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6. 5. 23:12

작년 후지의 2분기 게츠쿠 체인지를 다시 보고 있다.
드라마 방영 당시에는
그냥 저냥 아 멋지구나 하면서 아무 생각 없이 봤으나
요즘들어 그냥 이 드라마가 생각이 났다.


세월이 하수상하여 민심이 어수선하고 강호의 도가 땅에 떨어져가는 
무협의 세계에서는 언제나 난세를 평정하고 세상을 구하는 영웅이 등장한다.

물론 초인적인 힘을 가지고 모든 것에 뛰어난 능력자의 모습을 하고 있기도 하지만
때로는 모든 것에 어수룩하나 비장의 능력을 개발하여 세계평화의 이바지하는 경우도 있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 아사쿠라 케이타는 
드라마의 제목처럼 세상을 바꾸기는 커녕 
반 아이들에게 놀림이나 당하는 시골의 촌 구석 초등학교 선생님이다.


그러던 어느날!
국회의원인 아버지와 그 뒤를 이어 정계에 몸을 담았던 형이
외국에서의 비행기 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돌아가신 아버지의 지역구와 의석을 채우기 위해
중앙당에서는
아사쿠라 케이타를 아버지의 정치이념을 잇는 새로운 후보로 세운다.


아사쿠라 케이타는 
아버지가 뇌물을 받으면서 까지 하는 정치를 보고
정치에 관해 관심조차 두지 않았더랬다.

하지만 선거를 하면서 
가뜩이나 지지율이 올라가지 않는 상태에서
18년 전 아버지의 뇌물 스캔들이 그의 발목을 잡는다.

뭐 그다지 선거에 이기고 싶은 마음도 없었고 
단지 어머니가 힘든 선거활동을 하는 걸 볼 수 없어 대신 나갔던 사람이지만
당장의 선거만을 위해서가 아닌
자신이 앞으로 살아가는 데 있어서 떳떳함을 위해서 였는지
아니면 자신을 위해서 선거운동을 하는 사람들을 위해서였는지는 몰라도
다른 정치인들이 하지 않는 '사과'를 한다.


혐의를 인정하고 잘못했다고 고개를 숙여 사과 한다.
자신이 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아버지의 오점이고 모두에게 해가 되는 일이니까
사과를 해야하는 사람이 사라졌다면
그가 당연히 잘못했다고 사과해야 된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그 모습이 유권자들의 모습을 사로잡아 보궐선거에서 당선이 된다.

젊고 잘생긴!
(어쨌든 외모가 기무라 타쿠야급 아닌가..!!)
아사쿠라 케이타는 국회에 들어가면서 국민들에게 연예인 급의 인기를 얻는다.

지저분한 스캔들로 이미지에 타격을 입은 총리 대신에 
이제 국회의원이 된 지 얼마되지 않은 그를 이용해 당의 이미지를 쇄신하고자 한다.

물론 그의 이미지만을 이용해서 꼭두각시로 부리겠다는 당 중진들의 계략에 의한 것이었지만
초선에 이제 막 국회의원에 된 우리의 아사쿠라 케이타는 당의 총재선거에 출마하게 된다.

그는 또 이 총재 선거에서 명연설을 하나 남기게 되는데...
  

이 연설은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법과 닮아 있다고들 한다.
내가 오바마의 연설을 본 일이 없으니 잘 모르겠지만
되도록이면 쉬운 단어를 사용해서
반복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것이라고 한다.

연설의 내용을 살펴 보면
그는 멀리 있는 사람이 아니며,
특출나게 높아서 특권을 가진 사람도 아니고
자신은 일반 국민과 같다는 거다.
그렇게 국민들의 의견에 귀기울여 진정 국민의 대표가 되겠다는 거다.

진짜 이 장면은 처음 볼때도 그랬지만 볼 때마다 박수를 쳐 주고 싶다.

일본의 총리는 다수당의 총재로 결정된다.
이 때 총재를 뽑는 선거는 우리나라처럼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당차원의 선거로 결정된다.
당에서는 물론 그가 이전과 다른 성향을 가진 정치인이지만
국민들에게 인기가 좋고, 자신의 지역구에서의 국민들의 지지도를 참고하여
그에게 투표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탓인지..

다수당의 총재이며 국가의 수장인 총리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


총리가 된 그는 우여곡절을 겪으며 참으로 험난한 총리 활동을 하게 된다.
처음엔 너무나 꼼꼼하게 생각하고
관례를 무시하고
무엇이든 국민들과 약자의 입장에서 결정하는 그의 모습에
관료 출신의 보좌관들은 그를 업신 여긴다.

하지만 그가 총리의 권력을 자신의 안위를 위해서 쓰는 것이 아니라
진정 국민의 대표로 결정하고
자신을 원하는 모든 곳에 함께 하려고 하는 모습에
참모진들도 그의 진정성을 알고 마음을 돌리게 된다.

하지만 그를 꼭두각시로 생각했던 당의 중진이자 실질적인 총리임을 자처했던
칸바야시의 눈에는 그가 곱게 보일리가 없다.
그를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발목 잡았던 18년전의 사건이
칸바야시가 골랐고 아사쿠라가 임명한 대신들도 연류되어 있다는 걸 몰래 주간지에 제보한다.

정직하고 성실함을 무기로 삼았던 아사쿠라 내각은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고
그 중심에 그들을 임명했던 아사쿠라 총리의 책임론이 나오는 가운데
아사쿠라는 그 책임을 지기 위해 총리직을 사임하겠다고 선언한다.

그리고 사임하겠다고 선언한 일주일의 기한 동안
그가 바꾸고 싶었던 것들을 바꾸고자 한다.
저출산 문제나 교육문제 등 그가 좀 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고자 했던 문제들은
일주일만에 해결되기 힘든 것들이었다.
심지어 조례에서 차를 내놓는 것까지 그가 쉽게 바꿀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그러던 중
그가 총리 자리를 내놓겠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TV 연설을 하게 되는데..



장장 20분이 넘는 연설을..드라마에서 통으로 보여준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총리를 사임하면서 국회를 해산하겠다고 하는 아사쿠라.

선거에서는 한표 한표가 매우 소중하고
거기서 선출된 사람은 국민의 대표이며 국민의 뜻에 따라 일을 해야 한다.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정하는 것은 국민 한 사람 한사람이다.

그가 강조했던 건 투표의 중요성이었다.
국민 한 명의 생각으로 나라 전체를 바꾸긴 힘들지만
국민들이 각자의 생각을 표출할 수 있는 투표는 나라를 바꿀 수 있는 힘이라 강조한다.

그리고 그는 다시 연단에 서서 자신의 생각을 자신을 위해 모인 사람들에게 연설한다.













일본의 정치 환경과 우리의 정치 환경은 꼭 같지 않다.
하지만 여러가지 면에서 비슷한 점을 난 이 드라마에서 봤다.

한 사람의 생각이 세상을 바꾸긴 어렵다.
그가 아무리 세상을 좋은 방향을 바꾸었다고 해도
다음에 오는 사람이 그 방향을 다시 틀어 놓으면 아무 소용 없는 일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 변화를 눈으로 목격한 경험이 있다.
투표로 국민의 의견이 반영되어
우리와 같은 눈으로 보고 같은 귀로 듣고 같은 손으로 땀을 흘려 일하는 사람을 만나 적이 있다.

그리고 우리의 손으로 뽑은 다른 사람이
세상의 시간을 거꾸로 돌려 놓는 것도 두 눈으로 확인했다.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다.
하지만 세상을 반영한 거울이 되는 것이 드라마이고
드라마는 그 세상을 그야말로 드라마틱하게 비춰 준다.

Posted by White_Luna
2009. 4. 13. 17:24
오랜만에 너무나도 맘에 드는 곡이 생겨서 씨디를 사야겠다 맘을 먹고 음반 쇼핑몰을 찾아서 음반을 찾았다. 흥분했던 마음도 잠시 내가 이 음반에서 들은 곡은 한 곡인데, 이 음반을 주문해도 될까...싶은 거다.

내가 처음 산 씨디는 이승환 4집이었다.
천일동안이 있는 예쁜 패키지에 들어있는 앨범 이었는데, 그 씨디를 사서 집에 오자마자 비닐을 뜯어서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씨디 알맹이를 넣어서 플레이 버튼을 누른다. 전곡이 플레이 되는 동안 꼼작없이 카세트 앞에 붙어서 가사지를 보면서 소리 하나라도 놓칠까봐 꼼짝없이 듣고 있었다.

그 후로 나름 내가 좋아하는 가수들이 생기고, 마음에 드는 노래들이 생기면 용돈을 아껴서 음반 가게로 달려가곤 했다. 라디오에서 들은 한 곡, 어느 공연장에서 들은 한 곡때문에 친구들에게 부탁해서 테입에 노래를 녹음해서 듣기도 했지만, 씨디로 듣는 기분은 전혀 다른 것이었다.

그러다가 인터넷에서도 음악을 듣기 시작했고, 공짜로 전곡을 받는 곳까지 생겼다. 그렇게 전곡을 들어보고 그냥 엠피쓰리 기계에 넣어서 다니거나, 그렇게 맘에 드는 앨범만 골라서 씨디를 샀다.

아니면 음악다운 사이트에서 한곡씩 골라서 산다.
아니면 미니홈피 배경음악으로 기분으로 배경음악을 갈아 치웠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났다. 씨디를 산 지 너무 오래된 거다. 변명 같지만 그동안 음악을 찾아 듣는다는 것의 재미를 잊고 살았던 거다.

오랜만에 음반 사이트에 들어가니 갑자기 흥분된다. 너무 마음에 드는 가수들의 이름이 빼곡이 들어찼다. 괜히 또 두근댄다. 씨디 래핑을 뜯는 그 흥분과 비슷하다. 물론 다 들어본 곡이 들어 있는 앨범들은 아니지만 정말 맘에 드는 그 노래가 들어 있는 앨범과 또 다른 두서너개의 씨디를 골라서 주문해야겠다.

그동안 다니던 음반가게들이 모두 장사를 접은 지금.
시디를 사서 집으로 달려오던 그 기분은 사라졌지만
어떤 곡이 나올까 기대하며 듣는 그 기분... 다시 느낄 수 있겠지?

아유 기분 흥분된다.
Posted by White_Luna
2008. 12. 27. 01:01

어찌된 일인지 이곳에서는 정치적인 이야기를 주로 쓰게 되는 것 같다.

아무래도 내가 글을 쓴답시고 벌여놓은 다른 곳에서는
나와 이러저러하게 얽힌 사람들이 드나들어서
나의 색을 온전히 드러내기는 조금 주저하게 되는 면이 있어서 인가보다.

아무튼
2008년의 마지막

작년 이맘때 즈음
내가 여의도에서 느꼈던 그 추위는
살을 도려내는 삭풍으로 바뀌었다.

올해 내내 삭풍이 몰아쳤던 것 같다.
겨울이 되고 눈이 내리면서
그 삭풍은 북극이나 남극의 그것보다 더 거세게 몰아친다.

북극의 얼음도 녹아가는 마당에
우리나라는 기상청에서 측정한 기온은 어떨지 몰라도
마음에서 느끼는 체감 온도는 일년 내내 영하권 이었다.

뉴스를 보기가 무서워진지 오래던 어느날
잘 가는 포털사이트에서 뉴스 얘기가 나왔다.
워낙에 이런저런 얘기가 나왔던 곳이기도 했고,
촛불의 열기도 휩쓸고 지나갔던 곳이기에
가끔 한 번씩 잊지 말자 육이오마냥
반복되는 뉴스가 퍼날라지는 곳이기도 했지만
그 날의 헤드라인은 어느날 보다 강렬했다.

여의도 전기톱

전기톱하면,
영퀴방 드나들던 시절의 전설의 명화(!) 
텍사스 전기톱 살인사건에서 익숙했던 그 단어 아니었던가!
여의도에 왜 갑자기 살인마가 날뛰기라도 했단 말인가?

공포영화의 타이틀 같은 헤드라인 아래
악플의 행진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 놈이 그 놈이다.
결국은 같은 놈들이다가 이어진다.

하지만 그 글에는 기사가 짧다.
왜 그런 일이 있었는지 아무도 설명해 주지 않았다.

너무도 궁금해서 엠파스를 뒤져본다.
(이건 네이훵의 편향적인 뉴스배치와 상관없이; 엠파스가 좀 뉴스를 많이 긁어서 보여주기 때문이다.)





가관이다.
정말 아름답다.
조중동이 날뛰니까
단편적인 악플러도 날뛴다.
그 장단에 검색어도 날뛰고
미디어는 미친듯이 편향적인 방향으로 이미지를 조작한다.

부수는 사람만 보여주고 그 안에 막혀있는 것은 보여주지 않는다.

왜 막고 왜 부수는지도 설명해 주지 않는다.
단편적인 한 컷을 가지고 상황을 호도하고 왜곡한다.




이런 아름다운 일이 다 있나!





작년에 예상했던 일보다 더 엄청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내가 여의도 길바닥에서 봤던 일이
그 한 블럭 건너에 있는 그 들어가기도 힘들다는 건물에서 재현되고 있다.

아니 예상했던 것보다 충격적인 일이다.

역시 상상 그 이상을 보여주는 능력이 놀라울 뿐이다.



어렸을 적에 어렴풋이
뉴스 앵커들이 왼쪽 가슴에 글씨가 쓰인 까만 리본을 달고 방송을 했던 기억이 난다.
아마도 엄기영님 이었을 것이다.

지금 뉴스에서 그 것이 재현되고 있다고 한다.
뉴스를 시간 맞춰 보기 힘든지라 눈으로 본 일은 아니지만..

일 년만에 잃어버린 10년을 바로 돌려 놓았다.
이것도 어찌보면 능력일까?





내 앞가림하기도 힘들고,
내 먹고 사는 일도 힘들어서 기운이 쪽쪽 빠지는데,
뉴스며 신문이며,


오죽하면 유시민님과 진중권님이
올해 즐거웠던 뉴스를 김연아 선수의 선전이라고 말했을까?










다가오는 2009년 그저 바라는 것은 없다.

더 나빠지지만 않으면 좋겠다.

뭐 어느 한 부분만 말하는 건 아니고.....여러모로 말이다.
Posted by White_Luna
2008. 7. 14. 21:00

어제 종일 뉴스 안 보다가
오늘 고마운 네이트 온 속보알림 덕분에
일본 놈들이 또 헛소리를 거국적으로 지껄이기 시작했다는 것을 보게 되었다.

어느 때와는 다른 기분이 드는 것이
아무리 우리의 대통령님이 떠들어 주셔도
그 말에서 무슨 비장함이 느껴지기 보다는
눈치 보이니까 한마디 해주시는 걸로 밖에 안 보인다.

믿음이 안생겨.

우리나라 요즘 참 시끄럽다.
광우병에다가
금강산총격사건에다가
이제는 독도다.

무슨 사건들이 이리도 시의 적절하게 크게 빵빵 터져 주시는 지 정신을 못차리겠다.


내 처지 걱정하기도 바쁜데 내가 나라 일까지 신경써야 하겠냐고요..

대통령님은 미국에 일본에 관광으로 다니시나 보다.
어떻게 미국 다녀오니 광우병 터지고
일본 다녀오시니 독도 가지고 시비야.

회담이런 거 할 때 저런 문제에 대해서도 얘기를 나눠줘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러라고 미국에 일본에 세금으로 보내드린 건데..
골프장 미니자동차 운전하느라 바빴나 보네..





그나저나 이런 일이 한 번씩 터질 때마다
참 입장 난감해 진다.

일본 연예인을 좋아라 하는 입장에서 참 괴롭다.

내가 좋아하는 그룹에 한 명이 정치적인 성향이 보수적인 걸로 알고 있다.
이건 그 그룹 팬 커뮤니티나 같이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도 조심스러워서 말을 못하겠다.

얼마 전부터 돌아다니던 우익 일본 배우 리스트며 돌아 다닐 때도 좀 불안 불안했다.
이번에 찍고 있는 영화가 좀 민감한 내용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고,
우리나라에 개봉할 영화도 아니기에 그냥 조용히 넘어가줬으면 했는데,
그렇게 한 번 돌기 시작하면 그 영화 개봉하고도 여파가 남아 있을 것으로 예상되며,
분명 리스트에 올라서 난도질 당할 것이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그럴 때 "우리 옵화는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찍었을 뿐이에요."라고 둘러대기도 뭣한 것이..
코다쿠미가 야구장에서 기미가요 부르기 전에 이미 이 사람이 오래 전에 불렀더랬고,
그 사람이랑 친한 사람들의 면면을 보고
평소에 토크 프로그램에서 하는 말을 보면
사람이 보여지는 모습이 내가 싫어하는 모습인 거다.

내가 그 사람의 됨됨이를 보고 좋아하기 시작한 것도 아니고,
그저 사진이나 동영상 보면서 즐거워 하고 있지만
내가 저 사람을 좋아해도 되나 하는 죄책감이 느껴지는 거다.

당연히 죄책감을 느껴야 하는 것도 맞고,
그의 보수우익성향을 두둔하고 싶지도 않은데..
또 딱히 "오늘부터 옵화가 싫어요."라고 잘라 버리고 싶은 기분도 아니라는 거다.

이런 또 복잡한 마음은 한일 관계가 어수선해지면 더 심해진다.
어느 때보다 "일빠"에 대한 비판의 강도가 심해지기 때문이다.
일빠를 비판하는 이들의 눈에는
나 역시 "일본 좋아. 한국 꺼져."를 외치는 아이로 밖에 안 보이겠지.



뭐 어디 남탓을 하겠나.
다 내가 엄한 데 정신팔린 탓이지..
Posted by White_Luna
2008. 6. 15. 00:20

먹어서 죽는다  

우리 나라는 어디를 가나 온통 음식점 간판들로 요란하다.

도심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가든'이 왜 그리도 많은지, 서너 집 건너마다 가든이다. 숯불 갈비집을 '가든'이라고들 부르는 모양이다. 사철탕에다 흑염소집, 무슨 연극의 제목 같은 '멧돼지와 촌닭집'도 심심찮게 눈에 띈다. 이 땅에서 이미 소멸해 버리고 없다는 토종닭을 요리하는 집도 버젓이 간판을 내걸고 있다. 게다가 바닷가에는 동해, 황해, 남해 가릴 것 없이 경관이 그럴 듯한 곳이면 횟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우리 나라 사람들이 이렇듯 먹을거리에, 그 중에서도 육식에 열을 올린 지는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1960년대 이래 산업화와 도시화의 영향으로 식생활을 채식 위주에서 육식 위주로 바뀌었다. 국민 건강이나 한국인의 전통적인 기질과 체질을 고려한다면, 육식 위주의 식생활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환경 운동가로 널리 알려진 제레미 리프킨은 '쇠고기를 넘어서'라는 책에서 개인의 건강을 위해서든, 지구 생태계의 보존을 위해서든, 굶주리는 사람을 위해서든, 동물 학대를 막기 위해서든 산업 사회에서 고기 중심의 식생활 습관은 하루빨리 극복되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그가 인용한 자료에 따르면, 소와 돼지, 닭 등 가축들이 지구상에서 생산되는 곡물의 3분의 1을 먹는다고 한다. 미국에서 생산되는 곡물의 70%이상이 가축의 먹이로 사용된다. 초식 동물인 소가 풀이 아닌 곡식을 먹게 된 것은 우리 시대에 일어난 일인데, 이런 사실을 농업의 역사에서 일찍이 없었던 새로운 현상이다. 오늘날 미국에서는 1파운드의 쇠고기를 생산하는 데 16파운드의 곡식이 들어간다고 한다. 고기 중심의 식사 습관이 이처럼 한정된 식량 자원을 낭비하고 있다.

가난한 제 3세계에서는 곡식이 모자라 어린이를 비롯해서 수백만의 사람들이 굶주려 죽어 가는데, 산업화된 나라에서는 수백만이 넘는 사람들이 동물성 지방을 지나치게 섭취하여 심장병, 뇌졸중, 암과 같은 병으로 죽어가고 있다.

미국 공중 위생국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1987년에 사망한 210만 명의 미국인 중에서 150만 명은 지방의 지나친 섭취가 사망의 주요 원인이 되었다고 한다. 특히, 미국에서 둘째 번으로 흔한 질병인 대장암은 육식과 직접 관계가 있다고 한다. 또다른 보고서에 따르면, 고기 소비와 심장 질환 및 암 발생이 서로 관련이 깊다고 한다. 쇠고기 문화권에서 심장병 발생률이 채식 문화권에서의 발병률보다 무려 50배나 더 높다는 것이다. 그러니 오늘날 미국인들과 유렵 인들은 말 그대로 '먹어서 죽는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연구 사례를 읽으면서 내가 두려움을 느긴 것은, 요즈음 우리 나라에서도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전통적인 우리 식생활 습관을 버리고 서양식 식생활 습관을 그대로 모방하고 있다는 점이다. 병원마다 환자들이 초만원을 이루고 있는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우리는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먹어서 죽는 것은 미국인들과 유럽인들만이 아니다. 우리도 먹어서, 너무 기름지게 먹어서 죽을 수 있다.

리프킨의 책을 읽으면서 우리 인간이 얼마나 잔인하고 무자비한가를 같은 인간으로서 부끄러워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린 수송아지들은 태어나자마자 거세(去勢)된다. 좀더 순하게 만들고 고기를 연하게 하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비좁은 우리에서 짐승들끼리 상처를 입히지 않도록 하기 위해 쇠뿔의 뿌리를 태우는데, 소를 마취도 하지 않고 뿌리를 태우는 약을 사용한다. 그뿐만 아니라, 최소한의 시간에 최대한 빨리 성장하도록 성장 촉진 호르몬을 주사하거나 소에게 여러 약들을 먹인다.

태어나자마자 거세되고 갖은 약물이 주입되는 소들은 옥수수, 사탕수수, 콩같은 곡물을 먹게 되는데, 그 곡물들 또한 제초제로 절여진 것들이다. 현재 미국에서 사용하는 제초제의 80%가 옥수수와 콩에 살포된다고 한다. 말 못 하는 짐승들이 이런 곡식들을 먹으면, 그 제초제가 동물의 몸에 축적되고, 수입 쇠고기를 먹는 이 땅의 소비자들에게 그대로 옮겨진다. 미국 학술원의 국립 조사 위원회에 따르면, 제초제에 오염된 가축 중에서 소가 제1위고, 살충제 오염으로는 제2위를 차지한다고 한다. 쇠고기에 남아 있는 제초제와 살충제로 인해 발암 위험이 높아지는 것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리프킨의 글을 읽으면서, 육식 위주의 요즈음 우리 식생활이 얼마나 어리석고 위태로운 먹을거리로 이루어져 있는가를 되돌아본다. 그의 글은 일찍이 우리가 농경 사회에서 익혀 온 식생활이 더없이 이상적이고 합리적이라는 사실을 깨우쳐 주고 있다. 우리는 그릇되게 먹어서 죽는 어리석음에서 벗어나야 한다.



Posted by White_Luna
2008. 3. 24. 17:21

케이비에스 수요기획에서 김태희를 나레이터로 쓴다는 기사는 읽었을 때는
김태희 목소리에 대한 확실한 이미지가 없어서 그냥 감흥이 없고
아 섭외 하는데 힘들었겠구나 시청률과 화제에 메말랐구나...라고 밖에 생각 안 했는데..

일요일에 재방송 해주는 걸 우연히 보게 되었다.

확실히 처음부터 끝까지 집중하게 만드는 힘은 있었다.
그 것이 목소리의 힘이었든 구성의 힘이든 간에..

그런데 보고 나니 내용은 생각 안나고 그냥 감정만 생각나는 것이다.

물론 나의 집중력부족 때문이었을 수도 있겠으나,
이건 뭔가 아니다 싶다.

무슨 얘기를 하고자 하는 건지는 알겠는데,
확실히 잡히지도 않고
억지로 억지로 결론에 다다르긴 했지만
화제성 만큼 내용은 없었던 것 같다.

그 감정은 충분히 전해졌다.
안타깝다.


하지만 그게 다 였나?
수니파와 시아파는 왜 싸우고 있는지
(다른 사람들은 다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데, 나만 모르는 것임?)
다른 나라의 이라크 난민들은 어떤 처지에 있느지
어떻게 하면 그들이 이라크로 돌아갈 수 있는지
서구 언론에 선전중인 그 이라크로 돌아가는 난민들의 허와 실은 무엇인지...



전쟁이 끝났지만 실제로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아이들은 인생의 반을 전쟁터에서 보냈다.
우리와 다른 아이들.
유엔의 식량 배급을 받기 위해서 늘어서 있는 사람들.
불쌍하다 충분히

그런데 내가 궁금해 하는 것과 보기 시작하면서 기대했던 내용은 밤톨 만큼도 안나오고
그렇다고 해서 나왔던 내용들에 대한 설명이 충분히 된 것도 아니고
그저 기억에 남는 건 감정이 너무 실린 김태희의 목소리와
집에서 쫓겨 나야 한다는 아줌마와
공부 보다는 일해야 한다는 아이들.
전쟁을 이야기하는 아이들.
피디가 유도한 질문에 테러로 죽은 오빠를 생각하곤 막 울기 시작하는 아이.

물론
다큐의 의도가 그런 방향 이었다면 할 말은 없지만,
그럼 제목과는 너무 다르지 않나?
그들이 바그다드에 직접 들어가서 찍은 것도 아니고
그저 이라크 난민들의 이야기를 다루었으면
제목도 내용설명도 다르게 갔어야 하는거 아닌가?

그 상황에서 김태희의 목소리는 변사 같았다.
굳이 필요하지 않을 내레이션을 하면서 감정을 끌어 올리는...
그리 큰 기대를 한 것도 아니지만
한시간 다 보고 나서 이거 뭔가 낚였다는 기분을 떨칠 수가 없다.
Posted by White_Luna
2008. 1. 11. 00:42

정말 앞에 두 배우는 정말 맘에 드는데

뒤에 감독이 맘에 들지 않는구나..


정말 살짝 소재도 내용도 맘에 드는데

감독이 성향이 성향이고 그간의 영화들이..........................정말 취향에 맞지 않아 줬기에..



뭐라 확실하게 말을 할 수가 없는 영화네..


어쨌던 관심작 비몽..









아 이 영화때문에 오다기리조가 결혼발표를 한 거구나

난 또 외국이라고 해서 유럽이나 미국쯤에서 영화 찍는 줄 알았는데




그 결혼 발표 기자회견 영상에서

자꾸 내년에는 외국에 나가 있는 일이 많기 때문에라는 대사가 뇌리를 스치는 구만..








그래요.
Posted by White_Luna
2007. 12. 16. 16:48


중경삼림을 보러 갔다.

블로깅하자마자 필받아서 그대로 스폰지하우스 홈페이지로 달려가서 예매 했음 ㅎㅎ




황색눈물을 보러 갔을 때

배우들이 아무리 좋아도 사진은 찍지 마세요.

하던 아저씨가

영화 시작 전에 스크린 앞에 서서

압구정 스폰지하우스보다 스크린이 커졌어요..(ㅎㅎ)

사장님하고 우리가 보고 싶어서 틀었는데 연일 매진시켜주셔서 감사합니다.

하고 시작하는 조그만 극장에서

10여년 전에 봤던 그 영화를 다시 봤다.


영화를 보는 내내

아니 예매를 완료하고 아침에 출근하러 나서면서도

일하면서도 기분이 붕 떠 있는 기분이고

영화를 보고 하루가 지난 지금도

아직도 영화 속에 있는 기분이다.


처음 중경삼림을 본 건 비디오로 였다.

열혈비디오 소녀였던 중학생 시절

화려한 영상과 당시 최고였던 금성무 얼굴에 반해서

당시 화제가 되었던 OST에 반해서

정말 좋아했던 영화였는데


그 후속으로 나왔던 다른 왕가위 영화들에서 무한 반복되는

영상과 이야기 구조에

처음 좋아했던 기분은 사라지고

나에게 그저그런 영화로 전락해 버렸다.


나에게 중경삼림에 대한 기억은

화려한 화면의 도막들과

무척이나 감성적이었던 대사들 몇마디 였다.

줄거리가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는거다.


나에게 중경삼림에 대한 기억은

영상보다는

스틸컷으로 만든 엽서와 그 위에 쓰여진 대사들 이었다.


아무래도 내러티브보다는

이미지를 중시한다고 생각 했기 때문이었을 듯.



그 좋아했던 영화를 극장에서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고 해서

조금은 무리해서 영화를 보러 갔는데..


금성무는 그 뽀송뽀송하던 얼굴에다가

양조위는 하아 뭔가 지금이랑 똑같은데 살짝 젊은..하아...ㅠㅠ

왕비는 귀여워 귀여워....


열혈비디오소녀시절에 섭렵했던

다른 홍콩영화 속의 배우들의 모습도 같이 떠오르는 거다.


스틸컷처럼 도막나 있던 내 기억 속의 영화의 빈자리를 채우며

뒤에 예상되는 장면이 있으면 있는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두시간 내내 영화 속에 홀딱 빠졌다.


무수히 반복되었던 중경삼림에 대한 영화평들과

이후에 그를 동경한 후배 감독들이 보여준 무수한 오마주에 묻혀서

정작 원작은 잊혀져 가고 있었던 차였다.


오히려 그런 것들이 내 안의 원작에 대한 아우라를

조금씩 갉아 먹고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다시 극장에서 만난 영화는

처음 거실 구석 비디오데크에 비디오테잎을 밀어넣던 그 흥분을

고스란히 다시 만날 수 있게 해주었다.


그리고 영화를 보는 내가 나이를 먹었기에

보이지 않던 부분들을 새삼 보게 되었다.

아마도 당시 이해할 수 없었거나 공감할 수 없었던 부분이 있었기에

맘에 드는 부분들만 기억했었나 보다.


자신의 사랑의 유통기한을 만년으로 하고 싶다던 녀석도

자신의 옛사랑에 총을 겨누는 녀석도

남 몰래 짝사랑하는 이의 집을 드나드는 녀석도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그 여자를 좋아하게 된 녀석도


그때의 나보다 지금의 나에게 가까운 녀석들이었다.


기억 속의 영화보다 무척이나 밝고 유머가 가득한 영화다.


아 정말 이건 스폰지하우스 만세만세 만만세~~!!!!!!









덧.

양.조.위. 하아...-_-

솔직히 얼마 전에 집에서 디비디로 중경삼림을 볼때까지도 그닥

양조위에 감흥이 없었는데..

이번에 다시 보니까

아주 표정...ㅠㅠㅠㅠ

내가 왕비언니에게 빙의 하고 싶을 정도였음.


뭐냐규 뭐냐규...ㅠㅠㅠ

사람이 그렇게 멋져도 되는 거냐규...ㅠㅠㅠㅠ

이거이거 극장에서 보니까 보이는 눈빛인거야?

하아 진짜 이사람 ㅠㅠㅠㅠㅠ


아 색.계 보러 가야하나?

그 전에 화양연화나 다시 함 볼까?

아 양조위 양조위...ㅠㅠ


영화도 오래 되었고

처음 영화를 보던 나도 어느 새 꺽인 이십대지만..

변하지 않은건 멋진 배우만 보면 눈 돌아가는거...ㅋㅋㅋ

Posted by White_Luna
2007. 12. 15. 01:24

12월에는 중경삼림을 ㅠㅠㅠㅠㅠ 극장에서 볼 수 있어 ㅠㅠㅠ

라면서 12월을 손꼽아 기다렸는데


지난 한 달 폭풍처럼 몰아친 하루하루때문에 날짜 따져볼 새도 없이

벌써 12월도 중순이네


대선-_-투표일이 닷새 남았고

크리스마스가 열흘 남았고


올해는 보름정도 남았다.








하아.....







나 이제 스물 일곱이야?




하아....-_-

Posted by White_Luna
2007. 12. 13. 22:50

경제를 살리겠습니다.

나라를 바로 세우겠습니다.

좋은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다 필요 없으니까

가뜩이나 정신없고 바쁜 출근 시간에 시끄럽게 엠프 틀어놓고 떠들지도 말고

가뜩이나 차 많고 얽히는 도로에서 불법 주차해 놓고 영상 틀어대지 말고

좀 조용히 좀 지나갑시다.


어쨌던 간에 그 세 후보는 안뽑아야지


무슨 선거가

누가 어떤 공약으로 어떻게 일하겠다는 얘기는 안하고

로고송 자랑에 누가누가 인사 더 잘하나 내기하는 꼴임.

이거 뭐 유치원 학예회도 아니고 초등학교 운동회도 아니고

똑같은 옷에 모자에 알록 달록하게 입고 나와서 뭐하자는 거임?


이도저도 다 필요 없으니까 제발 좀 조용히 좀 합시다.

Posted by White_Luna