쪽 영화에서는 좀 흐느적거린다는 느낌을 받았음. 에너지를 최대한 쓰지 않으면서 사는 ... 나같은 그런 사람..

스펙 연속 드라마 시작할 때는 

남성미로 똘똘 뭉친 이런 캐릭터를 이렇게까지 끌고 올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음. 

사실 어색했음. 

그런데 이번 극장판에서 남성미의 끝을 보여줌. 

딱 어느 순간부터 세부미한테 감정이입이 되면서 나도 모르게 울컥했는데.

마지막 시퀀스에서 배우가 등장인물로만 보이는 그런 순간이 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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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 엑스맨 볼 때도 엣지오브투머로우 볼 때도 느꼈지만 

평행우주라는 개념을 만들어주신 물리학자님들 만세!

엑스맨 하니까 생각났는데

브라이언 싱어님이 엄한 감독이 죽여놓은 엑스맨들을 살리기 위해 

구구절절 두 편의 영화를 만들었는데... 

스펙에서는 그냥 토우마가 한 일분 땅에 손 가져다 대고 막 죽었던 스펙 홀더가 되살아 나는 걸 보면서 

츠즈미 감독님의 위대함을 느낌. 감독님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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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 극장판을 더 재밌게 보려면 

케이조쿠도 다 보고 

스펙 연속 드라마랑 스페셜이랑 다 봐야하는 건 물론인데

아타루도 보셔야함.

제작진이 같고 출연배우도 상당히 많이 겹침.

위에서 말한 평행우주....스펙의 세계와 아타루의 세계가 사실은 평행우주가 아닐까 하는 농담도 극장판에서 살짝 스쳐감.

정말 깜짝 놀람 ㅋㅋ

원래 스펙 연속 드라마에서 경시청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경시청을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의 각 부서가 사실은 한 층에 다 모여 있을 거라는 농담을 보여주는 장면이 있었고 그런 농담이 드라마에서 되게 많이 나오는데..

아타루 극장판에서 대놓고 스펙 극장판 홍보를 함. 

경시청 외경 스케치에서 세부미랑 토우마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막 나오더니 아타루 등장인물들이 심각한 얘기하고 있는 뒷 배경으로 토우마가 스펙홀더를 막 불러내고 그럼... ㅋㅋ 

위에 시나리오가 나왔다던 홍보 방송에서는 아타루 굿즈를 착용하고 나오더니 ㅋㅋ

스펙에서는 아타루랑 똑같은 장면이 대놓고 나옴 ㅋㅋㅋ

아무래도 개봉시기도 제작시기도 비슷해서 넣은 장난인 거 같은데 ㅋㅋ

스펙도 보고 아타루도 보는 사람들은 피식하고 웃을 수 있는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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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지막 장면이 계속 생각남. 마지막이 이러저러해서 그러한데..

아아 ㅠㅠ


다른 때처럼 또 하나의 시리즈가 끝났구나 하는 허무함과는 또 다른 고런 감정이 생김.

찜찜함도 없고 미련도 없고 그런 것과 다른 여운이 남았음.

그게 내가 이 두 주인공들을 얼마나 좋아했는지 새삼 느끼게 되었음.

세부미랑 토우마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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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피판에 마지막 극장판 두편 다 상영한다는데 

GV 안 하나?

카세료 옵화 안 오나? ㅠㅠ 옵화 요즘 노는 거 다 알아요 ㅠ

츠즈미 감독님 안 오시나? ㅠㅠ 감독님은 바쁘셔서 못 오시려나?..


Posted by White_Luna
2014. 5. 30. 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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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삶과 죽음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된다.

언제는 안 그랬냐마는.. 

얼마 전 속수 무책으로 사람들이 죽어가는 걸 미디어를 통해 실시간으로 확인했고 

가깝게는 친구들이 부모님 상을 당했다.


언제나 죽음은 가까이에 있다.

내가 사랑했던 배우가 세상을 떠난 일도 있었고  

젊다 못해 어린 나이에 친구는 병으로 하늘로 갔고 

십수년을 함께 살았던 할머니 할아버지의 죽음을 가까이에서 목격한 기억이 있다.


사람의 죽음이란 그것을 알고 있었고 준비했던 간에 

사고나 재앙으로 인해 갑작스레 떠나 보냈건 간에 

언제나 충격적이고 적응을 하기 힘든 일이다.


어느 누군가의 죽음에 적응한다고 말하는 게 맞는 말일지는 모르겠지만

전화를 걸어 통화하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누군가가 

아침 저녁으로 머리를 맞대고 밥을 먹던 누군가가 

나를 사랑하고 내가 사랑하던 누군가가 

그런 마음을 전하지 못했던 누군가가 

세상에서 그냥 흔적만 남기고 사라진다는 것이다.


죽은 이의 마음을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지만 

남아 있는 이들은 그가 남기고 간 흔적을 보며 그가 있었지만 더 이상 없는 상황을 받아 들이고 그가 없는 삶을 살 준비를 해야 한다. 

언제나 그 흔적은 괴롭다. 핸드폰에 남아 있는 그의 번호와 메신져의 프로필 사진을 보면서 

함께 했던 기억이 문득 문득 떠오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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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사랑하던 사랑해주던 이들의 죽음을 겪은 남,녀가 만나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사람이 죽고 시작하는 이야기.

사람이 죽으면서 이야기가 끝나는 게 아니라 

남아 있는 사람들의 계속되는 삶에 대한 이야기.


같은 상처를 가진 사람들이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숨겨진 상처를 

평생을 가져가야만 할 줄 알았던 상처를 서로 보듬어 주고 빨간약도 발라주는 그런 이야기.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그 즈음.. 그런 온도의 

미남미녀의 청춘 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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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보다 더 밝은 이야기로 편집되었다.

주인공들과 얽힌 좀 답답하고 답 안 나오는 인물들은 쳐 내고 

주변 인물들을 좀 간소화 하고 남녀 주인공을 중심으로 한 줄거리에만 집중해서 

장편 만화라 자잘한 에피소드들도 있고 기승전결이니 구성도 복잡한 데 

영화에 맞는 구성으로 잘 편집하고 다듬어서 보기 좋았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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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는 해도 원작.. 내용이 자세하게 기억이 안 나고.. 이미지만 남아 있는데

이렇게 밝은 얘기는 아니었고 꽤 어두운 얘기도 있고 집착하는 여자애도 나왔던 거 같고 

남녀 주인공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사귀게 되는 데 방해 공작을 하는 인물이며 사건이 되게 짜증 났던 기억도 있는데...

그런 게 거의 없고 그냥 물 흘러 가듯이.. 보기 편하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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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밝고 맑고 깨끗하기만 한데 

영화를 보고 나서는 죽음에 대한 생각만 머리 속에 가득.

아무래도 지금 세상이 세상이고..


그리고 영화를 보고 남은 잔상.



안경 낀 오카다 마사키 



여주인공을 지긋이 바라 보면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해도 되나 마나 그런 고민을 하는 것 같은 오카다 마사키



감기 걸렸다고 복숭아 먹여 달라는 오카다 마사키



오해하고 가는 여자 붙잡아서 남자답게 훅 기습 포옹을 하면서 고백하는 오카다 마사키..







영화의 작품성은 배우의 미남도가 높여 준다는 명언이 나온 시기에 딱 맞춰 본 정말 작품성 높은(?) 영화.


 


Posted by White_Luna
2014. 5. 15. 00:48




(혹시라도 이 영화를 볼 생각이 있으시거나 보기 전인 분은 영화 감상에 방해될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니..

근데 누가 와서 이 글을 읽기나 할까 싶지만.. 영화 본 후에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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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년만에 돈 내고(!) 영화 본 영화관 나들이. 그러니까 친구가 쿠폰으로 보여준 어바웃타임 이후로 처음인가? 상영시작 시간 맞추느라고 간식도 못 사들고 부랴부랴 커피만 사서 들어갔는데 광고 및 예고를 십분이나 하는 바람에 급 피곤이 몰려와 영화보다 잠들면 어쩌나 싶었는데 끝까지 다 보고 나왔다. 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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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 전부터 호불호를 오가면서 기대가 됐다가 말다가 했던 영화다. 

워낙에 요즘 영화잡지도 끊고 영화 프로그램도 끊고 살아서 내가 찾아 보지 않는 이상 영화 상영 소식이나 제작 정보와 연을 끊고 살았던지라, 왜 갔더라? .. 암튼 무슨 영화보러 극장 갔다가 현빈님이 사극분장을 하고 클로즈업된 사진을 쓴 포스터를 보고는 큰 충격을 받았다. 




아 현빈님이 사극이라니.. 아니 아무리 현빈님이 좋아도 사극은 글쎄.. 잘해도 본전도 찾기 힘들고 잘하기는 더 힘든 게 사극이 아니던가. 생각보다 현빈의 필모그래피에 박힌 영화들이 다양하긴 하지만 글쎄 사극을 하는 현빈은 생각도 안 해봤다. 아니 근데 저 잘생긴 얼굴에 수염까지 붙이고 저게 뭐하는 ..현빈님 왜 그러셨어요? 등등의 혼란에 휩싸여 그 날 보고 나온 영화보다 영화보고 나오는 길에 본 저 포스터가 더 기억에 남았다. 


그러고 집에와서 부랴부랴 영화 정보를 찾아보니 캐스팅이 화려하다. 

조정석 정재영에 조재현 한지민 김성령 등등.. 캐스팅을 보니 영화가 기대가 된다. 뭐든 보여주겠지 싶다. 


영화가 개봉을 하고나서는 영화에 대한 평들에 기대감이 낮아진다. 추천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고 영화가 짜임새가 없다는 얘기도 들렸다. 아 영화가 재미 없나? 역시 현빈의 사극은 본전도 못찾은 건가? .... 근데 얼마나 망조가 든 영화길래 이렇게 내가 본 매체들은 한 목소리로 역린의 편에 서지 않지? 


그런데 흥행 1위도 하고 막 그러네? 얼마나 배급사 힘을 많이 받았길래 별로라는 영화가 흥행 1위를 하고 그러지?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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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 나오니 재밌다. 

그냥 내 취향을 고대로 저격해서 재밌는 걸지도 모르겠지만 두시간이 조금 넘는 시간동안 딴 생각 없이 영화에 집중할 수 있었다. 


우리 역사에서 정조라는 인물과 그 인물이 살았던 시대만큼 이야기꾼들이 매력을 느끼는 소재도 없을 거다. 어린 나이에 흉ㅌ..이 아니라 정쟁으로 아버지의 비극적인 죽음을 맞고 그 자신 역시 살아가면서 수많은 적들과 싸웠다. 새로운 세상을 꿈꿨지만 그 꿈을 이루기 전에 세상을 떠났기에 역사에서는 용납되지 않는다는 '만약'을 생각하게 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정사와 야사에 기록된 그의 캐릭터 또한 매력적인데, 왕이 신하들과 학문을 논하는 경연의 자리에서는 문관들을 다 쌈싸먹을 정도로 학문에 능했으며 활도 그렇게 잘 쏴서 무관들도 휘어 잡았다고 하고.. 그야말로 문무를 겸비한 조선에서 이상으로 삼던 선비 혹은 대인의 요소를 모두 갖춘 완벽한 인간이었단다. 기록에 의하면. 

또한 그의 편지글에서는 자신을 반대하는 대신에게 당근과 채찍을 골고루 써가며 정치적인 술수도 능했다고도 하고. 실록에 기록된 바로 욕도 그렇게 잘했다고 하고 ... 뭐 아무튼 이야기꺼리가 많고 누군가 얘기를 만들어 준다면 바로 관심이 가는 인물이다. 


그래서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 책에서 정조의 이야기를 다양한 방식으로 다뤘다.

바로 기억나는 것만 해도 정조의 일대기를 다룬 드라마도 있었고(이산) 정조가 그리 아꼈다는 성균관 학생들과 규장각 대신들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이 드라마로 만들어지기도 했다.(성균관 유생들의 나날 시리즈/ 성균관 스캔들) 

그리고 약 20년 전에는 역린과 비슷한 이야기를 바탕으로한 소설을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영원한 제국)


역린을 이야기하면서 다들 비교 대상으로 삼은 게 그 영원한 제국이라는 영화인데 둘 다 정조의 암살이 시도된 하루의 이야기를 시간의 순서대로 다룬다. 영화의 구성도 비슷하다. 영화 자체는 가물거리지만 원작 소설은 몇번이고 읽어서 기억이 난다. 죄인의 아들은 왕이 될 수 없다는 명분으로 끊임없이 왕을 위협했던  이들과 그에 맞서 왕으로 살아야 했던 정조. 그리고 야사인지 후대에 덧대어진 건 지는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정조가 왕권을 틀어쥘 수 있었던 결정적 카드였던 금등에 얽힌 이야기였다. 


(근데 금등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많은 데 거의 픽션이라는 거 같더라. 영조가 사도세자의 죽음을 슬퍼했다는 얘기를 담은 글이라는데, 정확히는 찾아 보기 귀찮지만. 암튼 그런 건 없었단다. 아무래도 반대세력이 그렇게 많은데, 야당이 쎈 데도 불구하고 정조가 왕권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에 선대왕이자 할아버지였던 영조의 힘이 컸을 거란 추측과 그 영조의 힘과 뜻을 보여줄 물적 증거가 있었을 거라는 추측으로 금등이라는 환상의 만능카드가 등장한 것 같기도 하다. 야당의 논리를 뒤엎을 또 정조에게 힘이 되어줄 무언가. 하지만 위에서도 말한 편지글들이나 기록된 정조의 능력치를 보면 금등같은 거 없어도 충분히 대신들 잘 구워삶아 가면서 정치 잘 했을 거 같다. )


그냥 소재만 같을 뿐이지 전혀 다른 것을 추구하는 영화고 둘 다 재밌다. 같은 소재와 이야기를 다른 방식으로 푼 영화라고 결론 내리면 될 거 같다. 굳이 그걸 비교를 할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하고.. 음..


영화 얘기로 돌아와서...


영화 재밌다. 

롤러코스터를 탄 기분이었다. 롤러코스터는 그렇지 않나. 앞만 보고 질주하고 짧은 시간에 훅 떨어지고 되돌려치고 꼬고 비틀고 빠르고. 중간에 풍경을 감상하거나 도시락 까먹을 여유는 없지만 그 달리고 훅 떨어지고 하는 그 탈것에 올라탄 것만으로도 마냥 재밌지 않나. 그 끝을 알아도 앞에 낙하지점이 있고 어떤 코스로 달리는 지 알아도 혹은 몰라도 그 자체가 즐겁다. 

영화가 너무 빼곡하게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고 많은 인물들이 서로 각자의 이야기를 하느라 바쁘고 어쩌면 그게 조화로워 보이지 않을지라도 그 역사 속의 하루라는 선로를 따라가니 이야기의 중심도 충분히 잡혀 있다고 본다. 짜임새가 중구난방으로 보이겠지만 그게 역사에 기록된 인물과 그렇지 않은 인물들을 어느 하나 불쏘시개로 쓰지 않고 장작으로 태우는 영화 나름의 이야기 방식일 수도 있겠다.


영화가 곱다. 

영화를 준비하면서 현빈이 몸을 만들었다는데 그 몸을 영화 시작하고 바로 보여준다. (와.. 이건 예전에 아무 정보 없이 들어갔다가 본 도쿄타워에서의 오카다 준이치가 헐벗은 뒷모습을 보여줬을 때랑 비슷한 충격을 받았다.) 정조가 학문에도 능했지만 무예에도 능했던 왕으로 누가 지켜주지 않아도 스스로를 지킬 수 있었을 것이라는 걸 얘기할거라고 한방에 보여주는 ... 아주.. 좋은 눈요기도 되고 일석이조의 그런 장면이었다. 


정조 현빈의 벗은 몸은 정말 아름다운(?) 장면이기도 했지만 그 씬으로 이 영화는 정조가 그냥 똑똑한 왕이 아니라 자신의 생명을 위협하는 이들에게 맞서 직접 몸으로 싸울 준비를 했던 인물이라는 걸 보여줬다. 실제로 역사 기록에서 정말 문무에 능해 활도 잘 쏘고 했다는데.. 다른 정조를 다룬 영화들에 비해 그런 기록을 어쩌면 가장 적극적으로 받아서 만든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액션을 하는 정조의 모습은 마지막 장면에서 보여주는데.

왕의 암살을 도모하는 사람들 할 것인가 말 것인가 그에 따라 여러 사람들의 결심과 운명과 생각에 따라 거사가 치뤄지게 된다. 횡으로 종으로 이어진 인물들의 관계가 마지막 이 액션 부분을 통해 보여주는데 그 액션이 참 멋있었다.


영화의 액션은 총, 칼, 활, 몸 액션 등등이 나오는데 각각 쓰는 무기와 싸우는 방식에 따라서 장면 묘사가 확 달라지고 영화의 속도 또한 달라진다. 이 영화에서는 이 모든 액션이 나온다. 내 개인적인 액션들의 성격을 분류하자면 총은 속도의 액션일 수도 있고 활은 선의 액션일 수도 있겠다 이것들이 한 데 어울렸다 풀어지는 몸의 액션은 공간을 사용하는 액션이다. 이런 속도와 선과 공간을 잘 활용해서 만들어지는 액션의 강약이 쉴 새 없이 집중하게 만들어졌다. 무조건 속도만을 강조해서 정신 없게 쏘아 붙이는 것도 아니고 쓸데 없이 예술적인 액션만 하다가 긴박함이 떨어지는 액션도 아니었다. 속도와 선과 공간을 활용해서 모두 필요한 만큼씩 적절하게 어우러지는 액션이었다. 왕은 활을 쏘고 살수는 칼을 쓰고 갑수는 몸을 쓰고 금위대장 홍국영은 총을 쓴다.

 

현빈이 활을 쏴서 하는 얘기가 아니라 다른 액션보다 활이 만드는 액션은 우아하고 아름답다. 

곧은 자세로 쏴야 하고 멀리서 굳이 상대와 호흡을 나누지 않아도 되지만 정확함이 더해지만 위력은 크다. 그리고 활을 쏘는 배우는 아름답다. 아니 활은 배우를 아름답게 만든다. 악을 쓰고 힘을 겉으로 꺼내서 쓰는 무기가 아니기 때문에 잘 생긴 얼굴이 일그러지는 경우도 없으니 어찌 이런 좋은 무기가! 일찍이 올랜도 블룸이 반지의 제왕에서 엘프로 등장해 생긴 것보다 더 잘생긴 배우 취급을 받았던 건 그 길게 붙인 금발 롱스트레이트 덕분이기도 하겠지만 그의 무기인 활도 큰 역할을 했다고 본다. 드워프들이 인상 쓰고 도끼를 있는 힘껏 던지면서 우아하게 손만 까딱해서 활을 쏘는 엘프들을 욕했던 건 바로 그런 이유때문일지도 모른다.... 응?...암튼 활을 쏘는 현빈님을 통해 잘 생김을 일시정지로 활을 쏘기 위해 호흡을 가다듬는 순간에는 같이 숨을 멈추고 그 잘 생김을 감상하게 해주셔서 감독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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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아름다운 영화에서 궁 그리고 한옥이라는 공간의 매력을 잘 활용했다. 건물과 건물사이의 공간도 집 안의 공간이 되고 첩첩이 둘러진 건물이 모여 공간이 되기도 하지만 벽을 만들어 공간을 나누기도 한다. 특히 궁은 건물이 많고 전각과 전각 사이가 좁고넓고 높고 낮음이 조화를 이룬다. 그것을 이용한 화면 구성이 몇 장면 있었는데, 위에서 말한 마지막 액션신에서 정조가 앉은 자리를 중심으로 마치 무대가 되어 문을 열고 닫음으로 막을 열고 닫는 것 같기도 했다. 

특히 부감으로 잡은 존현각으로 시작되는 액션의 클라이막스라고 할 수 있는 장면인 살수가 정조에게 뛰어드는 장면은 한옥의 마당과 열리고 닫힌 공간을 잘 활용했는데..  위에서 본 지붕 아래 정조가 있음을 보여준 뒤 건물 사이에서 튀어 들어간 살수의 모습이 지붕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까지만 보여준 후 지붕 안의 상황을 보여준다. 이 때 슬로우를 건다든가 하는 다른 영상효과를 이용해 영화적 시간을 따로 흘리지 않고 실제의 시간에 비슷하게 가져가면서 컷과 카메라의 각도만 바꿨음에도 충분히 긴장감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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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극하면 빼놓을 수 없는 한복 역시 아름다웠다.

특히 대비로 나온 한지민은 전작 조선 명탐정에서 보고 캐스팅했나 싶을 정도로 비슷한 이미지의 비슷한 연기를 보여주는 와중에 .. 입은 한복들이 곱다. 사치를 일삼고 독한 여성을 보여주기 위한 한복이니 화려하고 아름답게 꾸며준다. 목욕을 하는 장면이나 발톱 손질을 받는 장면에서의 은근한 섹시함을 풍기는 한복의 속옷들도 그러했지만, 장면마다 한복이 같이 연기를 해주고 있었다. 한지민의 한복뿐만 아니라 정조의 ... 하아.. 진짜 한복은 야하다니까.. 보일 듯이 보일 듯이 보이지..읍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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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들의 관계가 재밌는데 


첫번째 대비와 정조의 관계.

 정확한 촌수로 따지만 할머니와 손자의 관계겠으나 마치 유혹하는 남과 여로 보이게... 한 건 지 내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아무리 할머니와 손자라지만 남녀가 유별한고 게다가 왕인데 속옷만 입고 몸 치장을 하는 자리에 불러서 높은 자리에 앉아 발아래 두는 것까지는 정조를 무시하고 아래로 두는 모습을 보여줬겠지만.. 손을 잡아 끌어 당기는 모습은 사람을 믿지 못하고 가까이 두지 않았고 상중이라 여러가지 삼가는 고지식한 행동들을 조롱하는 듯 보이기도..

그래서 모든 일이 정리된 상황에서 왕이 대비를 자신이 높이 앉을 수 있는 정전으로 불러 자신이 가지고 있는 카드인 금등을 내놓으며 모든 일을 덮자며 말하는 장면에서 정조가 반대로 대비의 손을 끌어 당기면서 그 조롱을 갚으면서 상황의 역전을 보여주는 반대의 상황을 보여주기도.. 대립의 각의 끝과 끝을 서로 잘 팽팽하게 당겨주면서 서로 지지 않았다. 오오 멋있음..  


두 번째는 갑수와 을수 그리고 정조의 관계.

갑수에게 을수와 이산은 비슷한 존재였다. 눈을 먹으며 바깥 세상을 동경했던 을수와의 관계도  이산을 찾아 다니다 뒤주 안에 있는 이산 앞에서 비를 먹는 장면에서도 자신의 의지대로는 살 수 없던 인생에서 을수와 이산은 자신보다 더 약한 존재. 보호해야하는 존재였다. 그들이 맞서는 마지막에서 그들의 사정을 알고 인간적으로 어느 누구의 편도 들 수 없었던 상황에서 그 둘을 동시에 지키려다 비운의 죽음을 맞는 장면은 그래서 눈물 쏙 빼게 슬프더라. 그리고.. 좀 더 ..좀 .. 어두운 해석을 하자면.. 흠.. 삼각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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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 전에 쓰기 시작해서 이제야 마무리하는 역린의 감상문. 느낌. ..





주절주절 쓰긴 했지만.. 영화 보고 아직까지 제일 기억에 남는 건 현빈 ...

그리고 세답방 나인의 입을 통해 말하는 이야기 사람을 위한 정치. 그리고 삶.


그리고 상책의 입으로 또 마지막에 백성을 친히 구하는(?) 정조의 모습을 보여주며 흐르던 중용 23장


작은 일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면 정성스럽게 된다.

정성스럽게 되면 겉에 배어 나오고 

겉에 배어 나오면 겉으로 드러나고 

겉으로 드러나면 이내 밝아지고 

밝아지면 남을 감동시키고 

남을 감동시키면 이내 변하게 되고 변하면 생육된다.

그러니 오직 세상에서 지극히 정선을 다하는 사람만이 나와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역사는 흐르고 반복되고 .. 그런 말들을 넘어서 그냥 세상에 사람이 살고 있는 것이다. 시대를 관장하는 사상과 법률은 조금씩 차이가 있을 수 있고 그 안에 사람들의 생각도 변한다. 하지만 그 안에 살고 있는 건 사람이다. 생명이 소중하고 사람이 먼저고 그런 것을 굳이 말하지 않아도 사람과 사람 사이에 최선을 다하면 커다란 범위에서의 사람들과의 사이도 나라 사이도 부자와 가난한 사람의 사이도 좌우도 남북도 동서도 정말 이상주의자의 헛소리일지도 모르고 몽상가의 잠꼬대로 들리더라도.. 모두가 원한다는 세계 평화는 그렇게 멀리 있지 않고 거창한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정조와 정조시대를 소재로 한 이야기는 많다. 정말 비극적인 생애  미완으로 끝난 개혁. 그런 것때문일 수도 있지만 정조가 청사진만 그러놓고 떠난 그 꿈을 사람들이 어느 정도 공감하기에 꿈을 이루지 못하고 떠난 정조를 그리워 하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도.. 그게 물론 조선시대 왕의 기준에서 생각한 이상향이고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향과 다를 수도 있겠다. 그럼 그 정조의 꿈에 우리의 꿈을 슬쩍 끼워 넣어 이야기로 엮어 같이 꿈을 꾸고 싶어서일지도 모르겠다.




역린 (2014)

7.4
감독
이재규
출연
현빈, 정재영, 조정석, 조재현, 한지민
정보
시대극 | 한국 | 135 분 | 2014-04-30



Posted by White_Luna
2014. 3. 29. 23:41

청춘의 길 위에서 

나는 아직도 동으로 서로 혹은 남으로 뻗는 그 길 위에 

갈 곳도 방향도 잡지 못하고 그렇게 떠돌고만 있는 건가?

그냥 그렇게 떠돌다 언젠가 그냥 죽는 건가?


-

역시 인생의 운을 이렇게 자잘한 시사회 당첨 따위로 다 써버리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된 이번 시사회. 하지만 이렇게 시사회가 아니면 보지 못했을 영화들을 보는 운을 타고 났다고 생각하며 ...


-

영화는 참 좋더라.

영화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들어갔는데 아 영화 봐야지 하면서 자리잡기도 전에 영화가 시작되서.. 초반에 몰입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지만.. 총알처럼 달리는 차와 함께 혹은 훅훅 바뀌는 지역과 주인공의 상태를 따라 이야기에 리듬을 타니 어느 순간에는 가슴을 쿡쿡 찌르는 대사들이며 화면에 두시간 조금 넘는 시간을 다른 차원에 다녀온 것 같고 참 좋더라. 극장이 그게 참 좋음. 깜깜한 곳에서 스크린이나 무대에만 집중할 수 있게 아무런 잡생각하지 않고 영화나 극에 빠질 수 있게 해줘서. 간만에 극장 나들이. 참 좋더라.


음악도 좋았다. 심하게 쪼개지면서 격렬하게 오가는 리듬을 타는 주인공을 몇번 보여주는데 대사나 자막이 혹은 배우의 연기가 할 수 없는 이야기를 음악이 해준다고들 하는데 이 영화는 정말 그게 적절하게 보이더라. 게다가 그 음악들이 다들 내 취향이었음. 


주인공들과 중심인물은 남자배우들이 연기하지만 여기 나오는 여배우들은 왜 다들 이렇게 예쁜 배우만 모아놨어요. 크리스틴이랑 커스틴 던스트는 포스터 보고 알고 들어갔는데.. 에이미 아담스도 잠깐이지만 나오고... 남배우들이 초면이라 그런 걸 수도 있고.. 암튼 예쁘더라.


-

영화를 보고나서 쓸데없이 다짐이나 결심을 자주하는 편인데 오늘은 '쓰자'는 결심을 했다. 결심만...




온 더 로드 (2014)

On the Road 
7.4
감독
월터 살레스
출연
샘 라일리, 개럿 헤들런드, 크리스틴 스튜어트, 에이미 아담스, 톰 스터리지
정보
어드벤처, 드라마 | 미국 | 139 분 | 2014-03-27


Posted by White_Luna
2014. 2. 3. 16:21

우연하게 만난 전혀 상관 없는 사람들이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받는 모습을 보여주는 영화.


전혀 다른 세계가 만나서 

그 안의 공통점으로 동감을 하고 그러면서 자신의 모습을 돌아 보면서 변해간다. 

아버지와 아들 같기도 하고 친구 같기도 한 관계에서 

각자 가지고 있던 갈등을 서서히 없애가는데..


그게 야쿠쇼 코지와 오구리 슌이다.

정말 두 배우를 두고 봐도 아무런 접점이 없어 보인다.

일본에서 배우로 활동한다는 공통점은 있지만 

서로 찍어왔던 영화들의 분위기도 사뭇 다른 두 배우가 이야기를 끌어간다.


야쿠쇼 코지가 연기하는 인물은 벌목으로 살아 가는 60세 아저씨.

아내의 3주기를 앞두고 아들과 사이도 좋지 않다.

그저 혼자 밥을 차려 먹고 도시락을 싸서 일하러 가는 게 일상의 전부.

그러던 와중에 우연히 함께 하게된 영화 촬영현장에서 새로운 흥미거리를 만난다.


오구리슌이 연기하는 25세의 영화 감독은

촬영현장에서 목소리도 크게 못내고 

심지어 스텝들에게 짐으로 취급된다. 

그런 현장에서 도망가려는 길에 벌목하는 동네 아저씨를 만난다.




참 일본영화스럽게 풀었다.

소소한 에피소드들이 나열되면서 기복이 크지 않은 위기와 절정을 지나

감동의 엔딩으로 그리고 그렇게 변화된 모습으로 살아가는 에필로그로 마무리.


가족이나 옆에 있는 친구들이 살아가면서 의지가 되고 도움이 되지만 

그들에게도 하지 못하는 말이나 전하지 못하는 내 속을

전혀 상관 없는 이들에게 보여주면서 마음을 다잡거나 엉킨 마음을 풀 때가 있는데

이 영화에서는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다. 


감독에게 시나리오가 재밌다며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자신감을 찾게 해주고.

둘이서 같이 목욕을 하고 라면을 먹고 장기를 두고..

그러면서 야쿠쇼 코지가 영화 현장에 점점 도움을 주고 

그러면서 감독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고 자신감을 찾고 

그런 감독의 모습에서 이름과 나이가 같은 자신의 아들을 보게 되고 

친 부자간에서는 하지 않는 대화를 통해 자신의 아들과 아버지의 마음을 알게 되고 ...


현장에서 자신감을 잃고 감독 의자에도 앉지 못하는 감독에게 

자신의 아들에게 장기판을 만들어 준 것처럼 

좋은 나무에 이름과 나이를 새긴 의자를 만들어 주는 모습은 괜히 마음이 찡해졌다. 


그리고 나이와 나무에 대한 이야기.

25년을 자란 나무와 60년을 자란 나무는 다른 나무들 사이에서 크게 다를바 없고 차이도 느끼지 못한다. 

사람들이 나이를 먹고 살아가는 모습을 얘기하고 싶었던 건가?

영화'현장'과 벌목'현장'은 서로 다른 세계일지는 몰라도 

대장(감독)이 있고 그에 따라 각자의 맡은 일을 해서 하나의 일을 완성하는 것처럼.







딱따구리와 비 (2012)

The Woodsman and the Rain 
7.5
감독
오키타 슈이치
출연
야쿠쇼 코지, 오구리 슌, 코라 켄고, 우스다 아사미, 후루타치 칸지
정보
드라마, 코미디 | 일본 | 129 분 | 2012-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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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White_Luna
2013. 3. 23. 17:39

2003년 4월 1일 

한가롭게 인터넷 서핑을 즐기고 있던 밤 어떤 게시판에 장국영이 죽었다는 글이 올라왔다.

한참 만우절 농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던 게시판이라 다들 반쯤 

어떤 고약한 취미를 가진 사람의 장난이려니 싶었다.

아직 한국 인터넷 기사로도 정확한 이야기가 없다 

믿기지 않는다.

혹시나 싶은 마음에 짧은 중국어 실력을 동원해 중어권 인터넷을 검색해 본다. 

그리고 그가 뛰어내렸다는 호텔의 사진이 그의 이름과 함께 뜬다.


다음 날 학교 강의실에서도 모두 수근거리며 그의 죽음을 이야기 한다.

다들 그에 대한 추억은 하나쯤 가지고 있는 듯.

한동안 잊고 지냈던 그의 이름과 함께 붙은 죽음과 자살이라는 단어에 받은 충격이 쉽게 가시지 않는 듯 했다.

나 역시 마찬가지.

한동안 그의 죽음을 믿을 수 없었다.

그냥 어느 순간 다시 나타나 새 영화를 내놓을 것만 같았다. 

그리고 집착적으로 하루에 한 번 그의 이름을 검색창에 넣어 

울고 있는 사람들 장례식장에 도착하는 그의 동료들을 보며 그의 죽음을 확인한다.



2004년 4월 1일 

난 중국에 있었다. 

도시 전체에 재가 얹혀진 듯한 그 동네에서 중국어를 배우고 있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죽을정도의 향수병도 겪었고 즐거웠고 자유로웠지만 외롭고 우울했던 시기였다.

조용한 외국인 기숙사 방 안이 싫어 반도 못 알아 먹는 중국어 방송을 틀어 놓던 아침.

그의 1주기를 추모하는 팬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정말 정확하게 무슨 말인지 못알아 들었지만 ... 그를 그리며 호텔 앞에 꽃을 놓고 울고 노래하는 팬들의 모습과 

생전에 그가 연기했던 장면들 노래하는 장면을 편집해서 보여준다.

수업을 다녀와서도 종일 티비를 틀어놓고 연예뉴스며 뭐며 

일 년 전을 이야기하는 채널을 찾아 종일 티비를 본다.

멍하니 티비를 본다.



그리고 그가 죽은 지 10년이 지났단다.

그동안 4월이면 그의 영화를 한 편씩 본다. 생각나면 종종 그의 영화를 찾아 봤지만 4월에 보는 그의 영화는 느낌이 다르다. 

주로 보는 영화는 아비정전과 패왕별희 ..

영화를 보는 내내 알 수 없이 진지해지고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그의 몸짓 하나 숨쉬는 모습 하나에 집중하게 된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는 그냥 그렇게 어디선가 살아 있을 것만 같이 느껴진다. 

매년 4월 청승맞게 그를 추억했다.


그리고 올해 4월 1일을 일주일 정도 남겨둔 오늘 이 책을 읽었다.

책이 도착하고 포장을 뜯는 순간부터 손길이 어느 때보다 조심스럽다. 

하얀 표지를 보는 순간. 덜컹하고 긴장된다. 뭔 오바인가 싶어서 그냥 아무렇지 않게 한장한장 넘겨 봤지만.. 

그의 얼굴을 보면서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다.

역시 심하게 앓는 기간에 이 책을 읽는 건 너무 위험했나 싶기도.


책은 영화에 대한 글을 쓰는 기자의 이야기가 아닌 그를 너무 사랑했던 어느 팬의 수기를 읽는 듯 했다.

꼼꼼한 자료와 애정이 글자 하나하나에 담겼다. 

영화 하나 하나 그의 손길이 닿았던 홍콩의 곳곳에서 그를 기억하고 추억한다.

계속해서 그의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그가 진정 아름다웠던 배우였지만 하나의 인간이었음을 놓치지 않는다.

거칠게 그의 사생활을 파고 들어 난도질하고 자기 멋대로 재구성하는 그런 책이 아니라 

그가 사랑했던 것과 그를 사랑했던 사람들 

그가 아름다웠던 시절 그리고 영원히 기억에 남을 그의 장면을 함께 떠올려 볼 수 있게 했다.

그와 함께 보낸 작가의 추억을 이야기 하지만 동시에 나도 그 시절의 내가 본 장국영에 대해 추억하고 떠올린다.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장국영.

하나하나 그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며 난 다시 그를 되살리고 다시 사랑하게 되었다.

정말 아름다웠고 멋있고 어떤 누구와 비교될 수 없을 정도의 아우라를 지녔던 사람.

영원히 그 아름다움을 지니고 떠난 사람.

언제고 4월이 되면 떠오를 그 사람. 


그리고 언제고 떠올려 그 사랑을 확인할 수 있을 그 사람에 대한 이야기에 가슴이 벅차다. 

책 읽는 내내 코끝이 찡하고 어떤 연애 소설보다 사람을 설레게 만들었다.


그래 그는 갔지만 그의 영화 속에서 아직도 그 눈부신 모습을 보여주니... 얼마나 다행인가.

이제 4월이면 영화와 함께 이 책으로 그를 추억해도 되겠다. 


이런 책 정말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Posted by White_Luna
2013. 3. 1. 12:53

-

몇년 전에 본 다큐멘터리 "디어 평양"과 "굿바이 평양" (http://bye82.tistory.com/31)

이 영화는 그 다큐멘터리와 같은 줄기에 있는 극영화다.

같은 이야기를 좀 더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 한다.



이야기는 북에서 살고 있는 오빠가 치료를 받기 위해 일본으로 오면서 시작된다.

기다림.

그 찻집에서 동생은 오빠를 그렇게 오랫동안 기다렸을 거란 생각을 했다.

온다는 확신이 없는 길고 긴 기다림 끝에 오빠가 왔다.

비록 돌아갈 날이 정해져 있는 시한부 재회였지만 

다시 만난 가족들은 오빠가 병을 고치고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과 긍정으로 가득 차 있다.


하지만 오빠는 돌아왔으나 자유롭지 못하고 다시 헤어질 날만 가까워 지고 있다.

다른 가족들이 어떤 방법을 통해서든 수술을 하고 병을 치료하려고 하지만 

오빠는 이미 자신의 의지와 생각대로 살아갈 수 없다고 체념한 상태.

희망도 미래도 기대도 없는 삶.


친구들과 만나 옛이야기를 하면서도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하면서도 

오빠는 점차 자신의 자유로운 생활을 기억해 내지만 

자신을 북으로 보낸 가족에 대한 원망과 

그곳에서 생각과 의지를 버리게 되면서 겪은 갈등과 고통을 

그 짧은 시간에 다시 되새기느라 

그 누구보다 기쁘면서도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낸다. 


-

몇가지 장면

첫 장면 찻집 카운터바에 엎드려 오빠를 기다리는 여동생

영화 거의 마지막 장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비슷한 장면의 반복.

오빠가 온다고 해서 달라질 것 없었고 

단지 오빠가 며칠 일본에 온다고 해서 다시 가족이 왕래를 하며 함께 살 수 있는 것도 

오빠가 자유로워지는 것도 아니었던 거다.


오빠가 여동생에게 여행용가방을 사주려했던 장면.

여동생은 한국에 갈 수 없다는 걸 보니 조선적이나 북한 국적을 가지고 있었던 듯.

그런 여동생에게 오빠는 자신은 그리할 수 없으니 그 여행 가방을 들고 세계 어디든 가라 권한다.

가족에게 오는 것도 쉽지 않은 나라에 살고 있는 오빠.

가격에 놀라 선뜻 사주진 못하지만 미련이 남은 듯 계속 그 가방을 본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과 이 장면이 이어진다.


그리고 어머니

오빠가 갑자기 북으로 돌아가게 되자 손자들에게 선물을 보내기 위해 모으던 저금통을 깨서 

오빠를 감시하기 위해 온 북한 공작원에게 선물을 사준다.

이건 정말 .... 어머니이기에 할 수 있는 행동

그게 자식을 잘 봐달란 의미도 있겠지만 

그래도 저래도 손님이니까 손님을 제대로 대접해서 보내겠다는 어머니 마음.

그리고 그가 옷을 갈아 입기 위해 들어간 방에 김일성 김정일 초상화와 같은 벽에 걸린 북에 있는 가족들의 사진.

그렇게 있는 돈 없는 돈 해서 생필품을 보내고 옷을 보내고 선물을 보내는 어머니의 마음...


-

영화를 보기 전 양영희 감독님과 출연배우 자격으로 오신 양익준 배우님

이해하기 보다는 느껴주면 좋겠다고 했다.

내가 그들을 이해한다고 말하면 얼마나 우수워 보일까 싶지만 

적어도 그들의 고통을 더 많은 사람들이 알아주고 느껴줬으면 하는 바램.

그게 결국은 더 큰 해결을 찾는 방향으로 흐를 지 어떻게 아나



정말 사소한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서도 

그 이야기가 절대 자신만의 이야기가 아님을 감독님도 알고 있었을 듯.

그래도 더함도 덜함도 없이 자신의 시선으로 담아낸 이야기가 

옆에 있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 듯 해서 더욱 깊이 공감하고 느낄 수 있었다.


부디 이 영화가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져서 더 많은 이들이 이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공감하길 바랄 뿐이다. 



Posted by White_Luna
2013. 1. 19. 00:28

나는 카토리 싱고의 팬입니다.

그래서 이 영화를 봤습니다.

사실 팬이 아니라면 보지 않았을 영화였어요.

뻔하게 흘러가는 휴먼드라마 싫어 합니다.


팬이라서 영화를 보기 전에 영화에 대한 수많은 정보를 이미 알고 봅니다.


이 영화는 일본의 어느 동물 방송의 실화를 바탕으로 각색한 영화입니다.

어느 인기 없는 개그맨이 있었답니다. 

그 개그맨이 어렵게 어렵게 시작한 동물 방송에서 어떤 개랑 같이 현장에 나가는 방송을 했답니다.

그 개도 개그맨도 그렇게 똑똑하고 잘생긴 편은 아니었대요.

그런데 그런 순수한 면이 시청자들에게 인기를 얻고 방송도 개그맨도 개도 인기를 얻었는데 

방송이 한창 인기 있을 때 개가 암으로 죽었답니다.

인간과 동물의 아름다운 우정에 대한 이야기.

그게 이 영화의 내용인데


딱 얘기만 들어도 사이즈 나오잖아요.

이미 우리나라에도 개가 나오는 영화들이 있었고..

게다가 다른 동물도 아니고 개가 나온답니다. 


-

나는 개를 싫어합니다.

사실 개와 함께 지내본 일이 적어서 호불호를 따지기 좀 뭐한 감이 있었으나

친구 집에 있던 개와 같이 노는 것도 별로 안 좋아 했고 

결정적으로 얼마 전까지 일한 사무실에 개가 한 마리 있었어요.

아니다 나중엔 두 마리로 늘어 났는데 

그들을 대하는 내 모습을 보고 내가 확실히 개를 싫어 하는 구나 느꼈습니다.

결정장애에 우유부단한 성격이라 

이렇게 경험을 해보지 않으면 뭔가를 확실히 말하기 두렵습니다.


생명으로서의 동물이 동물답게 살 권리는 인정 합니다.

길고양이들에게 먹을 것을 주고 위험한 상태에 있는 동물들을 구하는 분들을 존경합니다.

그리고 동물원에 가서 멀찍이 떨어져서 동물을 보는 것도 좋아라 하구요.

동물 도감에서 동물 그림 보는 것도 좋아하고 

내셔널 지오 그래픽에서 동물들 보는 것 좋아하고 

다른 동물 다큐멘터리 프로그램도 좋아합니다.


그리고 명절마다 해주는 동물농장 명절 특집을 재밌게 잘 봅니다.

거기서 제일 좋아하는 꼭지는 집에서 알 깨고 자연으로 나가는 야생 조류의 첫걸음이나 

동물과 교감하는 하이디 그 분 나오는 것 좋아합니다.

말로도 통하지 않는 마음을 나누며 동물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토닥여 주는 모습에 가끔 눈물도 같이 흘립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 개가 내 생활에 들어오면 그만큼 싫은 게 없습니다.

내가 이기적이고 주변을 돌보지 않아서 그런 지 몰라도 

말도 듣지 않고 행동을 예측할 수 없는 생명과 함께 생활하는 게 맘에 안 들어요.

나도 개가 뭘 원하는 지 모르겠고 개도 내가 하는 말을 듣지 않고 정말 ... 싫어요.



-

그런데 이 영화의 주인공도 개를 싫어 하더라 이 말입니다.

하지만 돈도 없고 일도 없고 동료도 떠나고 연인마저 떠나려하니 

어쩔 수 없이 돈을 벌기 위해 개랑 같이 일을 합니다.

웃기지도 않고 방송에 대한 기본적인 센스도 없고 인기마저 없는 개그맨의 마지막 선택지였죠.


근데 개가 사무실에 있던 개랑 같은 종이에요.

래브라도 리트리버.

이 개들이 원래 사람말 드럽게 안 듣고 멍청하고 낙천적인가 봐요.

사무실에 기르는 개도 그랬거든요.

그런 개랑 같이 방송을 하려니까 얼마나 힘들겠어요.


방송이라는 게 즉흥이다 리얼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 예상을 하고 다 나가서 찍는 사람들이 원하는 그림을 찍어서 원하는대로 붙여 내보내는 건데 

개가 화면에서 지 멋대로 날 뛰니까 방송이 제대로 될 리가 있나요.

그런데 그러면서도 개라는 동물이 이상한 게 지들이 사람인 줄 알고 자기한테 잘해주는 사람한테 그렇게 달라 붙어요.

그게 딱 애기 같아서 사람한테 정붙이듯이 개한테도 정을 붙이게 되는 거죠.

그냥 방송이 되면 되는대로 개랑 개그맨의 모습을 다 내보내요.

실수하고 발광하는 개의 모습도 거기에 끌려다니는 모습도 다 ..

그런 걸 보면서 시청자들이 은근 또 그들에게 정을 붙이게 되고 

이 개그맨도 개랑 동고동락 하며 같이 인기도 얻고 정도 붙고 방송도 늘고 인기도 얻게 되요.

방송 외적인 상황도 최악이었지만 개의 도움으로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그러다가 개가 아프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인기를 얻고 개그맨으로서 인정도 받으면서 공연에서도 사람들이 웃어주고...

그럼에도 은혜 갚은 개그맨이 되어서 개가 임종을 앞두고 있다는 말에 공연이 끝나자마자 뛰어가서 임종까지 지킵니다. 

마치 친구나 가족처럼 대합니다 이 개를요.


뭐 그런 얘깁니다.


-

딱 사이즈가 나오는 휴먼드라마 싫어함에도 영화를 보고 공감하고 내 이야기처럼 느낀 부분들이 있었는데..

개를 싫어하지만 어쩔 수 없이 개랑 일하는 모습에서 

방송에서는 밝고 맑은 모습만 보여주지만 그런 모습을 통해 어쩔 수 없이 갖게 되는 방송의 뒷모습을 보여주는 모습에서  

"아 그렇지 그렇고 말고" 하면서 맞장구 치면서 봤네요.

그래서 슬슬 주인공에 동화 되면서 마지막 장면에서는 같이 막 눈물까지 흘릴 뻔 했어요.



누군가 얼음 거울의 파편이 눈에 들어간 아이에게 동화책을 읽어 주듯이 

영화가 자분자분 나에게 따뜻한 마음을 가지라고 해줬음.

하아... 이것이 힐링인가..


아 그렇다고 내가 갑자기 개를 키우고 싶거나 그렇게 된 건 아니고..

그냥 아 역시 개는 방송이나 멀리서 보는 게 제일 좋구나... 싶었어요. 


그런데 영화를 보면서도 느낀 건데 

그 멍청하고 낙천적이고 말 안 듣는 개를 그렇게 움직이게 하기 위해서는 

그 개가 연기를 해야 하는 건데 

개가 연기를 너무 잘하는 거라.

진실 같은 거짓을 위해 거짓말을 무지 잘해야 하는 영화의 속성이 생각나기도 하고 ....



-

아 카토리 싱고에게도 달달한 로맨스 코메디를...

각본도 좀 제대로 주고 여자 주인공이랑 알콩달콩하는 걸로 런닝타임을 모조리 다 채워도 좋으니까 

마사오 같은 캐릭터로 좀 로코를 시켜주세요.


행복해지자 같은 어정쩡한 드라마는 그냥 없던 걸로 치겠습니다.

그리고 여주가 영 아니었다고 ㅠㅠ 


싱고군이 싫어라하면 누가 강제로 좀 시켜주세요.


내가 싱고군 당신에게 연기를 무지 잘해서 어디가서 상 타오고 그런 배우가 되달라고 하는 건 아니잖아요.

아무리 노선 확실한 아이돌이라지만 

왜 맨날 이런 전체관람가 영화만 찍고 그럽니까 ㅠㅠ 



Posted by White_Luna
2013. 1. 17. 21:49

어제 보고 온 팀버튼 전의 감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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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너무 많다.
사람이 많아도 너무 많아서 일단 내 페이스대로 구경을 할 수 없었다.
사람들이 벽 앞에 두 세줄로 서서 몰려 있다.
도슨트는 방해만 되고 그들이 몰려 다니느라 내가 보고 싶은 것 보지도 못하고
내가 막 추월을 해서 막 앞질러 갔는데.... 
어떤 속도로 오는 건지 어느 새 다시 앞질러 있더라...
그렇다고 도슨트가 설명을 잘하는 것도 아니고
저기요 저한테 자료 주고 돈만 좀 주면 도슨트 해설 대본 좀 손 봐 줄 수 있는데
쨌든 질렸어. 사람들에 질렸음.

-
그리고 사람이 많으면 좀 영화는 집에 가서 따로 보세요 ㅠ
거기서 죽치고 영화 보라고 만들어 놓은 건 아닌 거 같은데 ㅠ
디즈니전은 전시물과 영상 사이에 사이를 둬서 다른 전시물 관람에 방해도 안 되고 
잘 볼 수 있었는데...
아 디즈니 전에는 사람이 별로 없었지.
암튼 사람도 많았지만 전시 동선도 엉망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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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전시 내용이 좀 실망임.
대부분이 팀버튼의 낙서나 컨셉아이디어 메모임.
역시 입장료가 싼 이유가 있었어.

-
그럼에도 불구하고 
팀버튼의 작품들은 정말 사랑스러움.
컨셉아이디어에서 영화의 한 장면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이 저절로 떠오름
말 그대로 팀버튼 영화 속에 들어가 있는 기분.
전부터 생각했지만 팀버튼은 천재 아티스트.
영화라는 매체로 그림책이라는 매체로 예술을 하는 사람.
초기의 단편 영화를 보면서 다시 확인함.
그거 알아요? 영화를 보면서도 계속해서 두근 거리면서 신나는 거.
그런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건 역시 팀버튼.

-
거의 다 컨셉 디자인 메모들 이지만 
영화에 사용된 소품이나 컨셉 피규어(?) 같은 것들이 살짝 전시 되었는데
그 중에 제일 감동적인 건 ㅠ 
배트맨 마스크랑 
펭귄맨이 애기 때 타고 있었던 유모차랑 
가위 손 가위장갑 재현품.
아... 아 ㅠㅠ 

-
팀 버튼 짱드셈 ㅠ

Posted by White_Luna
2012. 2. 20. 15:00

73p

개처럼 동전을 모아서 학처럼 은혜를 갚는 남자다

 

81p

-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고 들었는데.

교텐이 말했다.

- 그건 추락한 적 없는 인간들이나 하는 허울 좋은 말이야. 너도 알지 않냐?

- 글쎄다

교텐은 조금 피우다 만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끄고 눈을 감았다 희미하게 웃고 있는 것 같았다.

 

251p

- 그렇지만 어느 누구도 악의가 있었던 건 아니잖아요 그냥 사고일 뿐이죠.

- 그렇지 않아 나는 교텐이 싫었어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 수 없는 음침한 녀석이라고 미워했어.

  분명히 자신이 특별하다고 착각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어.

+

328p

- 지금까지 몇 번이고 남들한테 말해 줬을 테지만 나도 말할게. 

  넌 별로 잘못하지 않았어.

- 악의가 없었다고 해서 죄가 아닌 건 아냐.

+

329p

- 어때? 아물엇지? 

  새끼 손가락이 다른 손가락보다 조금 차갑긴 하지만, 문질러 주면 온기가 돌아. 

  원래대로 돌려 놓을 순 없어도 회복할 순 있다는 말이야.

 

 

 

 

 

영화를 먼저보고 책을 읽었는데 

책은 이렇게 재밌는데 

영화는 왜 그렇게 만들었을까?

뭐 이건 거의 대부분 원작이 더 낫긴 하지만..

 

-

사실 영화를 본 건 에이타때문이었음.

다다가 에이타고 교텐이 마츠다 류헤이였고..

영화를 보고 나서 괜히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만 자꾸 생각나서 좀 우울했음.

도르지 그 불쌍한 것이 자꾸 생각나서..

다다는 그냥 그 도르지가 일본인으로 환생한 것 같았음.

 

뭐 에이타가 연기한 탓이 제일 크지만

뭐 이렇게 일본 영화나 소설에 나오는 애들은

이런 식으로 불쌍하거나 안쓰러운 애들이 많은 건지 모르겠음.

내가 그런 것만 골라서 보나?

 

 근데 생각해보니 공중정원의 그 싸이코 의사도 있었고 

가네시로 카즈키 소설에 나오는 애들도 있긴 했지 ㅎㅎ

 

소설도 영화처럼 어둡고 우울하지만 

중간에 간쳐진 유머들이 갑자기 툭툭 티어나오는 맛이 좋았음

그러면서 소설은 독특한 분위기를 잡아 가는데..

영화에서는 아무래도 이런 부분을 좀 실패한 듯.

영화는 어둡고 어둡고 또 어두웠는데..

주인공들이 가끔 하는 농담은 그냥 픽하는 웃음도 안 나왔.... 아 이거 내 탓인가?

 

-

번역된 소설을 읽으면서 문체니 뭐니 하기는 좀 그렇지만

짧게 짧게 툭툭 던지는 문장이 참 좋았음.

다다와 교텐의 대화도 그런데..

'싸울 일도 없을 정도로 친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얘기하지만

너무 친해서 서로 편하게 얘기하는 그런 사람들끼리 나누는 대화 같은 문체

억지로 멋부리지도 않아서 더 좋고  

그럼에도 감동이 후려치는 글이라서 더 좋고..

 

 

-

글을 읽으면서 다 읽어가는 게 아까울 정도로 

다다랑 교텐이랑 이 작가가 너무 좋았음

Posted by White_Lu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