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2. 27. 01:01

어찌된 일인지 이곳에서는 정치적인 이야기를 주로 쓰게 되는 것 같다.

아무래도 내가 글을 쓴답시고 벌여놓은 다른 곳에서는
나와 이러저러하게 얽힌 사람들이 드나들어서
나의 색을 온전히 드러내기는 조금 주저하게 되는 면이 있어서 인가보다.

아무튼
2008년의 마지막

작년 이맘때 즈음
내가 여의도에서 느꼈던 그 추위는
살을 도려내는 삭풍으로 바뀌었다.

올해 내내 삭풍이 몰아쳤던 것 같다.
겨울이 되고 눈이 내리면서
그 삭풍은 북극이나 남극의 그것보다 더 거세게 몰아친다.

북극의 얼음도 녹아가는 마당에
우리나라는 기상청에서 측정한 기온은 어떨지 몰라도
마음에서 느끼는 체감 온도는 일년 내내 영하권 이었다.

뉴스를 보기가 무서워진지 오래던 어느날
잘 가는 포털사이트에서 뉴스 얘기가 나왔다.
워낙에 이런저런 얘기가 나왔던 곳이기도 했고,
촛불의 열기도 휩쓸고 지나갔던 곳이기에
가끔 한 번씩 잊지 말자 육이오마냥
반복되는 뉴스가 퍼날라지는 곳이기도 했지만
그 날의 헤드라인은 어느날 보다 강렬했다.

여의도 전기톱

전기톱하면,
영퀴방 드나들던 시절의 전설의 명화(!) 
텍사스 전기톱 살인사건에서 익숙했던 그 단어 아니었던가!
여의도에 왜 갑자기 살인마가 날뛰기라도 했단 말인가?

공포영화의 타이틀 같은 헤드라인 아래
악플의 행진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 놈이 그 놈이다.
결국은 같은 놈들이다가 이어진다.

하지만 그 글에는 기사가 짧다.
왜 그런 일이 있었는지 아무도 설명해 주지 않았다.

너무도 궁금해서 엠파스를 뒤져본다.
(이건 네이훵의 편향적인 뉴스배치와 상관없이; 엠파스가 좀 뉴스를 많이 긁어서 보여주기 때문이다.)





가관이다.
정말 아름답다.
조중동이 날뛰니까
단편적인 악플러도 날뛴다.
그 장단에 검색어도 날뛰고
미디어는 미친듯이 편향적인 방향으로 이미지를 조작한다.

부수는 사람만 보여주고 그 안에 막혀있는 것은 보여주지 않는다.

왜 막고 왜 부수는지도 설명해 주지 않는다.
단편적인 한 컷을 가지고 상황을 호도하고 왜곡한다.




이런 아름다운 일이 다 있나!





작년에 예상했던 일보다 더 엄청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내가 여의도 길바닥에서 봤던 일이
그 한 블럭 건너에 있는 그 들어가기도 힘들다는 건물에서 재현되고 있다.

아니 예상했던 것보다 충격적인 일이다.

역시 상상 그 이상을 보여주는 능력이 놀라울 뿐이다.



어렸을 적에 어렴풋이
뉴스 앵커들이 왼쪽 가슴에 글씨가 쓰인 까만 리본을 달고 방송을 했던 기억이 난다.
아마도 엄기영님 이었을 것이다.

지금 뉴스에서 그 것이 재현되고 있다고 한다.
뉴스를 시간 맞춰 보기 힘든지라 눈으로 본 일은 아니지만..

일 년만에 잃어버린 10년을 바로 돌려 놓았다.
이것도 어찌보면 능력일까?





내 앞가림하기도 힘들고,
내 먹고 사는 일도 힘들어서 기운이 쪽쪽 빠지는데,
뉴스며 신문이며,


오죽하면 유시민님과 진중권님이
올해 즐거웠던 뉴스를 김연아 선수의 선전이라고 말했을까?










다가오는 2009년 그저 바라는 것은 없다.

더 나빠지지만 않으면 좋겠다.

뭐 어느 한 부분만 말하는 건 아니고.....여러모로 말이다.
Posted by White_Lu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