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2. 20. 15:00

73p

개처럼 동전을 모아서 학처럼 은혜를 갚는 남자다

 

81p

-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고 들었는데.

교텐이 말했다.

- 그건 추락한 적 없는 인간들이나 하는 허울 좋은 말이야. 너도 알지 않냐?

- 글쎄다

교텐은 조금 피우다 만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끄고 눈을 감았다 희미하게 웃고 있는 것 같았다.

 

251p

- 그렇지만 어느 누구도 악의가 있었던 건 아니잖아요 그냥 사고일 뿐이죠.

- 그렇지 않아 나는 교텐이 싫었어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 수 없는 음침한 녀석이라고 미워했어.

  분명히 자신이 특별하다고 착각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어.

+

328p

- 지금까지 몇 번이고 남들한테 말해 줬을 테지만 나도 말할게. 

  넌 별로 잘못하지 않았어.

- 악의가 없었다고 해서 죄가 아닌 건 아냐.

+

329p

- 어때? 아물엇지? 

  새끼 손가락이 다른 손가락보다 조금 차갑긴 하지만, 문질러 주면 온기가 돌아. 

  원래대로 돌려 놓을 순 없어도 회복할 순 있다는 말이야.

 

 

 

 

 

영화를 먼저보고 책을 읽었는데 

책은 이렇게 재밌는데 

영화는 왜 그렇게 만들었을까?

뭐 이건 거의 대부분 원작이 더 낫긴 하지만..

 

-

사실 영화를 본 건 에이타때문이었음.

다다가 에이타고 교텐이 마츠다 류헤이였고..

영화를 보고 나서 괜히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만 자꾸 생각나서 좀 우울했음.

도르지 그 불쌍한 것이 자꾸 생각나서..

다다는 그냥 그 도르지가 일본인으로 환생한 것 같았음.

 

뭐 에이타가 연기한 탓이 제일 크지만

뭐 이렇게 일본 영화나 소설에 나오는 애들은

이런 식으로 불쌍하거나 안쓰러운 애들이 많은 건지 모르겠음.

내가 그런 것만 골라서 보나?

 

 근데 생각해보니 공중정원의 그 싸이코 의사도 있었고 

가네시로 카즈키 소설에 나오는 애들도 있긴 했지 ㅎㅎ

 

소설도 영화처럼 어둡고 우울하지만 

중간에 간쳐진 유머들이 갑자기 툭툭 티어나오는 맛이 좋았음

그러면서 소설은 독특한 분위기를 잡아 가는데..

영화에서는 아무래도 이런 부분을 좀 실패한 듯.

영화는 어둡고 어둡고 또 어두웠는데..

주인공들이 가끔 하는 농담은 그냥 픽하는 웃음도 안 나왔.... 아 이거 내 탓인가?

 

-

번역된 소설을 읽으면서 문체니 뭐니 하기는 좀 그렇지만

짧게 짧게 툭툭 던지는 문장이 참 좋았음.

다다와 교텐의 대화도 그런데..

'싸울 일도 없을 정도로 친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얘기하지만

너무 친해서 서로 편하게 얘기하는 그런 사람들끼리 나누는 대화 같은 문체

억지로 멋부리지도 않아서 더 좋고  

그럼에도 감동이 후려치는 글이라서 더 좋고..

 

 

-

글을 읽으면서 다 읽어가는 게 아까울 정도로 

다다랑 교텐이랑 이 작가가 너무 좋았음

Posted by White_Lu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