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7. 11. 02:01




49일 만에 처음으로 분향을 영전에 꽃을 놓아 드렸습니다.

봉하마을도
대한문 앞으로도
그 날의 서울광장에도
선뜻 나설 수 없었습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제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던 것 같습니다.

남사스럽다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오재를 지냈다는 말에 괜히 마음에 돌덩이가 하나 얹어진 듯 했습니다.

비가 많이 오던 어제
너무도 많이 생각이 났습니다.
헤어진 남자 친구도 아니고
돌아가신 할아버지 할머니도 아닐진데
비오고 우중충한 분위기에 더욱 사무쳤습니다.

퍼부어대는 비 때문에 베란다에 들어온 물을 빗자루로 쓸어 내면서
그냥 괜시리 찔끔 눈물을 지렸습니다.

혼자 아무도 모르는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가는 기분은 이상했습니다.
선배의 손에 글려가는 집회도 아니고
아무도 같이 갈 사람 없이 가는 축구장도 아니고
그러다 점점 장소에 가까워 지자 마음이 차분해 집니다.

국화 꽃을 받아들고 번쩍이는 네온사인과
나이트 클럽 웨이터들이 앞 다투어 명함을 나눠 주며
항상 차가 막히는 팔차선 도로 가에 있는 그 곳은
보이지 않는 막에 싸여 있는 듯 고요했습니다.


우선 영전 앞에 줄을 섰습니다.
점점 내 앞에 사람이 없어질 수록
그냥 눈물이 났습니다.

손에 들고 있던 손수건을 괜히 꼭 쥐어 보고
나누어준 국화 꽃을 괜히 만지작 거리게 되더라구요.

죄송하고 미안한 마음이 컸습니다.
이제야 마지막에 다 되서야 당신 앞에 섰네요.
당신이 사람들에게 모진 말을 듣고 있을 때도
악다구니를 드러내고 당신의 일거수 일투족에 족쇄를 채울 때도
전 당신과 함께 있지 못했더랬습니다.

그런 제가 이제야 당신께 인사를 하기 위해 섰다는 것에 죄송했습니다.

전 언제나 늦었습니다.

정말 미안합니다.


저녁에 당신에 대한 다큐를 아버지와 함께 봤습니다.
49일 동안 계속봐 왔던 당신의 모습과 목소리 였지만
이제 진짜 이승을 떠났을 당신을 생각하니
그 동안 흘렸던 만큼의 눈물이 또 흐릅니다.

아버지가 묻습니다.
"저런 대통령이 또 나올 수 있을까?"
제가 대답합니다.
"제가 죽을 때까지 안 나올 것 같아요."

제가 이제 당신께 다시 묻습니다.
"우린 다시 당신과 같은 대통령을 만날 수 있을까요?"
Posted by White_Lu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