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 27. 01:55

골을 넣는 것이 궁극의 목표인 운동경기.
따라서 뭐 어찌되었던 간에 골만 더 많이 넣으면 장땡인 그런..
그깟 공놀이.


단체 경기인 탓에 또한 그 단순한 경기의 룰 탓에 
많은 사람들이 비교적 쉽게 빠져들어 즐길 수 있는 경기.
특히 우리나라처럼 
민족적 자긍심이니 애국심이니 
공 하나에 때려 넣어 생각하는 그런 나라에서 더욱 집중하는 국가대표 경기. 
덕분에 온 국민의 눈이 공 하나에 몰리게 되는 무서운 상황도 발생하는 그런 경기.
그래도 결국은 국격(?)이니 국민 총생산량이니 숫자로 세기 좋아하는 우리나라에 
전혀 도움은 안 되는
그깟 공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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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라는 말이 붙으면 
평소에는 어디서 뛰는 지 어떻게 뛰는지 
공격 포인트는 어떤지 소속팀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전혀 관심 없다가
골 하나 넣으면 칭찬이 쏟아지고
실수 한 번 하면 평생 들을 욕을 한 번에 먹는 그런 경기.
선수들 스스로가 자부심을 가지고 뛰지만 
국가대표라는 거창한 이름때문에 부담을 안고 뛰는 경기.
아무리 패스 연결을 잘해도 
아무리 수비를 잘하고 공격 상황을 만들어 줘도 
결국은 결정적인 순간에 골 하나 넣고 먹느냐에 따라서 
천당과 지옥을 오가게 만드는 
그깟 공놀이.


의미 부여를 하자면 숭고하고 거룩한 국가대표 경기이지만 
단순하게 생각하면 그저 수많은 경기 중에 하나일 수도 있는 경기에서 
90분 가량 잘 뛰고 심지어 골도 넣고 
아니 그 이전에 그 경기를 가능하게 했던 골과 좋은 경기를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몇 초간의 세리머니와 한 번의 승부차기 실축으로 
나쁜 놈이니 못하는 놈이니 욕을 먹을 수도 있는 
참 신기한 공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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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그래왔듯이 
전 국민이 축구 전문가가 되고 동시에 누구보다 나라를 사랑하는 애국자가 됐던 두어시간.
120분간의 혈투 끝에 돌아온 선수들을  
더욱 날카로운 칼날을 겨누고 기다리는 사람들 사이에서 
경기의 여운과 흥분을 오히려 쉽게 식게 만들어준 하루 종일.
학자들과 언론에 의하면 
세상 사는 모든 것과도 연결 시킬 수 있는 경기지만
그냥 공하나 놓고 굴리는 공놀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이런 소리 하면 꼭 애국자가 아니네... 
축구를 싫어하네 하는데..
애국자는 몰라도 내가 축구를 얼마나 좋아하는데..
근데 국가대표 경기는 좀 내가 아는 축구랑 많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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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경기 보면서 욕한다고 뭐라고 하시는 분들.
물론 그게 잘한 행동은 아니지만 
그 격한 경기를 보면서 오페라 감상하듯 우아하게 보고 그러면 그게 경기 보는 맛이 나나요? 응? 

Posted by White_Lu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