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0. 5. 01:48

둘 다 나쁘다.
남을 속이는 건 매한가지 솔직하지 못하다.
하지만 둘 중에 그나마 나은 걸 가려보자면 위악이 아닐까 싶은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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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동네는 장애인 학교도 있고, 장애인 보호시설도 있다.
슈퍼도 같이 쓰는 같은 생활권까지는 아니더라도 매일 그 시설들의 셔틀버스들이 동네에 다닌다.
그러다 보니 장애인들을 많이 본다.

이사와서부터 그랬다.
초등학교 등하교 시간에 아파트 후문에는 그 버스가 아이들을 내려놓고
아이들의 부모들이 아이들을 챙겨 집으로 돌아가는 풍경을 본다.

처음엔 조금은 다른 모습에 슬슬 피하기도 했고, 넋놓고 걷다가 놀라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은 나에게 어떤 방식으로든 피해를 주지 않았다.
다른 것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지니 그들을 밀어내는 마음도 점점 없어진 것 같다.
그러면서 조금은 위선을 떨면서 그들을 이해하고 보듬어 줄 수 있다고 남들에게 말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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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1학년 때 시정 인턴이란 것을 했다.
단순하게 아르바이트로 생각하고 지낸 한 달 동안 많은 것을 배웠다.
 
내가 일한 시 기관은 자원봉사센터.
자원봉사를 하고자 하는 사람과 일손이 필요한 사람들을 이어주는 곳인데, 방학동안 몰려드는 중고등학생들을 인솔해서 기관으로 가는 일을 맡았다. 솔직히 아무 것도 할 줄 모르는 건 중고등생들이랑 비슷했기에 말이 인솔이지 봉사자들이 하는 일을 함께 했는데, 한 곳은 거동이 불편하거나 치매때문에 보호가 필요한 할머니들이 계시는 수녀원이었고, 한 곳은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이 모여사는 곳이었다.

사실 중고등학교 때 봉사활동이라고는 동사무소나 우체국에서 일을 좀 도와드린 것 뿐이었지. 그렇게 어디다가 봉사활동 했다고 말할 수 있는 그런 데서는 한 번도 일해 본적이 거의 없어서 조금은 당황스럽긴 했다. 어떻게 도와 드려야할지도 잘 모르겠고, 내가 도와 드려서 더 불편해 지시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고.. 시설에서 상주하시는 수녀님들이나 봉사자 분들은 오히려 좀 막대한다 싶을 정도로 일반인들과 별다를 바 없이 대하셨다. 처음엔 그것조차 당황 스러웠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게 되려 그 분들을 위하는 일이었다. 결국은 같은 사람. 그거다. 누가 좀 더 불편하고 누가 좀 더 몸을 자유롭게 놀릴 수 있는 것 뿐이지 모두 같다.

장애인 시설에서는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비가 너무 많이 오는 날이라 그 날 오려했던 봉사자 분들이 오지 못해서 하루에 한 번씩 하는 목욕을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원래는 나처럼 설은 사람들에게는 잘 시키지 않는 목욕을 도와드리게 되었는데,  거기서 크게 실수를 하고 만다. 옷을 벗기고 원장님이 씻기고 내가 타월을 건네주고 수발을 드는데.. 그 타이밍이 좀 안 맞았다. 좀 쩔쩔 매면서 손이 헛돌고 좀 어색하게 굴었다. 조용히 야단을 맞았다. 그들이 그렇게 의사 표현을 하지 못한다고 수치심이 없는 줄 아느냐며, 나무토막이 아니고 사람이고 생명이라며.. 

그렇게 혼나기도 하면서 한 달을 보내고 마지막 날 이제 마지막이라며 그동안 수발 들어드리고 식사를 도와 드리던 할머니들이랑 같이 티비를 보고 종이접기도 했던 장애인들과 헤어지는데 서로 그렇게 아쉬울 수가 없었다. 특히 할머니들이랑 같이 있을 땐 당시 돌아가신 지 일년 정도 지났던 친할머니가 너무 너무 생각이 나는 거라. 그래서 같이 있으면서 우리 할머니 얘기도 했던터라 더 막 눈물도 찔끔찔끔 나고, 그 후에 다시 한 번 찾아 뵙겠다는 약속은 못지켰지만. 그래도 가끔 그 곳에서 잡았던 할머니들의 손과 조용히 혼냈던 원장님이나 더없이 선한 표정을 하고 거친 일도 마다하지 않던 수녀님들이 생각난다.

그렇게 그 여름을 지내면서 내가 위선을 떨 수 있는 포인트를 하나 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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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지금 티비를 보고 뉴스를 본다.
위선이 넘쳐난다.
그게 진심일지 몰라도 잘도 포장되어 비춘다.
예쁘게 사진으로 찍어 자신의 위선을 자랑하기도 하고 그 위선조차 없는 자들이 그 포장된 위선을 비꼬며 낄낄거린다.
사회악을 자신도 같이 처단할 수 있다며 공분하여 일어나기만 한다. 일어나서 무슨 행동을 보이는 건 아니고.

그게 그렇게 불편할 수가 없다.
내가 어쩔 수 없다면 특히 내가 이렇게 흥분해서 뭔가 바뀌지 않는다면 그 흥분을 좀 조절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미 몇년 전에 있었던 일이고 그 때도 충분히 사람들에게 알리려 노력했음에도
이제야 그 때 보여줬음 좋았을 분함을 여기저기서 터트리고 있다.
 
그럴만큼 정말 그렇게 당신은 착해요? 묻고 싶을 정도로.. 
Posted by White_Luna
2011. 7. 2. 23:18

2008년 4월 한시준

" 흔히 독립운동의 역사를 일제와 맞서 싸운 것 만으로 이해하거나 일제 강점기인 1910년에서 1945년까지 민족사가 단절된 것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많다. 그렇지 않다. 독립운동과정에서 민족의 역사가 변화하고 발전한 못브들이 적지 않다. 이러한 역사적 경험과 자산들이 해방후 그대로 계승되었고, 그것이 오늘의 발전을 가져온 원동력이 되었다."며 주장.

"거듭 말하건대 정부는 1919년 상하이에서 임시로 수립했고, 일제로부터 독립한 후 1948년에 정식으로 수립한 것이다. 1948년 8월 15일 수립 선포식 때 내건 현수막에 대한민국 건국이라 하지 않고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라고 한 의미를 유념할 필요갸 있다. 대한민국이 1948년에 건국되었다는 것은 민죽사에서 독립운동의 역사를 단절된 역사로 보는 몰이해, 그리고 독립운동가들이 근대의식을 과소 평가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2008년 5월 다시 한시준은 어느 신문이 "올해는 대한민국 탄생 60주년이 되는 해"라고 하면서 "대대적인 국민축제로 나라의 환갑을 맞자"는 내용의 글을 실은 것을 문제 삼았다. 그는 "고려대가 2005년에 성대하게 개고 100주년 기념행사를 치렀다. 1905년 이용익이 설립한 보성전문학교부터 연원을 따졌기 때문이다. 고려댛가교란 이름은 1946년 미군정청 아래서 정해졌다. 설립자도 다르고, 학교의 이름도 달랐지만 1946년을 건학의 출발로 삼지 않는다. 연세대, 이화여대등도 마찬가지다"며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그런데 유독 임시정부의 역사만 제외 시키고 다른 잣대를 들이댄다. 더욱이 역사학자들이 앞장서서 건국 60주년이라고 주장하는 데는 할 말을 잃는다. 우리는 그동안 일본과 중국이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는 사실에 흥분해왔다. 그렇지만 건국 60주년이란 주장을 보면서 정작 우리 자신이 우리의 역사를 왜곡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ㅇㄹ 하게 된다. 우리 자신이 우리의 역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중략)

 

2008년 7월 우리어문학회 고문 박영원 조선일보가 건국 60주년이란 표션을 쓰는 것에 대해 이의 제기.. 60년 이전의 우리나라 역사를 우리 스스로가 부정하는 꼴이 된다며 과거의 왕조나 일제 치하의 역사와 구분하기 위한 것이라면 대한민국 정부수립 60주년이나 민주헌정 수립 60주년으로 표현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이에 조선일보는 만약 그렇다면 고조선 이외에 어떤 나라도 건국이라 쓸 수 없을 것이며.. (중략) .. 한국사에서 처음으로 헌법과 의회의 기반을 둔 주권 재민의 민주 공화제 국가인 대한민국이 실질적인 주권을 갖추고 세워졌다는 데 초점을 맞춤 표현.."

 

2008년 7월 전 국사편찬 위원회 위원장 이만열 1948년 정부수립 당시 이승만도 대한민국 30년을 주장했었다는 점을 지적.. "건국 60년을 고집하는 근저에는 대한민국 국부 이승만에 대한 추앙심이 전제되어 있다고 보는데, 왜 이승만의 이런 역사의식은 공유하지 않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중략) 

 

안타까운 일이다. '건국 60주년'이냐 '건구 89주년'이냐 하는 건 차분하게 이야기해볼 수 있는 주제임에도 정부주도의 행사가 스스로 특정 정치적 성향의 색깔을 강하게 내세우는 바람에 일을 그르치고 말았으니 말이다.

 

한국 근대사 산책 6권 205p~20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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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 방송 KBS에서 이승만과 백선엽에 대한 다큐를 기획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는 즈음에

 

마침 지금 읽고 있는 책에서 묘하게 적어두고 싶은 이야기들을 발견..

 

당신들은 역사에서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일까?

그리고 역사를 어떻게 이해하고 이용하며 세뇌 시키고 싶은 것일까?

Posted by White_Luna
2011. 3. 15. 0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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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큰 지진이 났다.
라는 사건에서 며칠의 생각들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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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지구과학 제일 첫머리에 배우는 판게아 대륙판 이런 이야기..
그 때까지만 해도 과학을 무지 좋아했던지라 수업시간에 절대 자지 않고 열심히 들었었다.
아직도 그 수업시간에 기름종이로 대륙 모양을 그리고 오려서 움직여 붙이던 수업내용이 기억난다. 

원래 지구는 하나의 대륙이었다. 
그런데 얘네들이 찌져지고 움직이고 서로 부대끼고 이러저러한 과정을 거쳐 
지금의 오대양 육대주를 이루고 있다. 
이는 우리가 생각할 수 없는 긴 시간을 통해 이뤄졌고
지구는 지금도 움직이고 있다. 인간이 느낄 수 없을 뿐..
일본이 그렇게 지진이 잦은 이유도 일본 자체가 판과 판이 만나는 지점에 위치하고 
두개의 대륙판이 만난 자리에 솟아난 땅이기에 
계속 움직이는 판들이 지진과 화산 활동을 일으킨다.

그런 이야기가 뉴스 시간마다 대학교수님들의 입을 통해 다시 듣는다.

지구는 지금도 움직이고 있다. 인간이 느낄 수 없을 뿐..
인간은 그 지구의 역사에서 아주 짧은 기간동안 지구위에 살고 있다.
인간이 지구를 정복한 듯 보이지만
이런 큰 자연현상이 한 번씩 인간이 하찮은 존재임을 느끼게 한다.

물론 지금까지 아이티나 뉴질랜드의 중국의 큰 지진이나 
아일랜드나 이탈리아등의 화산폭팔을 해외 토픽을 통해 봐왔지만..
일본이다.
바로 옆에 있는 나라다.
그렇게 자주 봐왔던 도쿄타워가 휘어지고 
원자력 발전소에서 새어나온 방사능 물질이 우리나라에 영향을 끼칠지도 모른단다.

이거 꽤 큰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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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우리와 꽤 묘한 관계다.
누가 먼저 쓰기 시작했는지 모르겠지만 
가깝고도 먼 나라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나라다.
지리적으로는 바로 옆에 붙어 있지만 
그만큼 역사적으로 얽혀 있다.

어떻게 보면 우리가 일방적으로 당했던 역사이긴 하지.
바다를 건너 노략질을 해먹던 해적들이(왜구들이) 
자기들끼리 순위를 정해 한통속이 되더니 바로 전쟁이다~! 하고 쳐들어오고
노란 머리 해적들에게 당해서 그들의 문화를 받아들이고 그들을 따라 한답시고 쳐들어오고.. 
 
그리고 아직도 영토분쟁중이다.
언제나 그들을 옹호하는 발언은 쉽지 않다.
친일이 되고 나라를 팔아 먹은 이완용의 후손이 된다.
그랬던 나라다.

그래서 입장이 애매해진다.
그렇게 죽도록 미운 나라인데 그 나라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
손 쓸 틈도 없이 물에 휩쓸린다.
공장이 불타고 도로와 철도가 끊어지고 
먹을 물과 음식도 부족한단다..
그걸 항공촬영한 모습이 매 뉴스 시간마다 나온다.

물론 쌤통이다. 한 것만큼 당하는 거다...이러는 사람들도 있지만..
일본인이라는 이름을 지우고 그냥 지구인이라는 범위에 넣고 본다.
우리는 모두 친구...이지 않은가..
그리고 함께 안타까워한다.

그들에게 사랑을 받았다는 한류스타가 진심으로 함께 안타까워 하며 거금을 기부하고 
사람들은 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물론이 와중에도 ㅄ짓을 멈추지 않고
초딩스럽고 단순한 사고로 보는 이들이 아득해지게 하는 말도 안 되는 말들을 주고 받아 놓고 
회의랍시고 자기들끼리만 만족해하던 사람들도 있었고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런 식으로 말하지 않겠나 싶던 
예상 답안을 고대로 내주신 종교지도자도 있고 

지진이나 방사능유출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가 시끌시끌하다.
그래 일본은 진짜 우리랑 가깝고도 먼 나라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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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와중에 난 일본 연예인의 안부나 걱정된다.
그들도 참 혼란스럽고 서로 걱정하는 모양이다.

원피스 작가의 실종 루머가 떠돌고..
목격정보를 통해 연예인의 생사를 팬들끼리 확인하고 
쟈니스는 아예 공식 발표로 모두 무사하다고 알려주고 

하물며 나도 이런데 
그 나라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며 
그 땅에 친지가 있는 사람들은 오죽하겠나..

트위터는 그들을 찾는 벽보들이 RT를 타고 흐른다.
이산가족 찾기 방송하던 시절에 방송국 주변에 벽보를 붙였다는 자료 화면이 오버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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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부디 
피해입은 지역의 일본인들이 모두 힘내서 다시 일어났으면 좋겠다.
그리고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이 크겠지만 
이겨낸 다고 이길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마음의 평화를 찾길 바란다.
난 종교는 없지만 
신께서 내 기도를 들어주신다면 당분간 일본을 위해 기도하련다.
부디.. 

Posted by White_Luna
2011. 1. 27. 01:55

골을 넣는 것이 궁극의 목표인 운동경기.
따라서 뭐 어찌되었던 간에 골만 더 많이 넣으면 장땡인 그런..
그깟 공놀이.


단체 경기인 탓에 또한 그 단순한 경기의 룰 탓에 
많은 사람들이 비교적 쉽게 빠져들어 즐길 수 있는 경기.
특히 우리나라처럼 
민족적 자긍심이니 애국심이니 
공 하나에 때려 넣어 생각하는 그런 나라에서 더욱 집중하는 국가대표 경기. 
덕분에 온 국민의 눈이 공 하나에 몰리게 되는 무서운 상황도 발생하는 그런 경기.
그래도 결국은 국격(?)이니 국민 총생산량이니 숫자로 세기 좋아하는 우리나라에 
전혀 도움은 안 되는
그깟 공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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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라는 말이 붙으면 
평소에는 어디서 뛰는 지 어떻게 뛰는지 
공격 포인트는 어떤지 소속팀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전혀 관심 없다가
골 하나 넣으면 칭찬이 쏟아지고
실수 한 번 하면 평생 들을 욕을 한 번에 먹는 그런 경기.
선수들 스스로가 자부심을 가지고 뛰지만 
국가대표라는 거창한 이름때문에 부담을 안고 뛰는 경기.
아무리 패스 연결을 잘해도 
아무리 수비를 잘하고 공격 상황을 만들어 줘도 
결국은 결정적인 순간에 골 하나 넣고 먹느냐에 따라서 
천당과 지옥을 오가게 만드는 
그깟 공놀이.


의미 부여를 하자면 숭고하고 거룩한 국가대표 경기이지만 
단순하게 생각하면 그저 수많은 경기 중에 하나일 수도 있는 경기에서 
90분 가량 잘 뛰고 심지어 골도 넣고 
아니 그 이전에 그 경기를 가능하게 했던 골과 좋은 경기를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몇 초간의 세리머니와 한 번의 승부차기 실축으로 
나쁜 놈이니 못하는 놈이니 욕을 먹을 수도 있는 
참 신기한 공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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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그래왔듯이 
전 국민이 축구 전문가가 되고 동시에 누구보다 나라를 사랑하는 애국자가 됐던 두어시간.
120분간의 혈투 끝에 돌아온 선수들을  
더욱 날카로운 칼날을 겨누고 기다리는 사람들 사이에서 
경기의 여운과 흥분을 오히려 쉽게 식게 만들어준 하루 종일.
학자들과 언론에 의하면 
세상 사는 모든 것과도 연결 시킬 수 있는 경기지만
그냥 공하나 놓고 굴리는 공놀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이런 소리 하면 꼭 애국자가 아니네... 
축구를 싫어하네 하는데..
애국자는 몰라도 내가 축구를 얼마나 좋아하는데..
근데 국가대표 경기는 좀 내가 아는 축구랑 많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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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경기 보면서 욕한다고 뭐라고 하시는 분들.
물론 그게 잘한 행동은 아니지만 
그 격한 경기를 보면서 오페라 감상하듯 우아하게 보고 그러면 그게 경기 보는 맛이 나나요? 응? 

Posted by White_Luna
2009. 7. 11. 02:01




49일 만에 처음으로 분향을 영전에 꽃을 놓아 드렸습니다.

봉하마을도
대한문 앞으로도
그 날의 서울광장에도
선뜻 나설 수 없었습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제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던 것 같습니다.

남사스럽다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오재를 지냈다는 말에 괜히 마음에 돌덩이가 하나 얹어진 듯 했습니다.

비가 많이 오던 어제
너무도 많이 생각이 났습니다.
헤어진 남자 친구도 아니고
돌아가신 할아버지 할머니도 아닐진데
비오고 우중충한 분위기에 더욱 사무쳤습니다.

퍼부어대는 비 때문에 베란다에 들어온 물을 빗자루로 쓸어 내면서
그냥 괜시리 찔끔 눈물을 지렸습니다.

혼자 아무도 모르는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가는 기분은 이상했습니다.
선배의 손에 글려가는 집회도 아니고
아무도 같이 갈 사람 없이 가는 축구장도 아니고
그러다 점점 장소에 가까워 지자 마음이 차분해 집니다.

국화 꽃을 받아들고 번쩍이는 네온사인과
나이트 클럽 웨이터들이 앞 다투어 명함을 나눠 주며
항상 차가 막히는 팔차선 도로 가에 있는 그 곳은
보이지 않는 막에 싸여 있는 듯 고요했습니다.


우선 영전 앞에 줄을 섰습니다.
점점 내 앞에 사람이 없어질 수록
그냥 눈물이 났습니다.

손에 들고 있던 손수건을 괜히 꼭 쥐어 보고
나누어준 국화 꽃을 괜히 만지작 거리게 되더라구요.

죄송하고 미안한 마음이 컸습니다.
이제야 마지막에 다 되서야 당신 앞에 섰네요.
당신이 사람들에게 모진 말을 듣고 있을 때도
악다구니를 드러내고 당신의 일거수 일투족에 족쇄를 채울 때도
전 당신과 함께 있지 못했더랬습니다.

그런 제가 이제야 당신께 인사를 하기 위해 섰다는 것에 죄송했습니다.

전 언제나 늦었습니다.

정말 미안합니다.


저녁에 당신에 대한 다큐를 아버지와 함께 봤습니다.
49일 동안 계속봐 왔던 당신의 모습과 목소리 였지만
이제 진짜 이승을 떠났을 당신을 생각하니
그 동안 흘렸던 만큼의 눈물이 또 흐릅니다.

아버지가 묻습니다.
"저런 대통령이 또 나올 수 있을까?"
제가 대답합니다.
"제가 죽을 때까지 안 나올 것 같아요."

제가 이제 당신께 다시 묻습니다.
"우린 다시 당신과 같은 대통령을 만날 수 있을까요?"
Posted by White_Luna
2008. 12. 27. 01:01

어찌된 일인지 이곳에서는 정치적인 이야기를 주로 쓰게 되는 것 같다.

아무래도 내가 글을 쓴답시고 벌여놓은 다른 곳에서는
나와 이러저러하게 얽힌 사람들이 드나들어서
나의 색을 온전히 드러내기는 조금 주저하게 되는 면이 있어서 인가보다.

아무튼
2008년의 마지막

작년 이맘때 즈음
내가 여의도에서 느꼈던 그 추위는
살을 도려내는 삭풍으로 바뀌었다.

올해 내내 삭풍이 몰아쳤던 것 같다.
겨울이 되고 눈이 내리면서
그 삭풍은 북극이나 남극의 그것보다 더 거세게 몰아친다.

북극의 얼음도 녹아가는 마당에
우리나라는 기상청에서 측정한 기온은 어떨지 몰라도
마음에서 느끼는 체감 온도는 일년 내내 영하권 이었다.

뉴스를 보기가 무서워진지 오래던 어느날
잘 가는 포털사이트에서 뉴스 얘기가 나왔다.
워낙에 이런저런 얘기가 나왔던 곳이기도 했고,
촛불의 열기도 휩쓸고 지나갔던 곳이기에
가끔 한 번씩 잊지 말자 육이오마냥
반복되는 뉴스가 퍼날라지는 곳이기도 했지만
그 날의 헤드라인은 어느날 보다 강렬했다.

여의도 전기톱

전기톱하면,
영퀴방 드나들던 시절의 전설의 명화(!) 
텍사스 전기톱 살인사건에서 익숙했던 그 단어 아니었던가!
여의도에 왜 갑자기 살인마가 날뛰기라도 했단 말인가?

공포영화의 타이틀 같은 헤드라인 아래
악플의 행진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 놈이 그 놈이다.
결국은 같은 놈들이다가 이어진다.

하지만 그 글에는 기사가 짧다.
왜 그런 일이 있었는지 아무도 설명해 주지 않았다.

너무도 궁금해서 엠파스를 뒤져본다.
(이건 네이훵의 편향적인 뉴스배치와 상관없이; 엠파스가 좀 뉴스를 많이 긁어서 보여주기 때문이다.)





가관이다.
정말 아름답다.
조중동이 날뛰니까
단편적인 악플러도 날뛴다.
그 장단에 검색어도 날뛰고
미디어는 미친듯이 편향적인 방향으로 이미지를 조작한다.

부수는 사람만 보여주고 그 안에 막혀있는 것은 보여주지 않는다.

왜 막고 왜 부수는지도 설명해 주지 않는다.
단편적인 한 컷을 가지고 상황을 호도하고 왜곡한다.




이런 아름다운 일이 다 있나!





작년에 예상했던 일보다 더 엄청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내가 여의도 길바닥에서 봤던 일이
그 한 블럭 건너에 있는 그 들어가기도 힘들다는 건물에서 재현되고 있다.

아니 예상했던 것보다 충격적인 일이다.

역시 상상 그 이상을 보여주는 능력이 놀라울 뿐이다.



어렸을 적에 어렴풋이
뉴스 앵커들이 왼쪽 가슴에 글씨가 쓰인 까만 리본을 달고 방송을 했던 기억이 난다.
아마도 엄기영님 이었을 것이다.

지금 뉴스에서 그 것이 재현되고 있다고 한다.
뉴스를 시간 맞춰 보기 힘든지라 눈으로 본 일은 아니지만..

일 년만에 잃어버린 10년을 바로 돌려 놓았다.
이것도 어찌보면 능력일까?





내 앞가림하기도 힘들고,
내 먹고 사는 일도 힘들어서 기운이 쪽쪽 빠지는데,
뉴스며 신문이며,


오죽하면 유시민님과 진중권님이
올해 즐거웠던 뉴스를 김연아 선수의 선전이라고 말했을까?










다가오는 2009년 그저 바라는 것은 없다.

더 나빠지지만 않으면 좋겠다.

뭐 어느 한 부분만 말하는 건 아니고.....여러모로 말이다.
Posted by White_Luna
2008. 7. 14. 21:00

어제 종일 뉴스 안 보다가
오늘 고마운 네이트 온 속보알림 덕분에
일본 놈들이 또 헛소리를 거국적으로 지껄이기 시작했다는 것을 보게 되었다.

어느 때와는 다른 기분이 드는 것이
아무리 우리의 대통령님이 떠들어 주셔도
그 말에서 무슨 비장함이 느껴지기 보다는
눈치 보이니까 한마디 해주시는 걸로 밖에 안 보인다.

믿음이 안생겨.

우리나라 요즘 참 시끄럽다.
광우병에다가
금강산총격사건에다가
이제는 독도다.

무슨 사건들이 이리도 시의 적절하게 크게 빵빵 터져 주시는 지 정신을 못차리겠다.


내 처지 걱정하기도 바쁜데 내가 나라 일까지 신경써야 하겠냐고요..

대통령님은 미국에 일본에 관광으로 다니시나 보다.
어떻게 미국 다녀오니 광우병 터지고
일본 다녀오시니 독도 가지고 시비야.

회담이런 거 할 때 저런 문제에 대해서도 얘기를 나눠줘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러라고 미국에 일본에 세금으로 보내드린 건데..
골프장 미니자동차 운전하느라 바빴나 보네..





그나저나 이런 일이 한 번씩 터질 때마다
참 입장 난감해 진다.

일본 연예인을 좋아라 하는 입장에서 참 괴롭다.

내가 좋아하는 그룹에 한 명이 정치적인 성향이 보수적인 걸로 알고 있다.
이건 그 그룹 팬 커뮤니티나 같이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도 조심스러워서 말을 못하겠다.

얼마 전부터 돌아다니던 우익 일본 배우 리스트며 돌아 다닐 때도 좀 불안 불안했다.
이번에 찍고 있는 영화가 좀 민감한 내용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고,
우리나라에 개봉할 영화도 아니기에 그냥 조용히 넘어가줬으면 했는데,
그렇게 한 번 돌기 시작하면 그 영화 개봉하고도 여파가 남아 있을 것으로 예상되며,
분명 리스트에 올라서 난도질 당할 것이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그럴 때 "우리 옵화는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찍었을 뿐이에요."라고 둘러대기도 뭣한 것이..
코다쿠미가 야구장에서 기미가요 부르기 전에 이미 이 사람이 오래 전에 불렀더랬고,
그 사람이랑 친한 사람들의 면면을 보고
평소에 토크 프로그램에서 하는 말을 보면
사람이 보여지는 모습이 내가 싫어하는 모습인 거다.

내가 그 사람의 됨됨이를 보고 좋아하기 시작한 것도 아니고,
그저 사진이나 동영상 보면서 즐거워 하고 있지만
내가 저 사람을 좋아해도 되나 하는 죄책감이 느껴지는 거다.

당연히 죄책감을 느껴야 하는 것도 맞고,
그의 보수우익성향을 두둔하고 싶지도 않은데..
또 딱히 "오늘부터 옵화가 싫어요."라고 잘라 버리고 싶은 기분도 아니라는 거다.

이런 또 복잡한 마음은 한일 관계가 어수선해지면 더 심해진다.
어느 때보다 "일빠"에 대한 비판의 강도가 심해지기 때문이다.
일빠를 비판하는 이들의 눈에는
나 역시 "일본 좋아. 한국 꺼져."를 외치는 아이로 밖에 안 보이겠지.



뭐 어디 남탓을 하겠나.
다 내가 엄한 데 정신팔린 탓이지..
Posted by White_Luna
2008. 6. 15. 00:20

먹어서 죽는다  

우리 나라는 어디를 가나 온통 음식점 간판들로 요란하다.

도심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가든'이 왜 그리도 많은지, 서너 집 건너마다 가든이다. 숯불 갈비집을 '가든'이라고들 부르는 모양이다. 사철탕에다 흑염소집, 무슨 연극의 제목 같은 '멧돼지와 촌닭집'도 심심찮게 눈에 띈다. 이 땅에서 이미 소멸해 버리고 없다는 토종닭을 요리하는 집도 버젓이 간판을 내걸고 있다. 게다가 바닷가에는 동해, 황해, 남해 가릴 것 없이 경관이 그럴 듯한 곳이면 횟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우리 나라 사람들이 이렇듯 먹을거리에, 그 중에서도 육식에 열을 올린 지는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1960년대 이래 산업화와 도시화의 영향으로 식생활을 채식 위주에서 육식 위주로 바뀌었다. 국민 건강이나 한국인의 전통적인 기질과 체질을 고려한다면, 육식 위주의 식생활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환경 운동가로 널리 알려진 제레미 리프킨은 '쇠고기를 넘어서'라는 책에서 개인의 건강을 위해서든, 지구 생태계의 보존을 위해서든, 굶주리는 사람을 위해서든, 동물 학대를 막기 위해서든 산업 사회에서 고기 중심의 식생활 습관은 하루빨리 극복되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그가 인용한 자료에 따르면, 소와 돼지, 닭 등 가축들이 지구상에서 생산되는 곡물의 3분의 1을 먹는다고 한다. 미국에서 생산되는 곡물의 70%이상이 가축의 먹이로 사용된다. 초식 동물인 소가 풀이 아닌 곡식을 먹게 된 것은 우리 시대에 일어난 일인데, 이런 사실을 농업의 역사에서 일찍이 없었던 새로운 현상이다. 오늘날 미국에서는 1파운드의 쇠고기를 생산하는 데 16파운드의 곡식이 들어간다고 한다. 고기 중심의 식사 습관이 이처럼 한정된 식량 자원을 낭비하고 있다.

가난한 제 3세계에서는 곡식이 모자라 어린이를 비롯해서 수백만의 사람들이 굶주려 죽어 가는데, 산업화된 나라에서는 수백만이 넘는 사람들이 동물성 지방을 지나치게 섭취하여 심장병, 뇌졸중, 암과 같은 병으로 죽어가고 있다.

미국 공중 위생국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1987년에 사망한 210만 명의 미국인 중에서 150만 명은 지방의 지나친 섭취가 사망의 주요 원인이 되었다고 한다. 특히, 미국에서 둘째 번으로 흔한 질병인 대장암은 육식과 직접 관계가 있다고 한다. 또다른 보고서에 따르면, 고기 소비와 심장 질환 및 암 발생이 서로 관련이 깊다고 한다. 쇠고기 문화권에서 심장병 발생률이 채식 문화권에서의 발병률보다 무려 50배나 더 높다는 것이다. 그러니 오늘날 미국인들과 유렵 인들은 말 그대로 '먹어서 죽는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연구 사례를 읽으면서 내가 두려움을 느긴 것은, 요즈음 우리 나라에서도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전통적인 우리 식생활 습관을 버리고 서양식 식생활 습관을 그대로 모방하고 있다는 점이다. 병원마다 환자들이 초만원을 이루고 있는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우리는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먹어서 죽는 것은 미국인들과 유럽인들만이 아니다. 우리도 먹어서, 너무 기름지게 먹어서 죽을 수 있다.

리프킨의 책을 읽으면서 우리 인간이 얼마나 잔인하고 무자비한가를 같은 인간으로서 부끄러워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린 수송아지들은 태어나자마자 거세(去勢)된다. 좀더 순하게 만들고 고기를 연하게 하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비좁은 우리에서 짐승들끼리 상처를 입히지 않도록 하기 위해 쇠뿔의 뿌리를 태우는데, 소를 마취도 하지 않고 뿌리를 태우는 약을 사용한다. 그뿐만 아니라, 최소한의 시간에 최대한 빨리 성장하도록 성장 촉진 호르몬을 주사하거나 소에게 여러 약들을 먹인다.

태어나자마자 거세되고 갖은 약물이 주입되는 소들은 옥수수, 사탕수수, 콩같은 곡물을 먹게 되는데, 그 곡물들 또한 제초제로 절여진 것들이다. 현재 미국에서 사용하는 제초제의 80%가 옥수수와 콩에 살포된다고 한다. 말 못 하는 짐승들이 이런 곡식들을 먹으면, 그 제초제가 동물의 몸에 축적되고, 수입 쇠고기를 먹는 이 땅의 소비자들에게 그대로 옮겨진다. 미국 학술원의 국립 조사 위원회에 따르면, 제초제에 오염된 가축 중에서 소가 제1위고, 살충제 오염으로는 제2위를 차지한다고 한다. 쇠고기에 남아 있는 제초제와 살충제로 인해 발암 위험이 높아지는 것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리프킨의 글을 읽으면서, 육식 위주의 요즈음 우리 식생활이 얼마나 어리석고 위태로운 먹을거리로 이루어져 있는가를 되돌아본다. 그의 글은 일찍이 우리가 농경 사회에서 익혀 온 식생활이 더없이 이상적이고 합리적이라는 사실을 깨우쳐 주고 있다. 우리는 그릇되게 먹어서 죽는 어리석음에서 벗어나야 한다.



Posted by White_Lu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