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 19. 00:28

나는 카토리 싱고의 팬입니다.

그래서 이 영화를 봤습니다.

사실 팬이 아니라면 보지 않았을 영화였어요.

뻔하게 흘러가는 휴먼드라마 싫어 합니다.


팬이라서 영화를 보기 전에 영화에 대한 수많은 정보를 이미 알고 봅니다.


이 영화는 일본의 어느 동물 방송의 실화를 바탕으로 각색한 영화입니다.

어느 인기 없는 개그맨이 있었답니다. 

그 개그맨이 어렵게 어렵게 시작한 동물 방송에서 어떤 개랑 같이 현장에 나가는 방송을 했답니다.

그 개도 개그맨도 그렇게 똑똑하고 잘생긴 편은 아니었대요.

그런데 그런 순수한 면이 시청자들에게 인기를 얻고 방송도 개그맨도 개도 인기를 얻었는데 

방송이 한창 인기 있을 때 개가 암으로 죽었답니다.

인간과 동물의 아름다운 우정에 대한 이야기.

그게 이 영화의 내용인데


딱 얘기만 들어도 사이즈 나오잖아요.

이미 우리나라에도 개가 나오는 영화들이 있었고..

게다가 다른 동물도 아니고 개가 나온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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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개를 싫어합니다.

사실 개와 함께 지내본 일이 적어서 호불호를 따지기 좀 뭐한 감이 있었으나

친구 집에 있던 개와 같이 노는 것도 별로 안 좋아 했고 

결정적으로 얼마 전까지 일한 사무실에 개가 한 마리 있었어요.

아니다 나중엔 두 마리로 늘어 났는데 

그들을 대하는 내 모습을 보고 내가 확실히 개를 싫어 하는 구나 느꼈습니다.

결정장애에 우유부단한 성격이라 

이렇게 경험을 해보지 않으면 뭔가를 확실히 말하기 두렵습니다.


생명으로서의 동물이 동물답게 살 권리는 인정 합니다.

길고양이들에게 먹을 것을 주고 위험한 상태에 있는 동물들을 구하는 분들을 존경합니다.

그리고 동물원에 가서 멀찍이 떨어져서 동물을 보는 것도 좋아라 하구요.

동물 도감에서 동물 그림 보는 것도 좋아하고 

내셔널 지오 그래픽에서 동물들 보는 것 좋아하고 

다른 동물 다큐멘터리 프로그램도 좋아합니다.


그리고 명절마다 해주는 동물농장 명절 특집을 재밌게 잘 봅니다.

거기서 제일 좋아하는 꼭지는 집에서 알 깨고 자연으로 나가는 야생 조류의 첫걸음이나 

동물과 교감하는 하이디 그 분 나오는 것 좋아합니다.

말로도 통하지 않는 마음을 나누며 동물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토닥여 주는 모습에 가끔 눈물도 같이 흘립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 개가 내 생활에 들어오면 그만큼 싫은 게 없습니다.

내가 이기적이고 주변을 돌보지 않아서 그런 지 몰라도 

말도 듣지 않고 행동을 예측할 수 없는 생명과 함께 생활하는 게 맘에 안 들어요.

나도 개가 뭘 원하는 지 모르겠고 개도 내가 하는 말을 듣지 않고 정말 ... 싫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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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영화의 주인공도 개를 싫어 하더라 이 말입니다.

하지만 돈도 없고 일도 없고 동료도 떠나고 연인마저 떠나려하니 

어쩔 수 없이 돈을 벌기 위해 개랑 같이 일을 합니다.

웃기지도 않고 방송에 대한 기본적인 센스도 없고 인기마저 없는 개그맨의 마지막 선택지였죠.


근데 개가 사무실에 있던 개랑 같은 종이에요.

래브라도 리트리버.

이 개들이 원래 사람말 드럽게 안 듣고 멍청하고 낙천적인가 봐요.

사무실에 기르는 개도 그랬거든요.

그런 개랑 같이 방송을 하려니까 얼마나 힘들겠어요.


방송이라는 게 즉흥이다 리얼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 예상을 하고 다 나가서 찍는 사람들이 원하는 그림을 찍어서 원하는대로 붙여 내보내는 건데 

개가 화면에서 지 멋대로 날 뛰니까 방송이 제대로 될 리가 있나요.

그런데 그러면서도 개라는 동물이 이상한 게 지들이 사람인 줄 알고 자기한테 잘해주는 사람한테 그렇게 달라 붙어요.

그게 딱 애기 같아서 사람한테 정붙이듯이 개한테도 정을 붙이게 되는 거죠.

그냥 방송이 되면 되는대로 개랑 개그맨의 모습을 다 내보내요.

실수하고 발광하는 개의 모습도 거기에 끌려다니는 모습도 다 ..

그런 걸 보면서 시청자들이 은근 또 그들에게 정을 붙이게 되고 

이 개그맨도 개랑 동고동락 하며 같이 인기도 얻고 정도 붙고 방송도 늘고 인기도 얻게 되요.

방송 외적인 상황도 최악이었지만 개의 도움으로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그러다가 개가 아프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인기를 얻고 개그맨으로서 인정도 받으면서 공연에서도 사람들이 웃어주고...

그럼에도 은혜 갚은 개그맨이 되어서 개가 임종을 앞두고 있다는 말에 공연이 끝나자마자 뛰어가서 임종까지 지킵니다. 

마치 친구나 가족처럼 대합니다 이 개를요.


뭐 그런 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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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사이즈가 나오는 휴먼드라마 싫어함에도 영화를 보고 공감하고 내 이야기처럼 느낀 부분들이 있었는데..

개를 싫어하지만 어쩔 수 없이 개랑 일하는 모습에서 

방송에서는 밝고 맑은 모습만 보여주지만 그런 모습을 통해 어쩔 수 없이 갖게 되는 방송의 뒷모습을 보여주는 모습에서  

"아 그렇지 그렇고 말고" 하면서 맞장구 치면서 봤네요.

그래서 슬슬 주인공에 동화 되면서 마지막 장면에서는 같이 막 눈물까지 흘릴 뻔 했어요.



누군가 얼음 거울의 파편이 눈에 들어간 아이에게 동화책을 읽어 주듯이 

영화가 자분자분 나에게 따뜻한 마음을 가지라고 해줬음.

하아... 이것이 힐링인가..


아 그렇다고 내가 갑자기 개를 키우고 싶거나 그렇게 된 건 아니고..

그냥 아 역시 개는 방송이나 멀리서 보는 게 제일 좋구나... 싶었어요. 


그런데 영화를 보면서도 느낀 건데 

그 멍청하고 낙천적이고 말 안 듣는 개를 그렇게 움직이게 하기 위해서는 

그 개가 연기를 해야 하는 건데 

개가 연기를 너무 잘하는 거라.

진실 같은 거짓을 위해 거짓말을 무지 잘해야 하는 영화의 속성이 생각나기도 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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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카토리 싱고에게도 달달한 로맨스 코메디를...

각본도 좀 제대로 주고 여자 주인공이랑 알콩달콩하는 걸로 런닝타임을 모조리 다 채워도 좋으니까 

마사오 같은 캐릭터로 좀 로코를 시켜주세요.


행복해지자 같은 어정쩡한 드라마는 그냥 없던 걸로 치겠습니다.

그리고 여주가 영 아니었다고 ㅠㅠ 


싱고군이 싫어라하면 누가 강제로 좀 시켜주세요.


내가 싱고군 당신에게 연기를 무지 잘해서 어디가서 상 타오고 그런 배우가 되달라고 하는 건 아니잖아요.

아무리 노선 확실한 아이돌이라지만 

왜 맨날 이런 전체관람가 영화만 찍고 그럽니까 ㅠㅠ 



Posted by White_Lu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