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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사는 세상과 시크릿 가든 사이의 현빈이 궁금했다.
그들이 사는 세상에서의 지우 선배는 시골 출신이긴 하나 방송국 드라마 피디였고,
시크릿 가든의 김주원 사장은 이름만 들으면 모두가 아는 재벌 백화점 사장이다.
세련되고 도시적인 캐릭터 사이에 있는 캐릭터도 그 어느 중간쯤 되리라 생각했는데,
이 영화에서 현빈은 괴로운 현실에서 도피해 과대망상증으로 정신병원에 입원한 환자다.
그리고 그와 함께 여자 주인공도 아버지의 병과 실연으로 불면증에 괴로워하는 간호사다.
정신병원과 서로의 아픔을 보듬어 주는 설정에서
행복이나 사이보그지만 괜찮아정도의 영화를 생각했는데,
영화가 무겁고 어둡다.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이 처음 만나는 장면에서는 오히려 간호사가 더 힘들어 보인다.
초점없는 눈에 바짝 말라 피딱지가 앉은 입술.
환자라고 들어온 남자 주인공은 웃고 있다.
아무 것도 없는 흰 종이에 수표를 써서 돈이라도 준다.
영화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남자 주인공의 시선을 따라가게 된다.
모든 병에 원인이 있듯이 그가 그렇게 자신만의 세상을 만든 데에도 이유가 있었다.
감정을 표현하는 법 없이 병든 어머니와
도박 빚때문에 자신을 괴롭히는 형의 스트레스를 고대로 받아 쌓아두고 있었다.
사는 게 어둡다. 그러니 여자도 떠난다.
그 모든 것의 원인은 돈 이었다.
그래서 어머니는 멀리 스위스로 보내버리고 자신이 돈을 만들어 낸다.
자신이 돈을 만들어 내는 병원 안에서의 그는 행복해 보인다.
항상 웃음기를 머금은 표정을 짓고 있다.
그를 보는 간호사에게 그들은 그저 그냥 환자다.
그리고 그가 돌봐야할 환자가 하나 더 있다. 몇 년 째 누워 있는 아버지.
덕분에 빚이 늘었다. 남자 친구도 시들어 버린 자신을 떠났다.
남자는 현실에 적응을 해야했고,
여자는 현실의 짐을 조금은 덜어내야 했다.
현실을 부정하는 남자를 보면서 여자는 조금은 편한 마음을 갖게 되었고,
남자는 부정했던 현실을 받아 들이고 싶지 않다.
결국 치료라는 명목하에 망상을 지우고 현실을 받아 들인 남자.
현실의 갈등이 해결되고 탈출한 여자가 만나는 마지막 장면에서
처음과 반대로 남자는 우울해졌고,
여자는 표정이 풀어졌다.
그 마지막 장면에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
난 행복한가? 그리고 행복은 뭐지?
심히 집중력이 떨어진 요즘의 내가 보기엔 영화가 좀 산만하다.
감독이 의도 했을지도 모르겠지만 입원에 있는 현재와 힘들어하는 과거의 경계가 모호하다.
그리고 과거의 사건들도 맥락 없이 나열된다.
설명도 부족해 보인다.
그럼에도 영화를 끝까지 보게 된다.
주인공들에 대한 연민덕분에 마지막 장면까지 안타깝다.
현빈때문에 영화를 보게 되었으니 현빈에 대해 얘기를 좀 하자면..
참 연기가 많이 늘었구나 ..
처음 시트콤으로 연기를 시작할 때나..돌려차기에 나왔을 때는 그냥 얼굴만 반반한 청춘스타였으나..
점점 연기자의 구색을 갖춘 출연작들을 쌓아 간다.
재벌 2세 사장 역도.. 가난한 복서역도 했다.
노희경 작가 작품도 했고 인정옥 작가 작품도 했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이미지를 한 곳에 치우치게 잡아 가지 않는다.
소위 잘생긴 배우들이 일부러 곱상한 외모에 반하는 거친 역을 거쳐
미남배우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과 달리..
현빈은 자신의 이미지를 잘 활용할 줄 안다.
또 그게 현빈이 잘하는 연기라는 걸 알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지우선배와 김주원 사장 사이에 있는 이 영화의 캐릭터가..
조금 벗어나 있는 것 같아도..
지금까지 쌓아온 나이테를 메꾸는 현빈의 연기라 반가웠다.
이 드라마 첫 회부터 조선시대 강원도에 나타난 UFO로 쨍하니 열어주셨다.
전통복장을 입고 등장하는 사극을 좋아라하고
UFO같은 초자연적인 소재에 끌리는 내 취향에 딱 맞아 떨어져 주신데다...
꼭 체크하고 넘어가야 하는 배우진이 맘에 들었다.
내 맘에 쏙드는데 확 흥하지 못해 아쉬운 배우 김지훈씨와
어느 작품에서든 무거운 존재감 드러내시는 김갑수님.
시작부터 맘에 든다.
드라마의 대강의 구성은 초자연적인 현상이 일어나면,
그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현장에 파견되는 사헌부 감찰.
그를 돕는 미스테리한 여자 별감.
사당패 출신의 수행원.
그리고 진실의 기록은 원하나 진실을 세상에 알리는 건 꺼려하는 누군가.
그들이 사건을 풀어 가며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소재로 삼고 있는 이야기들이 재밌다.
UFO 흡혈 늑대인간 평행우주 외계인
미시세계까지 원인을 알아내야 하는 서양 과학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는 지금도
명확하게 밝혀내지 못했거나, 논란이 되고 있는 이야기꺼리들이다.
이런 이야기가 펼쳐지는 가운데 드라마가 주목하는 것은
현상의 원인이 아니라
그 현상을 자신의 유리할 대로 해석하고 자신의 부와 명예를 이용하는 인간들이다.
마지막 씬에서 그 현상은 인간이 만들어낸 허상일지도 모른다는 대사로
조금은 촌스럽게 끝맺기는 했지만 ..
곰곰히 생각해보면 그도 그런 것이
우리가 외계인의 마음과 시간의 문과 보이지 않는 것에 굳이 집착할 이유는 또 뭐란 말인가?......이건 아닌가?
우리나라 케이블 드라마들은 의외로 많은 시도를 통해 다양해지며 더불어 재밌어지고 있다.
다만 지금도 본토에서는 이미 수명을 다한 섹스앤더 시티를 표방하며
공중파에서는 시도하지 못할 것이 야한 드라마만 있는듯 계속해서 비슷한 드라마들을 내놓고 있기는 하지만..
반면에 일드와 미드를 즐기는 사람들이 혹할 장르를
우리 식으로 변형해 새로운 것으로 만들어 내려는 시도도 계속 된다.
일드와 미드에서 보인 장르 중에 흥했던 수사물이 두드러지는 건 아쉽지만
단순히 베껴오기보다 우리화 시키는 노력들이 보여 맘에 드는 보물을 만나기도 한다.
이 드라마도 단순화하자면 조선판 X파일이나 깊이 들어가 보면 드라마의 중심은 조금 다르다.
분명 같은 현상이 일어나도 시대와 나라에 따라 대응 방법은 달랐을 터,
조선에서 전기인간은 종교의 교주가 되고,
풍토병은 신의 섭리로 여겨진다.
지금 우리의 시선으로 보자면 무지함이지만
그게 또 그들이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다른 드라마들에서도 마찬가지 단순한 아류가 아니라
새로운 시도로 충분히 평가 받을 자격이 있다.
아쉬운 점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나 새로운 이야기꺼리에 굶주렸던 나에게 더 없이 반갑고 흡족한 드라마였다.
절망적인 제목
답답한 배경
끝없는 침잠
반짝거리지만은 않은 청춘
그럼에도 다시 착한 소년이 될 수 있을 것 같은 희망
왜 계속 눈물이 났을까?
매력적인 제작사 대표의 매력적인 제작리스트 중에 하나.ㅎㅎ
근데 이제사 난 첫 작품을 보게 됨.
잡지에서 인터뷰랑 제작 소식은 정말 많이 읽었는데 말이지.
사실 그 동안 휘리릭 푸악 쿵짝거리며 밝은 것만 일부러 찾아보려 했던 것도 있고 해서
아니 일부러 차분하고 조용한 것들은 몇 년간 피해왔는데..궁금했음.
아..
이 영화를 생각할수록 가슴이 저릿저릿...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나면
유난히 심하게 등장인물과 감정적 동화를 일으키는 못된 습관때문인지 몰라도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걸 보면서도
웅크리고 앉아서
그냥 멍하니 까만 화면을 보고 있다.
아....
나랑 같지 않지만 어쩌면 같다.
나랑 다르지만 그래도... 그저 안타깝다.
불안하게 움직이는 카메라와
답답한 구도 안에 들어가 있는 아이들이 영원히 빠져나올 수 없을 것 같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 미로 속을 혹은 골목길을 뒷방을 지하방을
그저 뱅뱅 돌 뿐이다.
서로의 결핍이나 죄책감으로 묶여진 우리지만
그 끈이 끊어진대도 살아가야 한다.
뻥 뚫린 고속도로 위에서 착한 소년이 될 거라 다시 다짐하며..
소년의 모습을 지니고 있었던 유아인의 연기가 참 괜찮음. 아... 설레네..
그리고 영화를 다 보고나서 술마시고 싶어졌다.
49일 만에 처음으로 분향을 영전에 꽃을 놓아 드렸습니다.
봉하마을도
대한문 앞으로도
그 날의 서울광장에도
선뜻 나설 수 없었습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제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던 것 같습니다.
남사스럽다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오재를 지냈다는 말에 괜히 마음에 돌덩이가 하나 얹어진 듯 했습니다.
비가 많이 오던 어제
너무도 많이 생각이 났습니다.
헤어진 남자 친구도 아니고
돌아가신 할아버지 할머니도 아닐진데
비오고 우중충한 분위기에 더욱 사무쳤습니다.
퍼부어대는 비 때문에 베란다에 들어온 물을 빗자루로 쓸어 내면서
그냥 괜시리 찔끔 눈물을 지렸습니다.
혼자 아무도 모르는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가는 기분은 이상했습니다.
선배의 손에 글려가는 집회도 아니고
아무도 같이 갈 사람 없이 가는 축구장도 아니고
그러다 점점 장소에 가까워 지자 마음이 차분해 집니다.
국화 꽃을 받아들고 번쩍이는 네온사인과
나이트 클럽 웨이터들이 앞 다투어 명함을 나눠 주며
항상 차가 막히는 팔차선 도로 가에 있는 그 곳은
보이지 않는 막에 싸여 있는 듯 고요했습니다.
우선 영전 앞에 줄을 섰습니다.
점점 내 앞에 사람이 없어질 수록
그냥 눈물이 났습니다.
손에 들고 있던 손수건을 괜히 꼭 쥐어 보고
나누어준 국화 꽃을 괜히 만지작 거리게 되더라구요.
죄송하고 미안한 마음이 컸습니다.
이제야 마지막에 다 되서야 당신 앞에 섰네요.
당신이 사람들에게 모진 말을 듣고 있을 때도
악다구니를 드러내고 당신의 일거수 일투족에 족쇄를 채울 때도
전 당신과 함께 있지 못했더랬습니다.
그런 제가 이제야 당신께 인사를 하기 위해 섰다는 것에 죄송했습니다.
전 언제나 늦었습니다.
정말 미안합니다.
저녁에 당신에 대한 다큐를 아버지와 함께 봤습니다.
49일 동안 계속봐 왔던 당신의 모습과 목소리 였지만
이제 진짜 이승을 떠났을 당신을 생각하니
그 동안 흘렸던 만큼의 눈물이 또 흐릅니다.
아버지가 묻습니다.
"저런 대통령이 또 나올 수 있을까?"
제가 대답합니다.
"제가 죽을 때까지 안 나올 것 같아요."
제가 이제 당신께 다시 묻습니다.
"우린 다시 당신과 같은 대통령을 만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