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 4. 21:28

오랜만에 게츠쿠다운 게츠쿠..

이리 말하면 게츠쿠다운게 뭔데? 라고 물으실 테지만.
게츠쿠는 방송국 간판 드라마이며 가장 대중적인 드라마가 차고 들어가는 시간대이기에 
무게 있고 진중하고 많은 이들이 공감하며 볼 수 있는 드라마들이 자리 차지했더랬다.
그런데 그간 게츠쿠가 신통치 못했다.
이러저러한 시도로 게츠쿠를 살리려 노력했지만 시청률도 사람들의 지지도 얻지 못했다.
이번에도 시청률면에서는 예전의 게츠쿠의 명성을 살리진 못했지만
드라마 자체는 상당히 좋았다.

하긴 요즘 일드들이 좀 그랬다.
처음의 신선함도 그렇다고 드라마 자체의 매력도 사라졌다.
끝까지 봐주자고 해도 재미가 없는 드라마들도 있었다.

유성은 내가 처음 일드를 접할 때 많이 봤던 일드의 느낌들이 살아 있는 그런 드라마다.
그렇다고 해서 구태의연하고 지루하고 오래되어 재미 없는 드라마는 또 아니었다.
지나간 유행의 옷을 멋지게 리폼했고  나름의 멋을 되살렸다.

여동생의 장기이식을 위해 위장결혼한 여자와 진짜 사랑에 빠진다는 이야기.
뻔해 보이는 흐름을 가져가는 듯 싶어서 처음엔 그저 그런 이야기겠거니 했다.
하지만 그저 그런 얘기를 자분자분 천천히 감정선을 따라간다.
남자주인공이 특별나게 멋지거나 여자주인공이 특별나게 예쁘거나 하지 않지만
그들이 서로의 진심을 알아내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려 지루할 법도 하지만
억지 설정이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것이 아니라
주인공들의 캐릭터들이 자연스럽게 흐르게 둔다.

독특하고 특이한 사람들이 고난과 역경을 헤쳐나가는 것도 드라마지만 
바람에 일렁이는 잔 물결같은 갈등을 이기는 것을 지긋이 바라보는 것도 드라마다.
억지로 이야기를 비꼬아서 사람을 졸이게 만드는 것도 드라마지만 
캐릭터들을 관조하며 따스하게 바라보는 것도 드라마다.

그동안 너무 재미를 위한 드라마들이 많았기에 일드들이 그저 그렇게 느껴졌었다.
하지만 유성은 이야기를 위한 드라마였고 긴 호흡으로 차분한 이야기로 보는 이의 감동을 일으킨다.

그리고 당연히 그러려니 하는 마지막회의 결론을 내는 부분에서도 
집중해서 이야기를 따르게 된다.
끝까지 호흡을 잃지 않고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 장면에서 나도 모르게 뿌듯하고 눈물까지 난다.


Posted by White_Luna
2010. 12. 22. 03:02

사실 꼼꼼히 본 건 아닌지라 그에 대한 글을 쓰는 것이 좀 망설여졌지만..
뒤늦게 영화를 보면서 영화를 미리 본 사람들의 상반되는 감상에 모두 공감한다.

이 영화를 한 줄로 정리하자면
(너무 잔인하지만)
원빈이 아저씨가 되어 옆집 아이를 위해 고군분투 하는 이야기 인데..

여기서 단어 하나라도 틀어졌더라면 전혀 다른 반응이 나왔을 이야기.



그 중에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원빈.

영화의 제목도 그렇듯이 그가 원탑.
생각해보면 그가 이렇게 전면에 나서 이야기를 이끌어 갔던 영화나 드라마는 없었던 듯.
누군가의 동생이거나 아들로 상당부분 상대배우들에게 의지하는 캐릭터들이 대부분이었음.
아니면 멜로의 대상이지만 결국은 이뤄지지 않고 아련하거나..그냥 신비롭고 말아버리는 놈이거나..
워낙에 외모에서 풍기는 아우라가 강해서 인지 몰라도 친근감이 드는 그런 이미지는 아니었다.
그동안 맡았던 캐릭터들과는 다르게 누구에게 보호를 당하는 역이 아니라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져서 누군가를 지켜주는 역이기에 
여성관객들이 더욱 그의 매력에 환호하게 만들었던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또 내가 생각해내지 못하는 원빈의 드라마가 있을까 싶어 포털사이트에 검색을 해보니.
포스터들이 묘하게도 너무나도 원빈의 극중 비중을 잘 드러내주고 있음.
킬러들의 수다에서는 사분의 일을 차지하고..
태극기 휘날리며에서는 장동건과 우리형에서는 신하균과 형제의 우애를 드러내고.
마더에서는 김혜자님의 보호를 받는 모습이지만
이 영화 아저씨에서는 소미가 저기 구석에 있고 원빈이 앞 쪽으로 나와 소미를 지켜주고 있는..모습을 하고 있다.


그리고 아저씨.
통상적으로 아저씨라는 호칭은 상대적으로 나이를 많이 먹은 남자를 지칭할 때 쓰지만
그 상대가 (나이가 많으면서) 연애 상대로서 매력이 없을 때도 사용한다.

하지만 영화에서의 아저씨라는 호칭은 옆집 소녀와의 관계에서 나온다.
영화의 성공이후에 여러 시상식이나 행사장에 모든 이들의 부러움과 함께 등장한 여주인공과의 관계에서 멜로는 없었다.
아니 이 영화 전체에서 멜로의 ㅁ도 볼 수 없다.

물론 소미에 대해서 애착을 갖게된 이유를 설명하는 듯한 시퀀스에서 
자신때문에 죽은 아내와 뱃속의 아이에 대한 장면들이 스쳐지나가지만
그냥 말 그대로 잠깐 나오는데 애틋하고 안타까운 장면일 뿐.
너무 질투나 여배우를 지운 패러디 플래쉬를 만들 정도의 반감을 사지 않을 정도였다.


그러므로 요즘에 아저씨라는 말은 좋은 말이다....라며 애둘러댄 이야기들은 
그저 아저씨들 듣기 좋으라고 헀던 립서비스였던 거다. 
그 아저씨랑 이 이저씨랑은 달랐다. 


마지막으로 고군분투

액션이 잔인하고 처절하다.
영화에서 액션이 그리 잔인하고 처절하면 화려해 보인다.
비현실적이지만 그렇기에 더욱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액션신이 여럿 등장한다.

영화에서 악으로 등장하는 이들이 일말의 용서를 할 수 없이 악한이며,
아저씨가 과거에 특수요원 출신이라는 설정을 덧씌워 그런 액션들을 가능하게 만들었지만 
또 역으로 생각하면 특수요원이었고 그 신분때문에 가족을 잃었기에 
신분을 숨기고 세상에서 자신을 지우고 살아가는데 
그런 생활과 상황을 버리면서까지 아이를 찾아야 했나 싶기도하고..

아닌가? 이미 자신의 영역까지 침범을 했기 때문에 더 열 받았던 건가?

그보다 아무도 모르게 그리 숨어 사는 와중에 
서로만이 서로를 알아보고 알아채는 그런 관계에서 
소미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봤던 건가?
앞에서 멜로에 ㅁ도 없다고 했지만 이게 결국 멜로일수도 있고.. 

그래도 결국은 그의 그런 고군분투와 노력과 감정에 누구나 쉽게 동화될 수는 없었다.
그냥 그런 이야기라고 넘어가도 되는 이들은 이들은 이 영화를 아 멋지네 좋네 하고 넘어갔겠지만
드라마가 약한 액션은 그저 눈요기라고 여기는 나 같은 관객에게서는 별 것 아닌 영화라는 감상을 얻었을..


그런 영화였구나 이 영화.

Posted by White_Luna
2010. 12. 12. 01:51

언젠가부터 적군의 공연을 보면 머리 속에 내 인생이 스쳐간다.
내가 입시에 괴로워할 때
짝사랑에 힘들어할 때
어떻게 살아야 하나 고민할 때 
항상 옆에 있던 그의 음악들.

그리고 나와 함께 나이들어가는 그의 음악들.
초기에 날서고 붕붕 뜬 음악들과 그의 창법은 
시간이 갈 수록 성숙해 가고
힘을 빼고 조근조근 이야기하듯 변해간다.
나도 그의 쎈 음악들을 듣기에 버겁기에 그런 변화가 반갑고 편하다.
나의 얘기는 아니지만 내가 공감할 수 있는 얘기를 한다.

공연장에서는 그런 얘기를 함께 한다.
난 그랬어 넌 어땠니? 이런 식으로다가..

이번 공연도 즐거웠다.
농담처럼 얘기했듯 늙어가는 팬들을 배려해서 ㅎㅎ 적절하게 느린 곡과 빠른 곡을 넣고 
함께 노래하고 노래를 듣고 이야기 하고 웃고 떠들고..
그 공연장 안에 있는 사람들만 공감할 수 있는 것들을 나눈다.
그런 따수운 분위기..노래들 사람들..
그리웠고 반가웠다.
오랜만에 만난 동창고 신나게 웃고 떠들고 온 기분.

가끔 방송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언제까지 음악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해 이야기 한다.
안타깝다.
내 잘못도 있는 것 같아서 더욱 미안하기도 하고..

그가 계속해서 노래했으면 좋겠다. 
그 시원한 목소리로 내 얘기를 대신해 줬으면 좋겠다.
공연을 보며 다시 느낀다.
나도 내 아이를 데리고 공연장 갈 수 있도록!
그 때까지 노래해 주세요 ...
꼬옥..
응원합니다. 

Posted by White_Luna
2010. 12. 9. 22:00






그들이 사는 세상과 시크릿 가든 사이의 현빈이 궁금했다.



그들이 사는 세상에서의 지우 선배는 시골 출신이긴 하나 방송국 드라마 피디였고,

시크릿 가든의 김주원 사장은 이름만 들으면 모두가 아는 재벌 백화점 사장이다.



세련되고 도시적인 캐릭터 사이에 있는 캐릭터도 그 어느 중간쯤 되리라 생각했는데,

이 영화에서 현빈은 괴로운 현실에서 도피해 과대망상증으로 정신병원에 입원한 환자다.

그리고 그와 함께 여자 주인공도 아버지의 병과 실연으로 불면증에 괴로워하는 간호사다.



정신병원과 서로의 아픔을 보듬어 주는 설정에서

행복이나 사이보그지만 괜찮아정도의 영화를 생각했는데,

영화가 무겁고 어둡다.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이 처음 만나는 장면에서는 오히려 간호사가 더 힘들어 보인다.

초점없는 눈에 바짝 말라 피딱지가 앉은 입술.

환자라고 들어온 남자 주인공은 웃고 있다.

아무 것도 없는 흰 종이에 수표를 써서 돈이라도 준다.



영화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남자 주인공의 시선을 따라가게 된다.

모든 병에 원인이 있듯이 그가 그렇게 자신만의 세상을 만든 데에도 이유가 있었다.

감정을  표현하는 법 없이 병든 어머니와

도박 빚때문에 자신을 괴롭히는 형의 스트레스를 고대로 받아 쌓아두고 있었다.

사는 게 어둡다. 그러니 여자도 떠난다.

그 모든 것의 원인은 돈 이었다.

그래서 어머니는 멀리 스위스로 보내버리고 자신이 돈을 만들어 낸다.

자신이 돈을 만들어 내는 병원 안에서의 그는 행복해 보인다.

항상 웃음기를 머금은 표정을 짓고 있다.



그를 보는 간호사에게 그들은 그저 그냥 환자다.

그리고 그가 돌봐야할 환자가 하나 더 있다. 몇 년 째 누워 있는 아버지.

덕분에 빚이 늘었다. 남자 친구도 시들어 버린 자신을 떠났다.



남자는 현실에 적응을 해야했고,

여자는 현실의 짐을 조금은 덜어내야 했다.

현실을 부정하는 남자를 보면서 여자는 조금은 편한 마음을 갖게 되었고,

남자는 부정했던 현실을 받아 들이고 싶지 않다.



결국 치료라는 명목하에 망상을 지우고 현실을 받아 들인 남자.

현실의 갈등이 해결되고 탈출한 여자가 만나는 마지막 장면에서

처음과 반대로 남자는 우울해졌고,

여자는 표정이 풀어졌다.



그 마지막 장면에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

난 행복한가? 그리고 행복은 뭐지?









심히 집중력이 떨어진 요즘의 내가 보기엔 영화가 좀 산만하다.

감독이 의도 했을지도 모르겠지만 입원에 있는 현재와 힘들어하는 과거의 경계가 모호하다.

그리고 과거의 사건들도 맥락 없이 나열된다.

설명도 부족해 보인다.



그럼에도 영화를 끝까지 보게 된다.

주인공들에 대한 연민덕분에 마지막 장면까지 안타깝다.









현빈때문에 영화를 보게 되었으니 현빈에 대해 얘기를 좀 하자면..

참 연기가 많이 늘었구나 ..

처음 시트콤으로 연기를 시작할 때나..돌려차기에 나왔을 때는 그냥 얼굴만 반반한 청춘스타였으나..

점점 연기자의 구색을 갖춘 출연작들을 쌓아 간다.

재벌 2세 사장 역도.. 가난한 복서역도 했다.

노희경 작가 작품도 했고 인정옥 작가 작품도 했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이미지를 한 곳에 치우치게 잡아 가지 않는다.

소위 잘생긴 배우들이 일부러 곱상한 외모에 반하는 거친 역을 거쳐 

미남배우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과 달리..

현빈은 자신의 이미지를 잘 활용할 줄 안다.

또 그게 현빈이 잘하는 연기라는 걸 알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지우선배와 김주원 사장 사이에 있는 이 영화의 캐릭터가..

조금 벗어나 있는 것 같아도..

지금까지 쌓아온 나이테를 메꾸는 현빈의 연기라 반가웠다.

Posted by White_Luna
2010. 11. 17. 01:54

섹스 코메디란다.

이해영감독의 차기작을 손꼽아 기다렸는데
대본 몇 작품을 함께하던 이해준감독이 김씨표류기로 개인의 색깔을 오롯이 보여줬고
이해영감독은 조금은 민감한 만화를 원작으로 작품을 준비한다기에
기다렸는데 그 영화가 엎어졌다고 했다. 
그래서 이번에 찍은 영화는 그거 란다.

소재가 맘에 안 찬다.

그런 얘기하면 떠오르는 영화들이 몇 개 있다.
쭉쭉빵빵의 여성들이 나오고 
어떻게 한 번 자보고 싶어서 안달이고
몇가지 성추행 강제 추행 비슷한 에피소드가 있고 
억지로 웃기려 애쓰고 
그러다가 사실은 그게 아니었어요. 순수한 사랑이었는 걸요 하면서 눈물 바람까지 하는 
그 영화 말이다. 속편까지 나왔던 그 영화.

솔직히 재미 없었다.
내 취향은 아니었다.
보는 내내 불편했다.

이 영화도 그러면 어쩌나 걱정 됐는데 아니었다.

어쩌면 이 영화 주인공들의 취향이 더 다양하고 변태적일 수도 있지만 
그걸 그냥 밥먹는 얘기를 하고 
좋은 경치를 구경하는 것과 비슷한 거라고 얘기한다.
이미지와 대사의 은유로 코메디를 만든다.

주인공들은 솔직하게 자신의 욕망과 취향을 얘기하기에 
천해보이거나 가벼워 보이지 않는다.
그래
입맛이 다르듯이 그 취향도 다를 수 밖에 없다.
감추는 것보다 오히려 드러내는 게 낫다.
그리고 그 취향이 누구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한 
한 번 사는 세상 즐겁게 살아가는 게 낫다.

그런 얘기였다.

음..
솔직히 어디까지 스포가 될 지 몰라서 영화 얘기를 하고 싶은 대로 다 하지 못하겠지만
그리고 나의 영화를 보는 취향이 대부분의 사람들과 좀 다를지도 모르겠지만

이 영화 재밌다!!!!! 
Posted by White_Luna
2010. 11. 4. 20:00


 

이 드라마 첫 회부터 조선시대 강원도에 나타난 UFO로 쨍하니 열어주셨다. 

전통복장을 입고 등장하는 사극을 좋아라하고 

UFO같은 초자연적인 소재에 끌리는 내 취향에 딱 맞아 떨어져 주신데다... 

꼭 체크하고 넘어가야 하는 배우진이 맘에 들었다. 

내 맘에 쏙드는데 확 흥하지 못해 아쉬운 배우 김지훈씨와 

어느 작품에서든 무거운 존재감 드러내시는 김갑수님

시작부터 맘에 든다.

 

드라마의 대강의 구성은 초자연적인 현상이 일어나면, 

그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현장에 파견되는 사헌부 감찰. 

그를 돕는 미스테리한 여자 별감

사당패 출신의 수행원. 

그리고 진실의 기록은 원하나 진실을 세상에 알리는 건 꺼려하는 누군가.

그들이 사건을 풀어 가며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소재로 삼고 있는 이야기들이 재밌다

UFO 흡혈 늑대인간 평행우주 외계인 

미시세계까지 원인을 알아내야 하는 서양 과학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는 지금도 

명확하게 밝혀내지 못했거나, 논란이 되고 있는 이야기꺼리들이다


이런 이야기가 펼쳐지는 가운데 드라마가 주목하는 것은 

현상의 원인이 아니라 

그 현상을 자신의 유리할 대로 해석하고 자신의 부와 명예를 이용하는 인간들이다. 

마지막 씬에서 그 현상은 인간이 만들어낸 허상일지도 모른다는 대사로 

조금은 촌스럽게 끝맺기는 했지만 ..

곰곰히 생각해보면 그도 그런 것이 

우리가 외계인의 마음과 시간의 문과 보이지 않는 것에 굳이 집착할 이유는 또 뭐란 말인가?......이건 아닌가?

 



우리나라 케이블 드라마들은 의외로 많은 시도를 통해 다양해지며 더불어 재밌어지고 있다. 

다만 지금도 본토에서는 이미 수명을 다한 섹스앤더 시티를 표방하며 

공중파에서는 시도하지 못할 것이 야한 드라마만 있는듯 계속해서 비슷한 드라마들을 내놓고 있기는 하지만.. 

반면에 일드와 미드를 즐기는 사람들이 혹할 장르를 

우리 식으로 변형해 새로운 것으로 만들어 내려는 시도도 계속 된다. 

일드와 미드에서 보인 장르 중에 흥했던 수사물이 두드러지는 건 아쉽지만

단순히 베껴오기보다 우리화 시키는 노력들이 보여 맘에 드는 보물을 만나기도 한다.

 

이 드라마도 단순화하자면 조선판 X파일이나 깊이 들어가 보면 드라마의 중심은 조금 다르다. 

분명 같은 현상이 일어나도 시대와 나라에 따라 대응 방법은 달랐을 터, 

조선에서 전기인간은 종교의 교주가 되고, 

풍토병은 신의 섭리로 여겨진다. 

지금 우리의 시선으로 보자면 무지함이지만 

그게 또 그들이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다른 드라마들에서도 마찬가지 단순한 아류가 아니라 

새로운 시도로 충분히 평가 받을 자격이 있다.

 

아쉬운 점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나 새로운 이야기꺼리에 굶주렸던 나에게 더 없이 반갑고 흡족한 드라마였다.

Posted by White_Luna
2010. 10. 26. 00:27


언젠가부터 경구처럼 외던 착하게 살자라는 말을 안 하게 되었다.

절에 다니시던 할머니는 언제나 나의 악행이 곧 다시 나에게 돌아온다고 하셨더랬다.
덕을 쌓으라는 말도 하셨던 것 같고..


그런데 언제부터였지?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더이상 착하게 살자라는 말을 억지로라도 하지 않게 되었다.


아마도 아무리 착하게 살아도 소용없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부터였을지도 모르고..
착하게 살다가 내 복장이 터지고 말겠다고 깨달았을 때 였을지도 모른다.
내가 착하게 산다고 해서 누가 그걸 알아주겠나 싶기도 하고..
내가 착하게 한다고 한 행동도 누군가에게는 불편이 될 수도 있고
꼭 착하게 산다고 해서 복이 내리는 세상도 아닌 거 같고..

그냥 착하게 물러터지게만 살다가는 사람을 너무 쉽게 보는 것 같기도 하고
착하게 굴다가 갑자기 조금이라도 엇나가면 그 비난은 더 거세지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타고난 성질대로 하고 살면 사람이 변했다고 하고 혹은 내숭떤다고하고

그냥 확 세상에 대한 줄을 놓고 살기 시작했을 때부터..
나도 놓고 사람들의 시선도 놓고 살면서부터 
그냥 내 멋대로 내가 하고 싶은대로 하면서 살다보니.
요즘 너무 못되게 살고 있는 건 아닌가 해서..

그래서 저렇게 밖에 바람이 무섭게 불면 
혹은 어디서 조그맣게 벼락이라도 떨어지면 
난 누가 나에게 벌을 내리지 않나 덜덜 떨면서 밤을 지내야 하는 건가... 싶다.




Posted by White_Luna
2010. 10. 23. 20:47

깔깔거리며 예능프로그램을 보고 있는데 익숙한 멜로디가 배경음으로 쓰인다.

뭐 자주 듣는 노래긴 하지만 문득 그 노래에 옛날 생각이 났다.
어떤 영화가 떠올랐고 
그 영화와 함께 당시의 누군가가 떠올랐다.

이상하다.

그 영화를 같이 본 것도 아니고...
그 노래에 대한 추억도 없는데 말이다.

요즘들어 그런 게 좀 심해지긴 했지만..
문득문득 그렇다 
옛날 노래에서는 당시의 냄새가 같이 난다.

잡념이 많아지는 시기이기도 해서..집중하기 어려워 죽겠다 푸념하는 대신에 
한동안 노래에 젖어 당시를 느껴본다.
그 때의 나와 그 사람을 다시 떠올려 본다.
물론 내 편할대로 편집된 기억이겠지만 기억을 떠올리는 동안은 따듯하고 행복하다.

프로그램의 흐름을 타지 못하고 넋을 놓고 잠시 멍하니 있는다.

노래가 끝나고 다시 새로운 노래에 새로운 상황이 눈에 들어와 그 기억에서는 빠져 나왔지만
노래로 떠올렸던 행복했던 기분은 아직도 두근 거리게 한다.

그래 뭐 그렇게 살면 되는 거지.
맞지?   

Posted by White_Luna
2010. 10. 15. 15:32

절망적인 제목

답답한 배경

끝없는 침잠

반짝거리지만은 않은 청춘

그럼에도 다시 착한 소년이 될 수 있을 것 같은 희망

 

 

왜 계속 눈물이 났을까?

 

 

 

매력적인 제작사 대표의 매력적인 제작리스트 중에 하나.ㅎㅎ

근데 이제사 난 첫 작품을 보게 됨.

잡지에서 인터뷰랑 제작 소식은 정말 많이 읽었는데 말이지.

 

사실 그 동안 휘리릭 푸악 쿵짝거리며 밝은 것만 일부러 찾아보려 했던 것도 있고 해서

아니 일부러 차분하고 조용한 것들은 몇 년간 피해왔는데..궁금했음.

 

아..

이 영화를 생각할수록 가슴이 저릿저릿...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나면

유난히 심하게 등장인물과 감정적 동화를 일으키는 못된 습관때문인지 몰라도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걸 보면서도

웅크리고 앉아서

그냥 멍하니 까만 화면을 보고 있다.

 

아....

나랑 같지 않지만 어쩌면 같다.

나랑 다르지만 그래도... 그저 안타깝다.

 

불안하게 움직이는 카메라와  

답답한 구도 안에 들어가 있는 아이들이 영원히 빠져나올 수 없을 것 같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 미로 속을 혹은 골목길을 뒷방을 지하방을

그저 뱅뱅 돌 뿐이다.

 

서로의 결핍이나 죄책감으로 묶여진 우리지만

그 끈이 끊어진대도 살아가야 한다.

뻥 뚫린 고속도로 위에서 착한 소년이 될 거라 다시 다짐하며..

 

소년의 모습을 지니고 있었던 유아인의 연기가 참 괜찮음. 아... 설레네..

 

 

그리고 영화를 다 보고나서 술마시고 싶어졌다. 

Posted by White_Luna
2009. 7. 11. 02:01




49일 만에 처음으로 분향을 영전에 꽃을 놓아 드렸습니다.

봉하마을도
대한문 앞으로도
그 날의 서울광장에도
선뜻 나설 수 없었습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제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던 것 같습니다.

남사스럽다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오재를 지냈다는 말에 괜히 마음에 돌덩이가 하나 얹어진 듯 했습니다.

비가 많이 오던 어제
너무도 많이 생각이 났습니다.
헤어진 남자 친구도 아니고
돌아가신 할아버지 할머니도 아닐진데
비오고 우중충한 분위기에 더욱 사무쳤습니다.

퍼부어대는 비 때문에 베란다에 들어온 물을 빗자루로 쓸어 내면서
그냥 괜시리 찔끔 눈물을 지렸습니다.

혼자 아무도 모르는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가는 기분은 이상했습니다.
선배의 손에 글려가는 집회도 아니고
아무도 같이 갈 사람 없이 가는 축구장도 아니고
그러다 점점 장소에 가까워 지자 마음이 차분해 집니다.

국화 꽃을 받아들고 번쩍이는 네온사인과
나이트 클럽 웨이터들이 앞 다투어 명함을 나눠 주며
항상 차가 막히는 팔차선 도로 가에 있는 그 곳은
보이지 않는 막에 싸여 있는 듯 고요했습니다.


우선 영전 앞에 줄을 섰습니다.
점점 내 앞에 사람이 없어질 수록
그냥 눈물이 났습니다.

손에 들고 있던 손수건을 괜히 꼭 쥐어 보고
나누어준 국화 꽃을 괜히 만지작 거리게 되더라구요.

죄송하고 미안한 마음이 컸습니다.
이제야 마지막에 다 되서야 당신 앞에 섰네요.
당신이 사람들에게 모진 말을 듣고 있을 때도
악다구니를 드러내고 당신의 일거수 일투족에 족쇄를 채울 때도
전 당신과 함께 있지 못했더랬습니다.

그런 제가 이제야 당신께 인사를 하기 위해 섰다는 것에 죄송했습니다.

전 언제나 늦었습니다.

정말 미안합니다.


저녁에 당신에 대한 다큐를 아버지와 함께 봤습니다.
49일 동안 계속봐 왔던 당신의 모습과 목소리 였지만
이제 진짜 이승을 떠났을 당신을 생각하니
그 동안 흘렸던 만큼의 눈물이 또 흐릅니다.

아버지가 묻습니다.
"저런 대통령이 또 나올 수 있을까?"
제가 대답합니다.
"제가 죽을 때까지 안 나올 것 같아요."

제가 이제 당신께 다시 묻습니다.
"우린 다시 당신과 같은 대통령을 만날 수 있을까요?"
Posted by White_Lu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