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0. 5. 01:48

둘 다 나쁘다.
남을 속이는 건 매한가지 솔직하지 못하다.
하지만 둘 중에 그나마 나은 걸 가려보자면 위악이 아닐까 싶은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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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동네는 장애인 학교도 있고, 장애인 보호시설도 있다.
슈퍼도 같이 쓰는 같은 생활권까지는 아니더라도 매일 그 시설들의 셔틀버스들이 동네에 다닌다.
그러다 보니 장애인들을 많이 본다.

이사와서부터 그랬다.
초등학교 등하교 시간에 아파트 후문에는 그 버스가 아이들을 내려놓고
아이들의 부모들이 아이들을 챙겨 집으로 돌아가는 풍경을 본다.

처음엔 조금은 다른 모습에 슬슬 피하기도 했고, 넋놓고 걷다가 놀라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은 나에게 어떤 방식으로든 피해를 주지 않았다.
다른 것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지니 그들을 밀어내는 마음도 점점 없어진 것 같다.
그러면서 조금은 위선을 떨면서 그들을 이해하고 보듬어 줄 수 있다고 남들에게 말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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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1학년 때 시정 인턴이란 것을 했다.
단순하게 아르바이트로 생각하고 지낸 한 달 동안 많은 것을 배웠다.
 
내가 일한 시 기관은 자원봉사센터.
자원봉사를 하고자 하는 사람과 일손이 필요한 사람들을 이어주는 곳인데, 방학동안 몰려드는 중고등학생들을 인솔해서 기관으로 가는 일을 맡았다. 솔직히 아무 것도 할 줄 모르는 건 중고등생들이랑 비슷했기에 말이 인솔이지 봉사자들이 하는 일을 함께 했는데, 한 곳은 거동이 불편하거나 치매때문에 보호가 필요한 할머니들이 계시는 수녀원이었고, 한 곳은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이 모여사는 곳이었다.

사실 중고등학교 때 봉사활동이라고는 동사무소나 우체국에서 일을 좀 도와드린 것 뿐이었지. 그렇게 어디다가 봉사활동 했다고 말할 수 있는 그런 데서는 한 번도 일해 본적이 거의 없어서 조금은 당황스럽긴 했다. 어떻게 도와 드려야할지도 잘 모르겠고, 내가 도와 드려서 더 불편해 지시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고.. 시설에서 상주하시는 수녀님들이나 봉사자 분들은 오히려 좀 막대한다 싶을 정도로 일반인들과 별다를 바 없이 대하셨다. 처음엔 그것조차 당황 스러웠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게 되려 그 분들을 위하는 일이었다. 결국은 같은 사람. 그거다. 누가 좀 더 불편하고 누가 좀 더 몸을 자유롭게 놀릴 수 있는 것 뿐이지 모두 같다.

장애인 시설에서는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비가 너무 많이 오는 날이라 그 날 오려했던 봉사자 분들이 오지 못해서 하루에 한 번씩 하는 목욕을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원래는 나처럼 설은 사람들에게는 잘 시키지 않는 목욕을 도와드리게 되었는데,  거기서 크게 실수를 하고 만다. 옷을 벗기고 원장님이 씻기고 내가 타월을 건네주고 수발을 드는데.. 그 타이밍이 좀 안 맞았다. 좀 쩔쩔 매면서 손이 헛돌고 좀 어색하게 굴었다. 조용히 야단을 맞았다. 그들이 그렇게 의사 표현을 하지 못한다고 수치심이 없는 줄 아느냐며, 나무토막이 아니고 사람이고 생명이라며.. 

그렇게 혼나기도 하면서 한 달을 보내고 마지막 날 이제 마지막이라며 그동안 수발 들어드리고 식사를 도와 드리던 할머니들이랑 같이 티비를 보고 종이접기도 했던 장애인들과 헤어지는데 서로 그렇게 아쉬울 수가 없었다. 특히 할머니들이랑 같이 있을 땐 당시 돌아가신 지 일년 정도 지났던 친할머니가 너무 너무 생각이 나는 거라. 그래서 같이 있으면서 우리 할머니 얘기도 했던터라 더 막 눈물도 찔끔찔끔 나고, 그 후에 다시 한 번 찾아 뵙겠다는 약속은 못지켰지만. 그래도 가끔 그 곳에서 잡았던 할머니들의 손과 조용히 혼냈던 원장님이나 더없이 선한 표정을 하고 거친 일도 마다하지 않던 수녀님들이 생각난다.

그렇게 그 여름을 지내면서 내가 위선을 떨 수 있는 포인트를 하나 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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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지금 티비를 보고 뉴스를 본다.
위선이 넘쳐난다.
그게 진심일지 몰라도 잘도 포장되어 비춘다.
예쁘게 사진으로 찍어 자신의 위선을 자랑하기도 하고 그 위선조차 없는 자들이 그 포장된 위선을 비꼬며 낄낄거린다.
사회악을 자신도 같이 처단할 수 있다며 공분하여 일어나기만 한다. 일어나서 무슨 행동을 보이는 건 아니고.

그게 그렇게 불편할 수가 없다.
내가 어쩔 수 없다면 특히 내가 이렇게 흥분해서 뭔가 바뀌지 않는다면 그 흥분을 좀 조절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미 몇년 전에 있었던 일이고 그 때도 충분히 사람들에게 알리려 노력했음에도
이제야 그 때 보여줬음 좋았을 분함을 여기저기서 터트리고 있다.
 
그럴만큼 정말 그렇게 당신은 착해요? 묻고 싶을 정도로.. 
Posted by White_Lu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