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1. 4. 20:00


 

이 드라마 첫 회부터 조선시대 강원도에 나타난 UFO로 쨍하니 열어주셨다. 

전통복장을 입고 등장하는 사극을 좋아라하고 

UFO같은 초자연적인 소재에 끌리는 내 취향에 딱 맞아 떨어져 주신데다... 

꼭 체크하고 넘어가야 하는 배우진이 맘에 들었다. 

내 맘에 쏙드는데 확 흥하지 못해 아쉬운 배우 김지훈씨와 

어느 작품에서든 무거운 존재감 드러내시는 김갑수님

시작부터 맘에 든다.

 

드라마의 대강의 구성은 초자연적인 현상이 일어나면, 

그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현장에 파견되는 사헌부 감찰. 

그를 돕는 미스테리한 여자 별감

사당패 출신의 수행원. 

그리고 진실의 기록은 원하나 진실을 세상에 알리는 건 꺼려하는 누군가.

그들이 사건을 풀어 가며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소재로 삼고 있는 이야기들이 재밌다

UFO 흡혈 늑대인간 평행우주 외계인 

미시세계까지 원인을 알아내야 하는 서양 과학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는 지금도 

명확하게 밝혀내지 못했거나, 논란이 되고 있는 이야기꺼리들이다


이런 이야기가 펼쳐지는 가운데 드라마가 주목하는 것은 

현상의 원인이 아니라 

그 현상을 자신의 유리할 대로 해석하고 자신의 부와 명예를 이용하는 인간들이다. 

마지막 씬에서 그 현상은 인간이 만들어낸 허상일지도 모른다는 대사로 

조금은 촌스럽게 끝맺기는 했지만 ..

곰곰히 생각해보면 그도 그런 것이 

우리가 외계인의 마음과 시간의 문과 보이지 않는 것에 굳이 집착할 이유는 또 뭐란 말인가?......이건 아닌가?

 



우리나라 케이블 드라마들은 의외로 많은 시도를 통해 다양해지며 더불어 재밌어지고 있다. 

다만 지금도 본토에서는 이미 수명을 다한 섹스앤더 시티를 표방하며 

공중파에서는 시도하지 못할 것이 야한 드라마만 있는듯 계속해서 비슷한 드라마들을 내놓고 있기는 하지만.. 

반면에 일드와 미드를 즐기는 사람들이 혹할 장르를 

우리 식으로 변형해 새로운 것으로 만들어 내려는 시도도 계속 된다. 

일드와 미드에서 보인 장르 중에 흥했던 수사물이 두드러지는 건 아쉽지만

단순히 베껴오기보다 우리화 시키는 노력들이 보여 맘에 드는 보물을 만나기도 한다.

 

이 드라마도 단순화하자면 조선판 X파일이나 깊이 들어가 보면 드라마의 중심은 조금 다르다. 

분명 같은 현상이 일어나도 시대와 나라에 따라 대응 방법은 달랐을 터, 

조선에서 전기인간은 종교의 교주가 되고, 

풍토병은 신의 섭리로 여겨진다. 

지금 우리의 시선으로 보자면 무지함이지만 

그게 또 그들이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다른 드라마들에서도 마찬가지 단순한 아류가 아니라 

새로운 시도로 충분히 평가 받을 자격이 있다.

 

아쉬운 점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나 새로운 이야기꺼리에 굶주렸던 나에게 더 없이 반갑고 흡족한 드라마였다.

Posted by White_Luna
2010. 10. 15. 15:32

절망적인 제목

답답한 배경

끝없는 침잠

반짝거리지만은 않은 청춘

그럼에도 다시 착한 소년이 될 수 있을 것 같은 희망

 

 

왜 계속 눈물이 났을까?

 

 

 

매력적인 제작사 대표의 매력적인 제작리스트 중에 하나.ㅎㅎ

근데 이제사 난 첫 작품을 보게 됨.

잡지에서 인터뷰랑 제작 소식은 정말 많이 읽었는데 말이지.

 

사실 그 동안 휘리릭 푸악 쿵짝거리며 밝은 것만 일부러 찾아보려 했던 것도 있고 해서

아니 일부러 차분하고 조용한 것들은 몇 년간 피해왔는데..궁금했음.

 

아..

이 영화를 생각할수록 가슴이 저릿저릿...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나면

유난히 심하게 등장인물과 감정적 동화를 일으키는 못된 습관때문인지 몰라도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걸 보면서도

웅크리고 앉아서

그냥 멍하니 까만 화면을 보고 있다.

 

아....

나랑 같지 않지만 어쩌면 같다.

나랑 다르지만 그래도... 그저 안타깝다.

 

불안하게 움직이는 카메라와  

답답한 구도 안에 들어가 있는 아이들이 영원히 빠져나올 수 없을 것 같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 미로 속을 혹은 골목길을 뒷방을 지하방을

그저 뱅뱅 돌 뿐이다.

 

서로의 결핍이나 죄책감으로 묶여진 우리지만

그 끈이 끊어진대도 살아가야 한다.

뻥 뚫린 고속도로 위에서 착한 소년이 될 거라 다시 다짐하며..

 

소년의 모습을 지니고 있었던 유아인의 연기가 참 괜찮음. 아... 설레네..

 

 

그리고 영화를 다 보고나서 술마시고 싶어졌다. 

Posted by White_Luna
2009. 6. 5. 23:12

작년 후지의 2분기 게츠쿠 체인지를 다시 보고 있다.
드라마 방영 당시에는
그냥 저냥 아 멋지구나 하면서 아무 생각 없이 봤으나
요즘들어 그냥 이 드라마가 생각이 났다.


세월이 하수상하여 민심이 어수선하고 강호의 도가 땅에 떨어져가는 
무협의 세계에서는 언제나 난세를 평정하고 세상을 구하는 영웅이 등장한다.

물론 초인적인 힘을 가지고 모든 것에 뛰어난 능력자의 모습을 하고 있기도 하지만
때로는 모든 것에 어수룩하나 비장의 능력을 개발하여 세계평화의 이바지하는 경우도 있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 아사쿠라 케이타는 
드라마의 제목처럼 세상을 바꾸기는 커녕 
반 아이들에게 놀림이나 당하는 시골의 촌 구석 초등학교 선생님이다.


그러던 어느날!
국회의원인 아버지와 그 뒤를 이어 정계에 몸을 담았던 형이
외국에서의 비행기 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돌아가신 아버지의 지역구와 의석을 채우기 위해
중앙당에서는
아사쿠라 케이타를 아버지의 정치이념을 잇는 새로운 후보로 세운다.


아사쿠라 케이타는 
아버지가 뇌물을 받으면서 까지 하는 정치를 보고
정치에 관해 관심조차 두지 않았더랬다.

하지만 선거를 하면서 
가뜩이나 지지율이 올라가지 않는 상태에서
18년 전 아버지의 뇌물 스캔들이 그의 발목을 잡는다.

뭐 그다지 선거에 이기고 싶은 마음도 없었고 
단지 어머니가 힘든 선거활동을 하는 걸 볼 수 없어 대신 나갔던 사람이지만
당장의 선거만을 위해서가 아닌
자신이 앞으로 살아가는 데 있어서 떳떳함을 위해서 였는지
아니면 자신을 위해서 선거운동을 하는 사람들을 위해서였는지는 몰라도
다른 정치인들이 하지 않는 '사과'를 한다.


혐의를 인정하고 잘못했다고 고개를 숙여 사과 한다.
자신이 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아버지의 오점이고 모두에게 해가 되는 일이니까
사과를 해야하는 사람이 사라졌다면
그가 당연히 잘못했다고 사과해야 된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그 모습이 유권자들의 모습을 사로잡아 보궐선거에서 당선이 된다.

젊고 잘생긴!
(어쨌든 외모가 기무라 타쿠야급 아닌가..!!)
아사쿠라 케이타는 국회에 들어가면서 국민들에게 연예인 급의 인기를 얻는다.

지저분한 스캔들로 이미지에 타격을 입은 총리 대신에 
이제 국회의원이 된 지 얼마되지 않은 그를 이용해 당의 이미지를 쇄신하고자 한다.

물론 그의 이미지만을 이용해서 꼭두각시로 부리겠다는 당 중진들의 계략에 의한 것이었지만
초선에 이제 막 국회의원에 된 우리의 아사쿠라 케이타는 당의 총재선거에 출마하게 된다.

그는 또 이 총재 선거에서 명연설을 하나 남기게 되는데...
  

이 연설은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법과 닮아 있다고들 한다.
내가 오바마의 연설을 본 일이 없으니 잘 모르겠지만
되도록이면 쉬운 단어를 사용해서
반복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것이라고 한다.

연설의 내용을 살펴 보면
그는 멀리 있는 사람이 아니며,
특출나게 높아서 특권을 가진 사람도 아니고
자신은 일반 국민과 같다는 거다.
그렇게 국민들의 의견에 귀기울여 진정 국민의 대표가 되겠다는 거다.

진짜 이 장면은 처음 볼때도 그랬지만 볼 때마다 박수를 쳐 주고 싶다.

일본의 총리는 다수당의 총재로 결정된다.
이 때 총재를 뽑는 선거는 우리나라처럼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당차원의 선거로 결정된다.
당에서는 물론 그가 이전과 다른 성향을 가진 정치인이지만
국민들에게 인기가 좋고, 자신의 지역구에서의 국민들의 지지도를 참고하여
그에게 투표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탓인지..

다수당의 총재이며 국가의 수장인 총리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


총리가 된 그는 우여곡절을 겪으며 참으로 험난한 총리 활동을 하게 된다.
처음엔 너무나 꼼꼼하게 생각하고
관례를 무시하고
무엇이든 국민들과 약자의 입장에서 결정하는 그의 모습에
관료 출신의 보좌관들은 그를 업신 여긴다.

하지만 그가 총리의 권력을 자신의 안위를 위해서 쓰는 것이 아니라
진정 국민의 대표로 결정하고
자신을 원하는 모든 곳에 함께 하려고 하는 모습에
참모진들도 그의 진정성을 알고 마음을 돌리게 된다.

하지만 그를 꼭두각시로 생각했던 당의 중진이자 실질적인 총리임을 자처했던
칸바야시의 눈에는 그가 곱게 보일리가 없다.
그를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발목 잡았던 18년전의 사건이
칸바야시가 골랐고 아사쿠라가 임명한 대신들도 연류되어 있다는 걸 몰래 주간지에 제보한다.

정직하고 성실함을 무기로 삼았던 아사쿠라 내각은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고
그 중심에 그들을 임명했던 아사쿠라 총리의 책임론이 나오는 가운데
아사쿠라는 그 책임을 지기 위해 총리직을 사임하겠다고 선언한다.

그리고 사임하겠다고 선언한 일주일의 기한 동안
그가 바꾸고 싶었던 것들을 바꾸고자 한다.
저출산 문제나 교육문제 등 그가 좀 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고자 했던 문제들은
일주일만에 해결되기 힘든 것들이었다.
심지어 조례에서 차를 내놓는 것까지 그가 쉽게 바꿀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그러던 중
그가 총리 자리를 내놓겠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TV 연설을 하게 되는데..



장장 20분이 넘는 연설을..드라마에서 통으로 보여준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총리를 사임하면서 국회를 해산하겠다고 하는 아사쿠라.

선거에서는 한표 한표가 매우 소중하고
거기서 선출된 사람은 국민의 대표이며 국민의 뜻에 따라 일을 해야 한다.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정하는 것은 국민 한 사람 한사람이다.

그가 강조했던 건 투표의 중요성이었다.
국민 한 명의 생각으로 나라 전체를 바꾸긴 힘들지만
국민들이 각자의 생각을 표출할 수 있는 투표는 나라를 바꿀 수 있는 힘이라 강조한다.

그리고 그는 다시 연단에 서서 자신의 생각을 자신을 위해 모인 사람들에게 연설한다.













일본의 정치 환경과 우리의 정치 환경은 꼭 같지 않다.
하지만 여러가지 면에서 비슷한 점을 난 이 드라마에서 봤다.

한 사람의 생각이 세상을 바꾸긴 어렵다.
그가 아무리 세상을 좋은 방향을 바꾸었다고 해도
다음에 오는 사람이 그 방향을 다시 틀어 놓으면 아무 소용 없는 일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 변화를 눈으로 목격한 경험이 있다.
투표로 국민의 의견이 반영되어
우리와 같은 눈으로 보고 같은 귀로 듣고 같은 손으로 땀을 흘려 일하는 사람을 만나 적이 있다.

그리고 우리의 손으로 뽑은 다른 사람이
세상의 시간을 거꾸로 돌려 놓는 것도 두 눈으로 확인했다.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다.
하지만 세상을 반영한 거울이 되는 것이 드라마이고
드라마는 그 세상을 그야말로 드라마틱하게 비춰 준다.

Posted by White_Luna
2008. 3. 24. 17:21

케이비에스 수요기획에서 김태희를 나레이터로 쓴다는 기사는 읽었을 때는
김태희 목소리에 대한 확실한 이미지가 없어서 그냥 감흥이 없고
아 섭외 하는데 힘들었겠구나 시청률과 화제에 메말랐구나...라고 밖에 생각 안 했는데..

일요일에 재방송 해주는 걸 우연히 보게 되었다.

확실히 처음부터 끝까지 집중하게 만드는 힘은 있었다.
그 것이 목소리의 힘이었든 구성의 힘이든 간에..

그런데 보고 나니 내용은 생각 안나고 그냥 감정만 생각나는 것이다.

물론 나의 집중력부족 때문이었을 수도 있겠으나,
이건 뭔가 아니다 싶다.

무슨 얘기를 하고자 하는 건지는 알겠는데,
확실히 잡히지도 않고
억지로 억지로 결론에 다다르긴 했지만
화제성 만큼 내용은 없었던 것 같다.

그 감정은 충분히 전해졌다.
안타깝다.


하지만 그게 다 였나?
수니파와 시아파는 왜 싸우고 있는지
(다른 사람들은 다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데, 나만 모르는 것임?)
다른 나라의 이라크 난민들은 어떤 처지에 있느지
어떻게 하면 그들이 이라크로 돌아갈 수 있는지
서구 언론에 선전중인 그 이라크로 돌아가는 난민들의 허와 실은 무엇인지...



전쟁이 끝났지만 실제로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아이들은 인생의 반을 전쟁터에서 보냈다.
우리와 다른 아이들.
유엔의 식량 배급을 받기 위해서 늘어서 있는 사람들.
불쌍하다 충분히

그런데 내가 궁금해 하는 것과 보기 시작하면서 기대했던 내용은 밤톨 만큼도 안나오고
그렇다고 해서 나왔던 내용들에 대한 설명이 충분히 된 것도 아니고
그저 기억에 남는 건 감정이 너무 실린 김태희의 목소리와
집에서 쫓겨 나야 한다는 아줌마와
공부 보다는 일해야 한다는 아이들.
전쟁을 이야기하는 아이들.
피디가 유도한 질문에 테러로 죽은 오빠를 생각하곤 막 울기 시작하는 아이.

물론
다큐의 의도가 그런 방향 이었다면 할 말은 없지만,
그럼 제목과는 너무 다르지 않나?
그들이 바그다드에 직접 들어가서 찍은 것도 아니고
그저 이라크 난민들의 이야기를 다루었으면
제목도 내용설명도 다르게 갔어야 하는거 아닌가?

그 상황에서 김태희의 목소리는 변사 같았다.
굳이 필요하지 않을 내레이션을 하면서 감정을 끌어 올리는...
그리 큰 기대를 한 것도 아니지만
한시간 다 보고 나서 이거 뭔가 낚였다는 기분을 떨칠 수가 없다.
Posted by White_Luna
2008. 1. 11. 00:42

정말 앞에 두 배우는 정말 맘에 드는데

뒤에 감독이 맘에 들지 않는구나..


정말 살짝 소재도 내용도 맘에 드는데

감독이 성향이 성향이고 그간의 영화들이..........................정말 취향에 맞지 않아 줬기에..



뭐라 확실하게 말을 할 수가 없는 영화네..


어쨌던 관심작 비몽..









아 이 영화때문에 오다기리조가 결혼발표를 한 거구나

난 또 외국이라고 해서 유럽이나 미국쯤에서 영화 찍는 줄 알았는데




그 결혼 발표 기자회견 영상에서

자꾸 내년에는 외국에 나가 있는 일이 많기 때문에라는 대사가 뇌리를 스치는 구만..








그래요.
Posted by White_Luna
2007. 12. 16. 16:48


중경삼림을 보러 갔다.

블로깅하자마자 필받아서 그대로 스폰지하우스 홈페이지로 달려가서 예매 했음 ㅎㅎ




황색눈물을 보러 갔을 때

배우들이 아무리 좋아도 사진은 찍지 마세요.

하던 아저씨가

영화 시작 전에 스크린 앞에 서서

압구정 스폰지하우스보다 스크린이 커졌어요..(ㅎㅎ)

사장님하고 우리가 보고 싶어서 틀었는데 연일 매진시켜주셔서 감사합니다.

하고 시작하는 조그만 극장에서

10여년 전에 봤던 그 영화를 다시 봤다.


영화를 보는 내내

아니 예매를 완료하고 아침에 출근하러 나서면서도

일하면서도 기분이 붕 떠 있는 기분이고

영화를 보고 하루가 지난 지금도

아직도 영화 속에 있는 기분이다.


처음 중경삼림을 본 건 비디오로 였다.

열혈비디오 소녀였던 중학생 시절

화려한 영상과 당시 최고였던 금성무 얼굴에 반해서

당시 화제가 되었던 OST에 반해서

정말 좋아했던 영화였는데


그 후속으로 나왔던 다른 왕가위 영화들에서 무한 반복되는

영상과 이야기 구조에

처음 좋아했던 기분은 사라지고

나에게 그저그런 영화로 전락해 버렸다.


나에게 중경삼림에 대한 기억은

화려한 화면의 도막들과

무척이나 감성적이었던 대사들 몇마디 였다.

줄거리가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는거다.


나에게 중경삼림에 대한 기억은

영상보다는

스틸컷으로 만든 엽서와 그 위에 쓰여진 대사들 이었다.


아무래도 내러티브보다는

이미지를 중시한다고 생각 했기 때문이었을 듯.



그 좋아했던 영화를 극장에서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고 해서

조금은 무리해서 영화를 보러 갔는데..


금성무는 그 뽀송뽀송하던 얼굴에다가

양조위는 하아 뭔가 지금이랑 똑같은데 살짝 젊은..하아...ㅠㅠ

왕비는 귀여워 귀여워....


열혈비디오소녀시절에 섭렵했던

다른 홍콩영화 속의 배우들의 모습도 같이 떠오르는 거다.


스틸컷처럼 도막나 있던 내 기억 속의 영화의 빈자리를 채우며

뒤에 예상되는 장면이 있으면 있는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두시간 내내 영화 속에 홀딱 빠졌다.


무수히 반복되었던 중경삼림에 대한 영화평들과

이후에 그를 동경한 후배 감독들이 보여준 무수한 오마주에 묻혀서

정작 원작은 잊혀져 가고 있었던 차였다.


오히려 그런 것들이 내 안의 원작에 대한 아우라를

조금씩 갉아 먹고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다시 극장에서 만난 영화는

처음 거실 구석 비디오데크에 비디오테잎을 밀어넣던 그 흥분을

고스란히 다시 만날 수 있게 해주었다.


그리고 영화를 보는 내가 나이를 먹었기에

보이지 않던 부분들을 새삼 보게 되었다.

아마도 당시 이해할 수 없었거나 공감할 수 없었던 부분이 있었기에

맘에 드는 부분들만 기억했었나 보다.


자신의 사랑의 유통기한을 만년으로 하고 싶다던 녀석도

자신의 옛사랑에 총을 겨누는 녀석도

남 몰래 짝사랑하는 이의 집을 드나드는 녀석도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그 여자를 좋아하게 된 녀석도


그때의 나보다 지금의 나에게 가까운 녀석들이었다.


기억 속의 영화보다 무척이나 밝고 유머가 가득한 영화다.


아 정말 이건 스폰지하우스 만세만세 만만세~~!!!!!!









덧.

양.조.위. 하아...-_-

솔직히 얼마 전에 집에서 디비디로 중경삼림을 볼때까지도 그닥

양조위에 감흥이 없었는데..

이번에 다시 보니까

아주 표정...ㅠㅠㅠㅠ

내가 왕비언니에게 빙의 하고 싶을 정도였음.


뭐냐규 뭐냐규...ㅠㅠㅠ

사람이 그렇게 멋져도 되는 거냐규...ㅠㅠㅠㅠ

이거이거 극장에서 보니까 보이는 눈빛인거야?

하아 진짜 이사람 ㅠㅠㅠㅠㅠ


아 색.계 보러 가야하나?

그 전에 화양연화나 다시 함 볼까?

아 양조위 양조위...ㅠㅠ


영화도 오래 되었고

처음 영화를 보던 나도 어느 새 꺽인 이십대지만..

변하지 않은건 멋진 배우만 보면 눈 돌아가는거...ㅋㅋㅋ

Posted by White_Lu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