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에 해당되는 글 42건

  1. 2011.12.23 뿌리 깊은 나무
  2. 2011.10.05 위선과 위악
  3. 2011.09.30 그래도 살아간다.
  4. 2011.07.02 한국 근대사 산책 중에서
  5. 2011.07.02 로맨스타운
  6. 2011.07.02 한국 근대사 산책
  7. 2011.06.12 디어 평양 + 굿바이 평양
  8. 2011.04.13 배신
  9. 2011.03.15 요 며칠간의 생각들
  10. 2011.01.27 축구
2011. 12. 23. 01:31


-
또 하나의 폭풍 같은 드라마가 끝이 났다.
매회 사람을 홀리는 이야기와 연기와 대사들이 쏟아졌다.
말 그대로 사람 혼을 쏙 빼놓은 이야기.


-
보는 이에 따라 다르게 읽히는 것도 사극의 재미이다.  
이 드라마는 지금을 몇년 전을 그리고 앞으로의 일도 생각하게 한다.
그 시대에도 지금도 그러한 일들을 보편적인 맥으로 엮었고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으로 이야기를 더 풍부하게 만들었다.

물론 역사적 사실과 야사와 작가의 창작은 구별해야 한다.

하지만 이 이야기를 보고 읽으며 하는 생각은
어떤 것이 옳고 그르다 할 수 없다.
드라마가 방송되는 순간.
똑같은 이야기를 보고 있지만 
어쩌면 서로 비슷한 생각을 전파를 통해 나누고 있을 수도 있고
서로 다른 이야기를 보고 있는 지도 모른다.

어떤 게시판에서 세종과 한글을 가카와 한미 에프티에이로 해석하는 글도 읽었다.
그건 그 사람 생각일 뿐 그 사람이 틀린 게 아니다.
작가가 이건 이렇습니다 하고 명확하게 밝힌 것도 없으니
다 가지 맘대로 생각하면 그 뿐..
정답은 없다.

어떤 드라마를 보든 어떤 이야기를 읽든
사람들은 자신이 경험한 범위 안에서 그것들을 해석한다.
우리가 조선시대에 살지 않았고,
작가 역시 동시대 사람이니 
우리가 경험한 어떤 정치적인 상황들을 생각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아닌가? 



-
마지막 회에서 나온 이도와 정기준의 대화..

정기준
당신의 글자는 위정자와 지배층에 그렇게 이용될 지도 모른다.
무릇 백성은 어리석어 보이나 지혜로서 속일 수 없다 했어.
그러나 그 말은 오히려 어리석기 때문에 속일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지혜가 없는 선인은 바위를 속일 수 없는 것처럼.
헌데 너의 글자로 지혜를 갖게 된 백성은 속게 될 것이다.
더 많이 속게 될 것이고 이용될 것이다.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 개새끼처럼..

이도
그래 그럴 수도 있겠지.
허나 그들은 결국 그들의 지혜로 길을 모색해 나갈 것이다.
그리고 매번 싸우고 또 싸워나갈 것이다.
어떤 때는 이기고 어떤 때는 속기도 하고 어떤 때는 지기도 하겠지.
지더라도 어쩔 수 없다. 그것이 역사니까.
또 지더라도 괜찮다.
수많은 왕족들과 지배층이 명멸했으나,
백성들은 이 땅에서 수만년동안 살아 왔으니까.
또 싸우면 되니까.


벼슬도 없이 그저 밀본의 일을 함께하던 한가가
훗날 수양대군 밑에서 위세를 떨치던 한명회였음이 밝혀지고
그가 이제 우리가 알고 있는 한명회의 시작을 위해 가던 중 
사육신의 한 사람인 성삼문과 마주치게 된다.  
그들은 서로가 누군지 모르지만..
우린 그들이 나중에 서로 반대편에서 다시 만날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자신의 곁에 있던 사람들이 떠난 궁에서 왕은 역사를 얘기한다.
그들은 역사에 기록되지 않았으나 
존재하지 않았다고 단정지어 얘기할 수도 없다.
역사책에 기록된 것만이 역사의 전부는 아니다. 

역사는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계속 싸우고 있다.
이길 수도 질 수도 있는 싸움이지만 어느 한 쪽이 계속해서 이기는 싸움 또한 없다.

그냥 오늘 본 뉴스들을 보면서 드라마를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Posted by White_Luna
2011. 10. 5. 01:48

둘 다 나쁘다.
남을 속이는 건 매한가지 솔직하지 못하다.
하지만 둘 중에 그나마 나은 걸 가려보자면 위악이 아닐까 싶은 요즘이다.


-
이 동네는 장애인 학교도 있고, 장애인 보호시설도 있다.
슈퍼도 같이 쓰는 같은 생활권까지는 아니더라도 매일 그 시설들의 셔틀버스들이 동네에 다닌다.
그러다 보니 장애인들을 많이 본다.

이사와서부터 그랬다.
초등학교 등하교 시간에 아파트 후문에는 그 버스가 아이들을 내려놓고
아이들의 부모들이 아이들을 챙겨 집으로 돌아가는 풍경을 본다.

처음엔 조금은 다른 모습에 슬슬 피하기도 했고, 넋놓고 걷다가 놀라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은 나에게 어떤 방식으로든 피해를 주지 않았다.
다른 것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지니 그들을 밀어내는 마음도 점점 없어진 것 같다.
그러면서 조금은 위선을 떨면서 그들을 이해하고 보듬어 줄 수 있다고 남들에게 말할 수 있게 된다.


-
대학 1학년 때 시정 인턴이란 것을 했다.
단순하게 아르바이트로 생각하고 지낸 한 달 동안 많은 것을 배웠다.
 
내가 일한 시 기관은 자원봉사센터.
자원봉사를 하고자 하는 사람과 일손이 필요한 사람들을 이어주는 곳인데, 방학동안 몰려드는 중고등학생들을 인솔해서 기관으로 가는 일을 맡았다. 솔직히 아무 것도 할 줄 모르는 건 중고등생들이랑 비슷했기에 말이 인솔이지 봉사자들이 하는 일을 함께 했는데, 한 곳은 거동이 불편하거나 치매때문에 보호가 필요한 할머니들이 계시는 수녀원이었고, 한 곳은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이 모여사는 곳이었다.

사실 중고등학교 때 봉사활동이라고는 동사무소나 우체국에서 일을 좀 도와드린 것 뿐이었지. 그렇게 어디다가 봉사활동 했다고 말할 수 있는 그런 데서는 한 번도 일해 본적이 거의 없어서 조금은 당황스럽긴 했다. 어떻게 도와 드려야할지도 잘 모르겠고, 내가 도와 드려서 더 불편해 지시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고.. 시설에서 상주하시는 수녀님들이나 봉사자 분들은 오히려 좀 막대한다 싶을 정도로 일반인들과 별다를 바 없이 대하셨다. 처음엔 그것조차 당황 스러웠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게 되려 그 분들을 위하는 일이었다. 결국은 같은 사람. 그거다. 누가 좀 더 불편하고 누가 좀 더 몸을 자유롭게 놀릴 수 있는 것 뿐이지 모두 같다.

장애인 시설에서는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비가 너무 많이 오는 날이라 그 날 오려했던 봉사자 분들이 오지 못해서 하루에 한 번씩 하는 목욕을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원래는 나처럼 설은 사람들에게는 잘 시키지 않는 목욕을 도와드리게 되었는데,  거기서 크게 실수를 하고 만다. 옷을 벗기고 원장님이 씻기고 내가 타월을 건네주고 수발을 드는데.. 그 타이밍이 좀 안 맞았다. 좀 쩔쩔 매면서 손이 헛돌고 좀 어색하게 굴었다. 조용히 야단을 맞았다. 그들이 그렇게 의사 표현을 하지 못한다고 수치심이 없는 줄 아느냐며, 나무토막이 아니고 사람이고 생명이라며.. 

그렇게 혼나기도 하면서 한 달을 보내고 마지막 날 이제 마지막이라며 그동안 수발 들어드리고 식사를 도와 드리던 할머니들이랑 같이 티비를 보고 종이접기도 했던 장애인들과 헤어지는데 서로 그렇게 아쉬울 수가 없었다. 특히 할머니들이랑 같이 있을 땐 당시 돌아가신 지 일년 정도 지났던 친할머니가 너무 너무 생각이 나는 거라. 그래서 같이 있으면서 우리 할머니 얘기도 했던터라 더 막 눈물도 찔끔찔끔 나고, 그 후에 다시 한 번 찾아 뵙겠다는 약속은 못지켰지만. 그래도 가끔 그 곳에서 잡았던 할머니들의 손과 조용히 혼냈던 원장님이나 더없이 선한 표정을 하고 거친 일도 마다하지 않던 수녀님들이 생각난다.

그렇게 그 여름을 지내면서 내가 위선을 떨 수 있는 포인트를 하나 얹었다.



-
그리고 지금 티비를 보고 뉴스를 본다.
위선이 넘쳐난다.
그게 진심일지 몰라도 잘도 포장되어 비춘다.
예쁘게 사진으로 찍어 자신의 위선을 자랑하기도 하고 그 위선조차 없는 자들이 그 포장된 위선을 비꼬며 낄낄거린다.
사회악을 자신도 같이 처단할 수 있다며 공분하여 일어나기만 한다. 일어나서 무슨 행동을 보이는 건 아니고.

그게 그렇게 불편할 수가 없다.
내가 어쩔 수 없다면 특히 내가 이렇게 흥분해서 뭔가 바뀌지 않는다면 그 흥분을 좀 조절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미 몇년 전에 있었던 일이고 그 때도 충분히 사람들에게 알리려 노력했음에도
이제야 그 때 보여줬음 좋았을 분함을 여기저기서 터트리고 있다.
 
그럴만큼 정말 그렇게 당신은 착해요? 묻고 싶을 정도로.. 
Posted by White_Luna
2011. 9. 30. 13:45

정말 많은 이야기 끝을 마무리 할 법한 문장이 제목이 되었다. 

이 드라마는 이 문장을 만들기 위한 이야기를 한다.

한 아이가 죽었고 그 일로 인해 한 가족은 가해자의 가족이 다른 한 가족은 피해자의 가족이 되었다. 가족을 잃는다는 것은 어느 사람에게든 큰 상처가 되고 후회를 남기는 법이지만 이 두 가족은 갑작스런 사건때문에 다른 가족보다 더 깊은 후유증을 안고 살아간다. 그들을 괴롭히는 건 그 사건자체에 있기도 했지만 주변 사람들의 시선과 그것을 부추기는 언론도 있었다. 그들에게는 삶이고 생활이었지만 다른 이들에게는 그것이 한낱 가십거리였다. 그들이 원하는 건 보통사람들처럼 살아가는 것이었다. 엄청난 사건의 피해자와 가해자의 가족이기 때문에 월드컵이나 월드 챔피언쉽 야구처럼 모두가 웃고 즐기는 일에 함께 웃고 즐길 수가 없고 누구나 쉽게 가는 가라오케도 쉽사리 갈 수가 없다.

그렇게 살아가던 사람들이 다시 만나 엉킨 실타래를 풀기 시작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가해자의 여동생이 그런 삶을 끝내기 위해 피해자가족을 만나러 갔지만 어떻게 일이 꼬이면서 피해자의 오빠와 그 사건과 관계없는 사람과 사람으로 처음 만나게 된다. 자신이 동생을 제대로 돌보지 않아서 동생이 죽었다 자책하며 세상과 등지고 살아온 피해자의 오빠는 처음 본 그녀에게 사건에 대해 이야기 한다. 그녀는 다른 보통 사람들처럼 흥미를 가지고 그 이야기를 끝까지 들을 수가 없다. 그녀에게도 그에게도 지금의 자신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그 사건이었다.

피해가와 가해자가 아닌 사람과 사람으로 만나 어떻게 그 시간을 살아 왔는지를 알게 되면서 서로 끝과 끝에 있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은 어쩌면 서로가 비슷한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드라마에서는 서로 얼굴을 마주하고 이야기를 하고 자신의 상처를 드러내는 과정을 잔잔하고 끈질기게 그리고 천천히 보여줬다. 

서로가 만나 이야기 하고 자신의 상처를 내보이면서 점점 보통 사람들과 닮은 생활을 하게 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가족의 상실은 큰 상처로 남아 완전히 잊고 새출발은 할 수는 없었다. 그래도 묵혔던 감정을 내보이고 서로 다독일 수는 있었다. 그렇게 사건 당시에서 멈췄던 시간을 다시 돌리기 위해 각자의  방법으로 노력하며 살아갈 것이다. 

이 드라마의 작가는 가정폭력에 시달리던 아이를 구해 유괴범으로 몰리면서 까지 아이를 보호하려고 했던 여자의 이야기를 하며 모성에 대해 이야기한 작가였다. 이 역시 사회면의 한 귀퉁이를 차지할 법한 충격적인 사건이 표면적으로 드러나 있지만 그 속에는 사람답게 사는 것에 대해 이야기 했었다. 이 드라마도 마찬가지. 이야기 속에 사람이 있었다. 대사로 뱉어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속으로 품고있는 솔직한 감정까지 지문에 담아 꼼꼼하게 사건이 아닌 사람을 이야기 했다. 

그리고 그 꼼꼼하고 애절한 대본을 연기한 연기자들도 모두 훌륭했다.
오바하지 않고 차분하게 자신의 몫을 충분히 해내는 배우 에이타는 여전히 제 몫을 다하고 있었다.
그리고 에이타와 함께 호흡을 맞추며 극의 분위기를 이끌던 미츠시바 히카리는 근래 본 어떤 일본의 또래 여배우보다 훌륭했다. 
유년의 상처로 인해 살인자가 된 어둠을 정말이지 소름끼치게 표현한 카자마 슌스케는 이 드라마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는데, 그가 쟈니스라는데 한 번 더 놀랬던 기억이 있다.
이 드라마에서 제일 놀란 배우는 오오타케 시노부였다. 체구도 목소리도 자그마한데 긴 독백을 하면서도 자신의 어린 딸을 죽인 살인자를 만나는 장면에서도 전체적인 분위기를 주도하는 건 오오타케 시노부의 연기였다. 강약과 대사와 대사 사이의 공백을 조율하면서 독특한 리듬을 만들어내 차분한 화면의 분위기와 묘하게 어울려 눈을 뗄 수 없이 그녀의 연기에 집중하게 만들었다. 

드라마를 보면서 일본 대지진이 생각났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가족을 잃고 직장을 잃은 상태에서 그래도 살아가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 드라마는 바로 다음 분기에 시작되었다. 전부터 오랫동안 준비된 이야기였을테지만 일본의 그 묘한 사회분위기와 이 드라마는 함께 읽혔다. 살아 남은 자의 고통과 상처 그리고 남은 삶. 드라마를 보고나면 언제나 등장인물이 엔딩 이후에 어떻게 살아갈까 궁금해 지는데.. 이 드라마는 그런 게 더욱 심했다. 한동안은 드라마를 생각하며 멍해 있을 정도. 앞에서 얘기 했듯이 대본도 연기도 그걸 버무린 연출까지 모두 훌륭했기 때문일 것이다. 다른 사랑이야기 처럼 또 스릴러처럼 모든 사건이 시원하게 해결되고 모두모두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라는 결론이 아니어서 그 증상이 더 심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런 엔딩이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사건 이후에도 삶을 포기하지 않고 살아왔듯이. 그냥 그들의 인생의 한 부분을 엿보는 것 뿐이었을 테니. 







남녀 주인공을 연기한 에이타와 마츠시마 히카리가 묘하게 또 인연이 연결되는게..
마츠시마 히카리가 이 드라마와 동시에 출연중인 NHK의 일일드라마에서 에이타의 동생인 나가야마 켄타랑 상대역으로 나온다.
에이타가 이이토모 텔레폰 쇼킹에서 릴레이로 히카리에게 연결해 주는 부분에서 ㅎㅎ
지금 동생이랑 같이 있는데 동생이랑 통화하겠냐고 장난치더라. ㅎㅎ
마츠시마 히카리가 그 묘하게 닮은 구석이 있는 형제와 잘 어울리는 비주얼인가.... 싶었던 그냥 그런 얘기.


++
재작년에 사랑해 -용서- 라는 제목으로 
이 드라마와 비슷한 사건을 다룬 드라마가 있었는데,
그 스페셜 단편이 얼마 전에 방송되었다.
조금은 다른 시각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데.. 이 드라마와 비교해서 보는 맛이 있었음.
그리고 그 드라마를 보면서 
우리나라 인터넷 언론이나 일본의 황색찌라시나 수준이 그게 그거라는 생각도 들고..
뭐 이렇게 남걱정 해주시는 분들이 많은지 싶기도 하고..
그런 생각이 더 많이 들었음. 

Posted by White_Luna
2011. 7. 2. 23:18

2008년 4월 한시준

" 흔히 독립운동의 역사를 일제와 맞서 싸운 것 만으로 이해하거나 일제 강점기인 1910년에서 1945년까지 민족사가 단절된 것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많다. 그렇지 않다. 독립운동과정에서 민족의 역사가 변화하고 발전한 못브들이 적지 않다. 이러한 역사적 경험과 자산들이 해방후 그대로 계승되었고, 그것이 오늘의 발전을 가져온 원동력이 되었다."며 주장.

"거듭 말하건대 정부는 1919년 상하이에서 임시로 수립했고, 일제로부터 독립한 후 1948년에 정식으로 수립한 것이다. 1948년 8월 15일 수립 선포식 때 내건 현수막에 대한민국 건국이라 하지 않고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라고 한 의미를 유념할 필요갸 있다. 대한민국이 1948년에 건국되었다는 것은 민죽사에서 독립운동의 역사를 단절된 역사로 보는 몰이해, 그리고 독립운동가들이 근대의식을 과소 평가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2008년 5월 다시 한시준은 어느 신문이 "올해는 대한민국 탄생 60주년이 되는 해"라고 하면서 "대대적인 국민축제로 나라의 환갑을 맞자"는 내용의 글을 실은 것을 문제 삼았다. 그는 "고려대가 2005년에 성대하게 개고 100주년 기념행사를 치렀다. 1905년 이용익이 설립한 보성전문학교부터 연원을 따졌기 때문이다. 고려댛가교란 이름은 1946년 미군정청 아래서 정해졌다. 설립자도 다르고, 학교의 이름도 달랐지만 1946년을 건학의 출발로 삼지 않는다. 연세대, 이화여대등도 마찬가지다"며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그런데 유독 임시정부의 역사만 제외 시키고 다른 잣대를 들이댄다. 더욱이 역사학자들이 앞장서서 건국 60주년이라고 주장하는 데는 할 말을 잃는다. 우리는 그동안 일본과 중국이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는 사실에 흥분해왔다. 그렇지만 건국 60주년이란 주장을 보면서 정작 우리 자신이 우리의 역사를 왜곡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ㅇㄹ 하게 된다. 우리 자신이 우리의 역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중략)

 

2008년 7월 우리어문학회 고문 박영원 조선일보가 건국 60주년이란 표션을 쓰는 것에 대해 이의 제기.. 60년 이전의 우리나라 역사를 우리 스스로가 부정하는 꼴이 된다며 과거의 왕조나 일제 치하의 역사와 구분하기 위한 것이라면 대한민국 정부수립 60주년이나 민주헌정 수립 60주년으로 표현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이에 조선일보는 만약 그렇다면 고조선 이외에 어떤 나라도 건국이라 쓸 수 없을 것이며.. (중략) .. 한국사에서 처음으로 헌법과 의회의 기반을 둔 주권 재민의 민주 공화제 국가인 대한민국이 실질적인 주권을 갖추고 세워졌다는 데 초점을 맞춤 표현.."

 

2008년 7월 전 국사편찬 위원회 위원장 이만열 1948년 정부수립 당시 이승만도 대한민국 30년을 주장했었다는 점을 지적.. "건국 60년을 고집하는 근저에는 대한민국 국부 이승만에 대한 추앙심이 전제되어 있다고 보는데, 왜 이승만의 이런 역사의식은 공유하지 않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중략) 

 

안타까운 일이다. '건국 60주년'이냐 '건구 89주년'이냐 하는 건 차분하게 이야기해볼 수 있는 주제임에도 정부주도의 행사가 스스로 특정 정치적 성향의 색깔을 강하게 내세우는 바람에 일을 그르치고 말았으니 말이다.

 

한국 근대사 산책 6권 205p~207p

------------------------------------------------------------------------------------------------------

 '국민'의 방송 KBS에서 이승만과 백선엽에 대한 다큐를 기획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는 즈음에

 

마침 지금 읽고 있는 책에서 묘하게 적어두고 싶은 이야기들을 발견..

 

당신들은 역사에서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일까?

그리고 역사를 어떻게 이해하고 이용하며 세뇌 시키고 싶은 것일까?

Posted by White_Luna
2011. 7. 2. 23:17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돈.

 

처음에 식모들이라는 이름으로 한줄짜리 시놉시스가 돌아다닐 때는 

그저 파리의 연인이나 기타 등등의 로코물의 재현이나 

아침드라마 풍의 캔디스토리 라고 생각했었고

 

로맨스 타운이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는 

모든 걸 다 뛰어넘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이 드라마에서는 돈을 이야기하고

돈으로 나눠지는 (보이지 않지만 실제로 존재하는) 신분에 대해 대놓고 이야기 한다.

다른 드라마에서 그런 신분의 차이에 대해 애둘러 표현하는 것과 다르다.

 

"내가 사실 당신보다 돈이 많거든요." 하는 속마음을  드러낸다.

그에 따라서 여자주인공은 이 드라마에서 대놓고 차별과 멸시를 당하는 식모임에도 당당하다.

그래서 새로운 갈등이 생기고 남다른 이야기를 보여준다.

 

드라마를 보면서 내내 궁금한 건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의 애정의 행방이 아니라 

지독하게 냄새가 나고 더러운..

캐리어에서 택배상지로 또 쓰레기 봉투로 옮겨가는 돈의 행방이다.

그 돈이 누구에게 가고 누가 당첨 복권을 가지고 있고 그런 돈의 흐름을 따라 갈등이 생기고 풀린다.

그리고 그에 대해 욕심을 내는 사람들.

돈이 많든 적든 어떤 직업을 지녔든 모두 돈을 대하는 태도는 모두 비슷하다.

 

백억이 이십오억이 되었고 

그 뭉치돈의 존재에 대해 아는 사람이 하나 둘 늘어가고..

일번가 사람들의 재산상태도 달라지고 있다.

이제 몇회 남지 않은 이 드라마가

어떤 식으로 다음 이야기를 이어갈지 흥미 진진하다.

Posted by White_Luna
2011. 7. 2. 23:15

천주교 박해에서 8.15해방까지.

정치 사회 경제 문화의 다양한 역사를 다룬 책.

어떻게 보면 산만하기도 하지만 

그 시대의 상황을 맞춰 볼 수 있는 여러가지 퍼즐을 다 풀어 놓은 것 같아서 

나름 그 시대의 사람인양 시대상을 상상하면서 재밌게 잘 읽었음.

 

이건 소설도 아니고 시도 아닌데

어느 구절에는 한 없이 슬프고

어느 부분에서는 호기심에 눈이 총총해 지기도 한다.

 

그리고 일제 강점과 태평양전쟁이 극에 달하는 10권에서는 몇부분 쉬이 읽혀 내려지지 않는다.

 

역사는 객관적인 시선으로 좀 더 다양한 시각으로 해석하고 읽어야 한다지만..

도저히 이 책을 읽으면서는 그게 쉽지 않다.

나도 모르게 민족을 강요하는 역사에 세뇌되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이 이야기들이 단순히 책 속의 역사가 아니라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살아오신 시간들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

 

그리고 아직도 그 이야기들은 끝나지 않고 왜곡되거나 제 멋대로 해석되어서 

정치적으로 혹은 개인이나 어느 단체의 이익을 위해 이용되고 있으니..

읽는 동안 감정을 빼고 읽을 수가 없다.

유난히 감정 이입을 잘 하는 내 탓일지도 모르겠지만..

 

이 이야기들은 사실 새로운 이야기들도 아니었다.

한국의 근현대사라는 수업을 통해서 한동안 관심을 가졌던 이야기들이다.

하지만 거의 10년이 지난 지금

현재 안과 밖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과 

그동안 여러가지 달라진 내 시각으로 다시 읽으니

새로운 이야기들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또 이 책에서는 역사의 연속성과 해석의 다양함을 놓치지 않아서 

읽는 내내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오랜 과거가 쌓인 모습이 현재라면

과연 어떤 시간이 쌓여 지금이 되었나 라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게 만드는 책.

 

 

이제 한숨 돌리고 더 골치 아파지고 한숨 나올 것 같은 현대사도...

Posted by White_Luna
2011. 6. 12. 02:13


-
평양하면 제일 처음 드는 마음은 호기심이다.
그게 정말 유치하고 치졸하고 약은 마음 끝에 나오는 것이라
그냥 단순하게 그 동네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우리랑 뭐가 다르고 뭐가 같은가 이런 것들이 대부분이다.

한 쪽으로 심하게 치우친 언론에서는 그런 호기심을 충족시켜주며
자신들의 논조를 강조하고 덧대는데 사용한다.
그러기에 나의 이런 호기심이 정치적으로 올바르며 내 가치관 안에서 올바른 것인가에 대해 고민한다. 

 
-
식민지 시대의 우리나라의 모습을 담은 엽서에 대한 책을 읽으면서 그런 고민들을 다시 하게 된다.
책에서 충분히 시선은 왜곡될 수 있고 때로는 편협된 이미지로 고정시킬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그러하지 않지만 보여주고 싶은 한 부분을 강조해서 보여준다면 
강조한 그 부분이 전체의 모습이라고 착각하게 만든다는 것을 안 일본인들이 
조선의 이미지를 자신들이 교화하고 발전시켜야하는 미개한 나라라는 이미지를 덧씌우기 위해 
그 이미지들을 일본 본국에 알리고 서양의 다른 나라들에 보여주기 위해 선전용 관광엽서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스튜디오에서 꾸며진 모습으로.

사실 우리들이 사는 모습도 어떤 각도에서 보느냐에 따라서 다르게 비춰질 것이고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그건 더 명확해 진다.

과연 나는 누구의 의도에 따라서 왜곡된 시선이 아닌 실체를 파악할 수 있는 시선으로 사물을 바라보고 있는가.


-
그리고 이미 평양에서 찍었다는 수많은 다큐멘터리를 본다.
그들이 보여주는 것은 겉으로 잘 포장된 이미지라는 걸 강조하지만 
그래도 그 안에 담긴 그들의 순수한 모습을 담으려 애쓰던 
자신이 보고 싶은 평양의 모습을 담아 돌아온 서양의 감독의 시선을 따라가던 다큐멘터리들 말이다.

그들의 시선은 일제 강점기와 개화기의 이 땅에서 
지게진 농군의 모습과 곱게 화장한 기생의 모습 등 정형화된 이미지를 계속해서 찍어대던 외국인들의 시선과도 닮았다.
자신들이 알고 있는 모습 안에서의 평양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또 보여주는 것 이면의 것은 알려고 들지도 않는다.
또 그들이 알고 싶다고 해도 알 수도 없을 것이다.

-
디어 평양과 굿바이 평양에서는 나와 또 자신이 보고 싶은 모습만 담아온 그 외국인 감독과는  
조금 다른 시선으로 평양에 접근한다.
감독 역시 외부인이기는 마찬가지지만 그녀의 인생에서 평양은 아주 중요한 도시다.

그녀의 아버지는 조총련의 간부이고 
그녀의 세 오빠들은 북한으로 귀국했으며
그녀 또한 민족교육이라 불리는 사상교육을 받으며 자랐다.

재일 한국인이라 차별받는 일본보다는 낫겠지 하며 보냈던 북한에서 오빠들의 생활은 힘들어 보였다.
생필품의 질은 떨어지고 양도 부족하며 아파도 치료받기 힘든 모습을 감독은 지켜본다.
하지만 정작 오빠들은 일본에 남은 가족들에게 내색도 하지 않으며
부모님들이 일본에서 보내준 생필품등을 받아서 생활하고 넉넉하지 않은 생활에 힘들어하면서도 
조국을 찬양하며 죽어서 그 곳에 묻히겠다고 한다.

조카와 오프더 레코드(?)로 오간 대화를 자막으로 옮긴 것도 기억에 남는다.
자신이 뉴욕에서 본 공연에 대해 이야기 하는데
조카는 어디서도 들어보지 못한 얘기에 놀라워하며 그런 얘기를 좀 더 해줬으면 한다는 말도 한다.
그 곳에서 나고 일본에서 보내준 생필품으로 자라난 조카와 자신의 상황을 비교해 가며 
그녀가 볼 수 없고 갈 수 없는 세계를 이야기하는 
자신의 존재가 그 조카에게 부담이 되지 않을까 걱정으로 그 자막을 마무리 했다.


자신이 일상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작은 것들을 누리지 못하는 그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가지고 있는 듯 하다.
자신은 자신의 이념과 살아갈 길에 대해 스스로 결정했고 그로 인해 아버지와 갈등도 겪어 가며 자랐지만 
북한으로 간 형제들은 다른 차원의 고통과 고민에 힘들어한다.

사상교육을 받긴 했지만 그녀는 그런 아이러니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담담하게 자신과 자신 가족의 역사를 이야기 했고
장난스럽지만 조금은 무거운 대화를 통해
아버지와 화해할 수 없는 이념의 문제와 
그 받아들일 수 없는 아이러니에 대해 이해하려고 한다.

그러면서 평양은 그녀에게 천국이고 지상낙원이라는 선전문구보다 
사랑하는 형제와 조카들이 살고 있는 곳이어서 가고 싶다는 이야기를 남긴다.


정치적이고 역사적인 여러가지 문제를 떠나서..
이건 처음부터 끝까지 그녀 개인의 문제일지도 모른다.
거창하게 세계 정세까지 끼어 있는 복잡한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그냥 이 이야기는 그녀의 존재와 가족 등에 대한 질문이고 스스로 찾은 답변이다.

-
처음 개봉한 디어 평양이 북한에서 문제가 되어 다시는 북한 입국을 할 수 없고 그 조카를 만날 수 없게 되었다.
그 후일담 격인 굿바이 평양을 보면
그녀의 큰 오빠는 우울증으로 고생하다가 숨을 거뒀고 
아버지 역시 뇌졸중으로 쓰러져 명을 달리 했다.
그 와중에 북한과 일본의 관계는 얼리다가 풀리기도 하면서..
평양은 그 전보다 쉽게 갈 수 없는 곳이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어머니는 일상 용품을 짐으로 부치고 
그녀의 다른 가족들은 평양에 있다. 



-
이렇게 담담하게 흘러가는 이야기를 보며 나도 조금은 미안해 진다.
재일 한국인에 대한 나의 시선이 갑자기 미안해진다.
이건 감독이 조카들을 보는 시선과 닮아 있다.
난 충분히 그들을 이해하고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보다 더 복잡하고 내가 알 수 없는 감정도 흐르고 있겠다는 생각을..
두 편을 보면서 한다.

아니 그보다 더 많은 생각을 한다.
왜 이렇게 같은 말을 쓰면서 같은 역사를 공유한 이들이 이렇듯 다른 상황 속에서 살아가고 있나.
뭐 이렇게 복잡하고 기구한가.

다른 시각에서 보면 그렇게 다른 거다. 


Posted by White_Luna
2011. 4. 13. 01:16

-
배신이라는 단어에 제일 처음 생각난 한 장면.
중학교 때 짝꿍이 어제 뉴스에서 글쓴이가 고정간첩인 걸 봤다며
교과서를 북북 찢어대고 있었음.
무슨 더러운 벌레를 본 듯 그 형체가 사라질 때까지..
학기가 거의 끝날 때였으니 그랬겠지만..
그 종이를 다 없앤 후 손을 털고 있었음.

잘은 기억나지 않지만
글 내용은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갖고 열심히 살라는
국어 교과서에 자주 실리는 논설문인가 수필인가 그런 글.

그 때도 난 여전히 맹한 상태였고 
그게 무슨 큰 문제냐는 듯이 물었고
친구는 교과서에 그런 사람의 글이 실렸다는 것 자체가 불쾌하다 했음.
그리고 당연히 교과서에는 정치적으로 올바른 사람들의 글이 실려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에 분노했다.

난 그런 친구를 보면서 이해할 수 없단 표정으로 눈만 꿈뻑댔고.
지금도 그 어린 아이를 분노하게 한 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이해할 수는 없고..



-
배신이라는 건 믿음을 파하는 일이라
배신을 당하려면 상대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할 것이다.

나와 다른 편에 선 사람에게 칼을 맞는 건 그냥 당한 거고 
나와 같은 편에 선 사람에게 칼을 맞는 것이 배신. 

그 같은 편이라는 기준도 모호하지만
같은 편이라고 해도 꼭 같은 생각을 하지 않고 같은 길을 가지는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나 혼자 배신 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를테면 정치인 같은 경우.
정치인들을 믿지 않는다고 여기저기 얘기하고 다니지만
그래도 이 나라의 운명을 맡겠다 나선 이들이니까
그 중에 몇명 정도는 괜찮은 사람이구나 생각한 적이 있고 지금도 몇 명이 있긴 하다.

그들이 보여주는 얘기들이 진실이라 생각되고 
나와 비슷한 생각을 이야기로 풀어내니
다른 상황에서도 나와 비슷한 판단과 결정을 할 것 같은 믿음으로
나의 소중한 한표를 내어주거나 심정적인 지지를 보낸다.

하지만 그게 항상 그렇게 똑 떨어지게 똑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지라 
가끔 내가 내 손으로 뽑은 정치인들을 내 입으로 욕하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처음부터 내편이라 믿지 않았던 정치인에게서는 그냥 왜 저러나 싶은 마음에 씁쓸한 썩소를 날리게 되지만..
내편이라 믿었던 이에게는 그보다 더 큰 미움이 생긴다.

그래서 완전한 내편은 없는 거라고 생각하고 마음을 단련시켜도 
사회생활을 하거나 투표를 하거나 드라마의 결말이라던가..(?)
여러가지 상황에서
꼭 누군가를 믿고 의지하고 그러다가 배신도 당하고  
다신 무언가를 전적으로 믿지 않겠다 
배신 당했다는 비참한 기분이 들기 전에 
내가 먼저 쿨하게 여겨주겠다 다짐을 해도..
어느 순간에 밀려오는 배신감에 가슴이 나달나달해지고 
그렇게 우린 살아가고.......(?)


-
일 처리도 정말 훌륭하고 
평소에 같이 일하는 동료들에게 예의 바르고 
그런 모습을 보여주던 사람이 
회식 자리에서 술을 마신 뒤 정말 찌질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뒷담화와 욕설로 정리되는 대화를 이끌어 갈 때나..
아니면 개가 되어 여자 동료들을 더듬고 다닐 때나..

뭐 그외에도 여러가지 일상에서 마주하게 되는 
나의 생각과 믿음에 벗어나는 여러가지 소소한 일들에서도..
난 나홀로 소심하게 속으로
"이건 배신이야!"를 외치곤 한다.

요즘에 트위터를 하면서도 그런 생각을 종종하게 된다.
여러가지 말이 쉴새 없이 흐르는 타임라인에서
분명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인 줄 알고 팔로우 했는데,
전혀 나와 다른 생각을 줄줄 늘어 놓는 걸 본다던가..
이런 사람은 이러할 것이다 싶었는데 
전혀 예상하지 못한 성향의 트윗을 던져 놓는 걸 보면서 
언팔도 하고 무시하고 그러고 있다.



-
분명 나혼자 느끼는 배신감은 내 탓이 90%이상이다.
그 사람은 그런 사람이 아닌데 그냥 몰래 보고 있다가 그리 느끼고
서둘러 판단하는 내 버릇때문에 그런 나홀로 배신을 자주 경험하는 것 같기도 하다. 

세상 사는게 나의 믿음대로 내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는 다는 걸 알게 된 후에도..
그런 소소한 배신감들에
교과서를 찢어내던 친구마냥 분노하고 열을 토해내는 날 발견할 때면..
아직도 이 나이에... 내가 세상에 적응을 잘 못하고 덜 컸나 싶기도 하고... 
Posted by White_Luna
2011. 3. 15. 02:42

-
일본에 큰 지진이 났다.
라는 사건에서 며칠의 생각들이 시작된다.

-
중학교 지구과학 제일 첫머리에 배우는 판게아 대륙판 이런 이야기..
그 때까지만 해도 과학을 무지 좋아했던지라 수업시간에 절대 자지 않고 열심히 들었었다.
아직도 그 수업시간에 기름종이로 대륙 모양을 그리고 오려서 움직여 붙이던 수업내용이 기억난다. 

원래 지구는 하나의 대륙이었다. 
그런데 얘네들이 찌져지고 움직이고 서로 부대끼고 이러저러한 과정을 거쳐 
지금의 오대양 육대주를 이루고 있다. 
이는 우리가 생각할 수 없는 긴 시간을 통해 이뤄졌고
지구는 지금도 움직이고 있다. 인간이 느낄 수 없을 뿐..
일본이 그렇게 지진이 잦은 이유도 일본 자체가 판과 판이 만나는 지점에 위치하고 
두개의 대륙판이 만난 자리에 솟아난 땅이기에 
계속 움직이는 판들이 지진과 화산 활동을 일으킨다.

그런 이야기가 뉴스 시간마다 대학교수님들의 입을 통해 다시 듣는다.

지구는 지금도 움직이고 있다. 인간이 느낄 수 없을 뿐..
인간은 그 지구의 역사에서 아주 짧은 기간동안 지구위에 살고 있다.
인간이 지구를 정복한 듯 보이지만
이런 큰 자연현상이 한 번씩 인간이 하찮은 존재임을 느끼게 한다.

물론 지금까지 아이티나 뉴질랜드의 중국의 큰 지진이나 
아일랜드나 이탈리아등의 화산폭팔을 해외 토픽을 통해 봐왔지만..
일본이다.
바로 옆에 있는 나라다.
그렇게 자주 봐왔던 도쿄타워가 휘어지고 
원자력 발전소에서 새어나온 방사능 물질이 우리나라에 영향을 끼칠지도 모른단다.

이거 꽤 큰 일이다..



-
일본이 우리와 꽤 묘한 관계다.
누가 먼저 쓰기 시작했는지 모르겠지만 
가깝고도 먼 나라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나라다.
지리적으로는 바로 옆에 붙어 있지만 
그만큼 역사적으로 얽혀 있다.

어떻게 보면 우리가 일방적으로 당했던 역사이긴 하지.
바다를 건너 노략질을 해먹던 해적들이(왜구들이) 
자기들끼리 순위를 정해 한통속이 되더니 바로 전쟁이다~! 하고 쳐들어오고
노란 머리 해적들에게 당해서 그들의 문화를 받아들이고 그들을 따라 한답시고 쳐들어오고.. 
 
그리고 아직도 영토분쟁중이다.
언제나 그들을 옹호하는 발언은 쉽지 않다.
친일이 되고 나라를 팔아 먹은 이완용의 후손이 된다.
그랬던 나라다.

그래서 입장이 애매해진다.
그렇게 죽도록 미운 나라인데 그 나라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
손 쓸 틈도 없이 물에 휩쓸린다.
공장이 불타고 도로와 철도가 끊어지고 
먹을 물과 음식도 부족한단다..
그걸 항공촬영한 모습이 매 뉴스 시간마다 나온다.

물론 쌤통이다. 한 것만큼 당하는 거다...이러는 사람들도 있지만..
일본인이라는 이름을 지우고 그냥 지구인이라는 범위에 넣고 본다.
우리는 모두 친구...이지 않은가..
그리고 함께 안타까워한다.

그들에게 사랑을 받았다는 한류스타가 진심으로 함께 안타까워 하며 거금을 기부하고 
사람들은 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물론이 와중에도 ㅄ짓을 멈추지 않고
초딩스럽고 단순한 사고로 보는 이들이 아득해지게 하는 말도 안 되는 말들을 주고 받아 놓고 
회의랍시고 자기들끼리만 만족해하던 사람들도 있었고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런 식으로 말하지 않겠나 싶던 
예상 답안을 고대로 내주신 종교지도자도 있고 

지진이나 방사능유출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가 시끌시끌하다.
그래 일본은 진짜 우리랑 가깝고도 먼 나라인가보다.


-
그 와중에 난 일본 연예인의 안부나 걱정된다.
그들도 참 혼란스럽고 서로 걱정하는 모양이다.

원피스 작가의 실종 루머가 떠돌고..
목격정보를 통해 연예인의 생사를 팬들끼리 확인하고 
쟈니스는 아예 공식 발표로 모두 무사하다고 알려주고 

하물며 나도 이런데 
그 나라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며 
그 땅에 친지가 있는 사람들은 오죽하겠나..

트위터는 그들을 찾는 벽보들이 RT를 타고 흐른다.
이산가족 찾기 방송하던 시절에 방송국 주변에 벽보를 붙였다는 자료 화면이 오버랩된다.


-
부디 부디 
피해입은 지역의 일본인들이 모두 힘내서 다시 일어났으면 좋겠다.
그리고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이 크겠지만 
이겨낸 다고 이길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마음의 평화를 찾길 바란다.
난 종교는 없지만 
신께서 내 기도를 들어주신다면 당분간 일본을 위해 기도하련다.
부디.. 

Posted by White_Luna
2011. 1. 27. 01:55

골을 넣는 것이 궁극의 목표인 운동경기.
따라서 뭐 어찌되었던 간에 골만 더 많이 넣으면 장땡인 그런..
그깟 공놀이.


단체 경기인 탓에 또한 그 단순한 경기의 룰 탓에 
많은 사람들이 비교적 쉽게 빠져들어 즐길 수 있는 경기.
특히 우리나라처럼 
민족적 자긍심이니 애국심이니 
공 하나에 때려 넣어 생각하는 그런 나라에서 더욱 집중하는 국가대표 경기. 
덕분에 온 국민의 눈이 공 하나에 몰리게 되는 무서운 상황도 발생하는 그런 경기.
그래도 결국은 국격(?)이니 국민 총생산량이니 숫자로 세기 좋아하는 우리나라에 
전혀 도움은 안 되는
그깟 공놀이.

-
국가대표라는 말이 붙으면 
평소에는 어디서 뛰는 지 어떻게 뛰는지 
공격 포인트는 어떤지 소속팀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전혀 관심 없다가
골 하나 넣으면 칭찬이 쏟아지고
실수 한 번 하면 평생 들을 욕을 한 번에 먹는 그런 경기.
선수들 스스로가 자부심을 가지고 뛰지만 
국가대표라는 거창한 이름때문에 부담을 안고 뛰는 경기.
아무리 패스 연결을 잘해도 
아무리 수비를 잘하고 공격 상황을 만들어 줘도 
결국은 결정적인 순간에 골 하나 넣고 먹느냐에 따라서 
천당과 지옥을 오가게 만드는 
그깟 공놀이.


의미 부여를 하자면 숭고하고 거룩한 국가대표 경기이지만 
단순하게 생각하면 그저 수많은 경기 중에 하나일 수도 있는 경기에서 
90분 가량 잘 뛰고 심지어 골도 넣고 
아니 그 이전에 그 경기를 가능하게 했던 골과 좋은 경기를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몇 초간의 세리머니와 한 번의 승부차기 실축으로 
나쁜 놈이니 못하는 놈이니 욕을 먹을 수도 있는 
참 신기한 공놀이



-
항상 그래왔듯이 
전 국민이 축구 전문가가 되고 동시에 누구보다 나라를 사랑하는 애국자가 됐던 두어시간.
120분간의 혈투 끝에 돌아온 선수들을  
더욱 날카로운 칼날을 겨누고 기다리는 사람들 사이에서 
경기의 여운과 흥분을 오히려 쉽게 식게 만들어준 하루 종일.
학자들과 언론에 의하면 
세상 사는 모든 것과도 연결 시킬 수 있는 경기지만
그냥 공하나 놓고 굴리는 공놀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이런 소리 하면 꼭 애국자가 아니네... 
축구를 싫어하네 하는데..
애국자는 몰라도 내가 축구를 얼마나 좋아하는데..
근데 국가대표 경기는 좀 내가 아는 축구랑 많이 다르다.


-
그리고 경기 보면서 욕한다고 뭐라고 하시는 분들.
물론 그게 잘한 행동은 아니지만 
그 격한 경기를 보면서 오페라 감상하듯 우아하게 보고 그러면 그게 경기 보는 맛이 나나요? 응? 

Posted by White_Lu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