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3. 1.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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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전에 본 다큐멘터리 "디어 평양"과 "굿바이 평양" (http://bye82.tistory.com/31)

이 영화는 그 다큐멘터리와 같은 줄기에 있는 극영화다.

같은 이야기를 좀 더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 한다.



이야기는 북에서 살고 있는 오빠가 치료를 받기 위해 일본으로 오면서 시작된다.

기다림.

그 찻집에서 동생은 오빠를 그렇게 오랫동안 기다렸을 거란 생각을 했다.

온다는 확신이 없는 길고 긴 기다림 끝에 오빠가 왔다.

비록 돌아갈 날이 정해져 있는 시한부 재회였지만 

다시 만난 가족들은 오빠가 병을 고치고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과 긍정으로 가득 차 있다.


하지만 오빠는 돌아왔으나 자유롭지 못하고 다시 헤어질 날만 가까워 지고 있다.

다른 가족들이 어떤 방법을 통해서든 수술을 하고 병을 치료하려고 하지만 

오빠는 이미 자신의 의지와 생각대로 살아갈 수 없다고 체념한 상태.

희망도 미래도 기대도 없는 삶.


친구들과 만나 옛이야기를 하면서도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하면서도 

오빠는 점차 자신의 자유로운 생활을 기억해 내지만 

자신을 북으로 보낸 가족에 대한 원망과 

그곳에서 생각과 의지를 버리게 되면서 겪은 갈등과 고통을 

그 짧은 시간에 다시 되새기느라 

그 누구보다 기쁘면서도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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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가지 장면

첫 장면 찻집 카운터바에 엎드려 오빠를 기다리는 여동생

영화 거의 마지막 장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비슷한 장면의 반복.

오빠가 온다고 해서 달라질 것 없었고 

단지 오빠가 며칠 일본에 온다고 해서 다시 가족이 왕래를 하며 함께 살 수 있는 것도 

오빠가 자유로워지는 것도 아니었던 거다.


오빠가 여동생에게 여행용가방을 사주려했던 장면.

여동생은 한국에 갈 수 없다는 걸 보니 조선적이나 북한 국적을 가지고 있었던 듯.

그런 여동생에게 오빠는 자신은 그리할 수 없으니 그 여행 가방을 들고 세계 어디든 가라 권한다.

가족에게 오는 것도 쉽지 않은 나라에 살고 있는 오빠.

가격에 놀라 선뜻 사주진 못하지만 미련이 남은 듯 계속 그 가방을 본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과 이 장면이 이어진다.


그리고 어머니

오빠가 갑자기 북으로 돌아가게 되자 손자들에게 선물을 보내기 위해 모으던 저금통을 깨서 

오빠를 감시하기 위해 온 북한 공작원에게 선물을 사준다.

이건 정말 .... 어머니이기에 할 수 있는 행동

그게 자식을 잘 봐달란 의미도 있겠지만 

그래도 저래도 손님이니까 손님을 제대로 대접해서 보내겠다는 어머니 마음.

그리고 그가 옷을 갈아 입기 위해 들어간 방에 김일성 김정일 초상화와 같은 벽에 걸린 북에 있는 가족들의 사진.

그렇게 있는 돈 없는 돈 해서 생필품을 보내고 옷을 보내고 선물을 보내는 어머니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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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기 전 양영희 감독님과 출연배우 자격으로 오신 양익준 배우님

이해하기 보다는 느껴주면 좋겠다고 했다.

내가 그들을 이해한다고 말하면 얼마나 우수워 보일까 싶지만 

적어도 그들의 고통을 더 많은 사람들이 알아주고 느껴줬으면 하는 바램.

그게 결국은 더 큰 해결을 찾는 방향으로 흐를 지 어떻게 아나



정말 사소한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서도 

그 이야기가 절대 자신만의 이야기가 아님을 감독님도 알고 있었을 듯.

그래도 더함도 덜함도 없이 자신의 시선으로 담아낸 이야기가 

옆에 있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 듯 해서 더욱 깊이 공감하고 느낄 수 있었다.


부디 이 영화가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져서 더 많은 이들이 이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공감하길 바랄 뿐이다. 



Posted by White_Lu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